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과정에서는 사회혁신 프로젝트 주제와 관련하여 해외 사례를 탐색할 수 있는 글로벌 스터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나는 비영리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자립준비청년의 경제관념 향상을 위한 챌린지를 운영하여, 시설 보호 중이거나 보호가 종료된 아동과 청소년의 자립을 선진국에서는 지원하는지 탐색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프로젝트 팀원들이 직접 해외 기관과 컨텍하여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어떤 인사이트를 위해 방문하는지 설득하는 과정이 있는데, 이를 준비하면서부터 우리에게는 큰 난관이 있었다.
'선진국에는 고아원이 없다.'
202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보호 아동, 청소년의 50%는 시설, 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아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동유럽 복지국가에는 대규모 아동, 청소년 보호 시설이 없었다. 즉, 고아원이 없는 것이다. 수소문 끝에 국제적인 네트워크인 World Without Orphans(이하 WWO)라는 고아 없는 세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고 그렇게 영국의 아동보호체계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영국 기관방문(WWO Europe)WWO Europe Leading Coordinator Richard Procter ⓒ 명인영
'원칙과 신념이 있는 아동보호체계'
우리는 영국에서 WWO 관계자 뿐만 아니라, 가정법원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판사를 만났다. 그리고 가정위탁과 사회복지 현장에서 오랜기간 근무한 사회복지사를 만나, 한국과 영국의 자립준비청년 지원 정책과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국은 보호 아동 및 청소년의 70%가 가정위탁을 통해 보호 받고 있으며, 영국의 가정위탁제도는 전문 에이전시가 있을 정도로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었다. 사회복지사들은 위탁가정 발굴과 전문교육 뿐만 아니라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지와 격려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영국 기관방문(Worcester Crown and County Court)Worcester Crown and County Court Judge Nadeem Khan(왼쪽), WWO Europe Leading Coordinator Richard Procter(오른쪽) ⓒ 명인영
영국의 아동보호체계 원칙과 신념은 '가족'에서 시작된다.
모든 아동은 '가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원칙과 신념은 가정위탁이 활성화되는 문화의 근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가족의 형태에서 아동이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강한 신념에 따라, 보호 아동과 청소년은 첫 째로 친인척이 보호하거나 친인척 체계에서 불가능할 경우 가정위탁제도를 통해 보호받게 된다. 아동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보호체계의 존재 이유라 볼 수 있다.

▲영국 기관방문(Oxford Crown Court)WWO Europe Legal Consultant Ruth Sharon ⓒ 명인영
'그렇다면 시설보호가 아닌, 가정위탁이 답인가?'
영국의 자립준비청년들도 한국의 자립준비청년들이 겪는 경제적 문제, 사회문제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다는 연구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정위탁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영국은 최근 가족이 해체되기 전에, 가족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근본적으로 가족이 해체되는 경험에 따른 트라우마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게 어렵다면 아동이 가족과 유사한 형태 즉, 사회적 가족, 입양 등의 환경에서 상호작용하며, 가족안에서 성장하며 마땅히 경험해야할 것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국 기관방문(Home for Good Worcestershire, WCF)Home for Good Worcestershire 위원장 Stuart Watkins(왼쪽), Worcestershire Children First(WCF) Manager Joy polloak(오른쪽) ⓒ 명인영
'스위스는 좀 다르겠지?'
WWO는 국제적인 네트워크 조직으로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WWO 창립자와 아동양육시설을 운영중인 원장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스위스의 자립준비청년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궁금했다. 경제적 문제나 사회문제에 노출될 위험성이 더 높냐는 질문에 그들을 이렇게 답했다. '그런 문제는 자립준비청년이 아닌 모든 청년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야. 그들만 특정 지어서 통계를 내야 하는 이유가 없어'. 스위스의 사회 문화적 정서와 복지 체계가 우리나라와 너무나 달라, 문제를 정의하는 관점과 접근에도 차이가 있었다. 특히 모든 청소년과 청년 대상 고등교육과 특히 도제 교육 과정이 촘촘하기 때문에, 일정 교육을 마치면 '무조건' 자립할 수 있는 역량과 상황이 갖춰진다는 것이다. 분명 한국 그리고 영국과 다른 복지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스위스 기관방문(KITA Dampfschiff)KITA Dampfschiff 교육이사 Regula Ehrismann(왼쪽), WWO Europe 창립멤버 Barbara Ruegger(오른쪽) ⓒ 명인영
'우리가 보호 아동, 청소년의 가정이 되어야 한다'
영국, 스위스 두 국가의 아동, 청소년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며 한국과 비슷한 점은 무엇인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선진국 사례를 깊이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우리나라에는 없고 두 나라에는 있는 공통점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물리적으로 자립하기 전까지는 영국의 경우 지역사회 내 '믿을만한 어른'이 방문하거나, 스위스의 경우에도 사회복지사나 분야 전문가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아동과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자립을 위해서는 적절한 양육환경 뿐만 아니라 정서적 보호와 관계가 중요하다는 맥락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시설보호 중심에서 벗어나, 가정위탁 제도를 통해 아동과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하며 우리 그리고 지역사회가 이들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가정이 되길 바란다.
글쓴이: 명인영(아산프론티어아카데미 13기, 가족복지 현장에서 근무하는 건강가정사, 사회복지사)
덧붙이는 글 |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Asan Frontier Academy) 과정에서 실천하는 사회혁신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Asan Frontier Academy)는 소셜섹터 중간관리자가 경영 능력과 리더십, 기업가정신을 고루 함양한 차세대 사회혁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이들은 경영 전략, 리더십, ESG와 임팩트, 브랜딩, 재무회계, 캡스톤, 사회혁신 프로젝트로 구성된 통합 교육을 통해 기관 발전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전문성을 강화해 더 큰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7개월 간의 교육 기간 동안 분야별 최고 전문가 강의, 토론, 케이스 스터디, 혁신기관 필드트립, 글로벌 스터디, 사회혁신 프로젝트 등을 경험합니다. 2013년 처음 시작한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는 수많은 소셜섹터 분야 리더를 배출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