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오후 3시, 김영삼 전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상도동과 이회창 총재가 있는 여의도 한나라당사 근처에 있던 경찰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소속 학생 2인이 동시에 1인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 두 학생은 각각 재미있는 구호와 그림이 있는 선전물을 몸에 부착하고 약 2시경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 있는 연세대학교를 빠져나왔다. 신촌문고 앞에서 진행하고 있던 '국가보안법 폐지 찬/반 국민투표'에 잠시 참여했다가 지하철에 올랐다.
'서울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희는 연세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입니다...'
한 학생이 지하철에서 승객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통일이 여기계신 아버님, 어머님들과 저희 학생들에게 좀더 행복한 세상을 가져다 줄 것임을 믿으며 온 민족이 통일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김영삼 전대통령과 이회창 총재를 필두로 한 한나라당, 조성태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조선일보, 국가정보원 등은 이러한 통일에 역행하는 언행들을 일삼으며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며, 그러한 반통일세력들을 규탄하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각각 상도동, 한나라당사 앞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을 하자, 많은 승객들이 박수를 치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아주머니는 수고하고 나서 따뜻한 차라도 한잔 하라고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덥썩 건네주어 학생들을 당혹케 하기도 하였다.
1. 상도동
2명 중 한 학생은 지하철 7호선 상도역에서 내려 김영삼 전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상반신을 재미있게 그린 그림과 그를 풍자하는 여러 말들이 많은 주민들의 시선을 끌었다.
한참을 올라가다 한 골목길에 이르자 그 곳에 상주하고 있던 경찰들이 운동복차림 등 미처 준비하지 못한 차림으로 2열로 대열정비하여 막기 시작했다. 왜 막냐고 물어보아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곧 이어 소대 책임자라는 남자가 다짜고짜 학생의 옷을 잡아당기며 초소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그러나, 학생이 이를 뿌리치며 소속과 이름과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발걸음을 막은 것이 불법이라며 법적 근거를 대기 시작하자 이것도 표현의 자유냐, 어디서 왔느냐, 목적이 뭐냐, 등의 이야기를 하며 조금은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윽고 좀 더 높은 위치에 있는 듯한 사람들이 와서 학생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사람들도 많이 보지 않았느냐, 사진도 찍고 했으니 그만 돌아가라, 더 들어가면 청와대 경호원들한테 연행된다, 이게 뭐냐 사람들이 계속 보지 않느냐 등의 이야기를 하며 설득과 협박을 적절히 섞어 이야기를 했지만, 갈길을 가로막는 법적 근거가 정확히 무엇이냐는 말에는 아무도 시원스런 답을 해 주지 않았다. 약 30분간 대화를 하다가 학생은 결국 발길을 돌렸다.
2. 한나라 당사 앞
2명 중 나머지 한 학생은 지하철 5호선 여의도 역에서 내려 한나라당사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당사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경찰들은 학생을 동그랗게 둘러싸기 시작했고, 잠시 후 당사에서 약 20∼30 미터 가량 밀어냈다. 이곳에서 역시 경찰들은 빨리 돌려 보내려는 노력들을 계속하였지만, 법적 근거를 묻는 학생의 말에는 오전에 집회가 끝나고 나서 또 다시 이러고 있지 않느냐며 엉뚱한 대답을 하였다.
아마 오전에 민주당사 앞에서 집회가 있었던 모양이다. 한나라 당사 앞에 간 학생은 꿋꿋하게 2시간 가량 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채 당사 앞을 지나가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도착한 지 약 2시간 만에 학생은 당사 앞에 보내줄 때까지 매일 오겠다는 말을 남기도 발길을 돌렸다.
이 두 학생은 다시 만나 지하철에서 같은 내용의 선전전을 진행하며, 받으며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앞으로 반통일세력들의 언행에 대한 국민들의 입장과 청년학생들의 의지가 무엇인지를 앞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내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영삼 전대통령, 이회창 총재와 한나라당, 조성태 국방장관과 국방부, 조선일보, 국가정보원 등 반통일세력을 압박하기 위한 1인시위를 앞으로 지속적으로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