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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부로 산지 3년 남짓 된 나의 아내는 여러해에 걸친 휴학으로 인해 오는 22일에 대학을 늦졸업하고, 나는 어렵사리 석사를 마치게 되었다. 이러한 어려운 공부과정에서도 그녀와 나는 우리의 보물 하나를 얻었으니 그 보물이 이쁜 딸 유미(4)다.
유미는 엄마와 아빠가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할머니와 자연스럽게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아파트라는 특수성 때문에 또래 아이들과 접촉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1여년 전에 나와 아내는 딸을 유아원에 보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그녀는 할머니와의 정을 쉽사리 떼지 못하고 유치원에서 2-3일을 버티지 못했다. 이는 애를 안타까워하는 할머니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미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은 한글을 깨우쳐 가고 숫자를 깨우쳐 가고, 주위의 아이 가진 부모들이 자식을 '유치원을 보낸다. 학원을 보낸다. 학습지를 한다'하는 이야기들은 '공부는 애가 하고싶을 때 시키자'라던 우리 부부의 자식교육관(?)을 서서히 무너트리고 있다.
이러한 자식교육에 대한 우리부부의 신념을 지키고자 나온 나만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은 다름 아닌 '내가 한번 가르쳐 보자'였다. 아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딸과의 시간을 적게 가졌던 내가 조금 일찍 집에 들어가 딸과 놀아주기도 하고 한글을 깨우쳐 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내는 자신이 늦게 들어오니(요즘 회사에 교육이 있어 늦게 집에 들어온다.) 내가 그것을 배려해서 일찍 들어오려니 하고 좋아하지만 사실 아이가 딴 아이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나에게 더 크게 작용한 듯하다.
이러한 결심도 얼마 안돼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 만큼 힘든 일도 없는 듯하다. 대학, 대학원 공부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 생각한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3일을 가르쳐 보고 지금은 컴퓨터오락, 과자, 만화비디오 등에 나의 열정을 서서히 맡겨가고 있다.
오늘부터 다시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 재미있는 앎의 세계로 우리 딸을 안내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