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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2월 14일, 한남 뉴타운 재개발 일대에서 만난 한 주민 ⓒ 홍성우
"40년 가까이 살았지. 이사가라고 하는데, 늙은이들이 무슨 돈이 있어."
한남동 골목에서 만난 한 주민이 담담하게 말했다. 서울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인 '한남뉴타운'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 일대 풍경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2003년 시작된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은 용산구 한남·보광·이태원동 약 111만㎡를 대상으로 하는 서울 최대 규모의 재개발 사업이다. 2025년 7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으며 사업이 본격화됐고, 철거와 공사의 시간이 지속되고 있다.
▲ 2026년 2월 14일, 한남 뉴타운 재개발 일대 ⓒ 이보슬
한남뉴타운이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완공 후 약 1만 2300여 세대의 대규모 신축 단지로 탈바꿈할 이곳은, 부동산 시장에서 이미 인근 집값을 끌어올리는 '한남 프리미엄'의 진원지로 꼽힌다. 반면 세입자와 고령 원주민을 중심으로 한 이주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만으로는 인근 전세 시세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그 변화의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나를 포함한 사진가 6명이 모였다. 김동희, 김승호, 김철승, 장정훈, 홍성우. '생각보다 행동(Action Over Thought)'을 모토로 한 우리는 2026년 1월 'AOT Seoul'이라는 이름으로 뭉쳐,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한남뉴타운 일대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각자 시간이 되는 주말에 돌아가며 재개발로 사라질 골목과 건물, 그 안에 남아 있는 일상의 흔적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방식이다. 촬영을 시작한 뒤 한 사진가가 이런 말을 했다.
"잘 모르겠어요. 우선 찍고는 있는데, 재개발이 나쁜 건지 좋은 건지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 2026년 2월 14일, 한남 뉴타운 재개발 일대에서 만난 한 주민 ⓒ 김승호
재개발이 나쁜 것일까, 좋은 것일까? 나 역시 어느 한쪽을 쉽게 단정하지 못한다. 내 고향 대전광역시 동구 가양동의 낡은 아파트에서 엄마는 약 30년을 살았다. 겨울이면 보일러를 틀어도 집 안은 늘 추워서 패딩을 입고 지내야 했고, 화장실에서는 이따금 녹물이 흘러나왔다. 그 아파트가 재개발 확정을 받았고, 오랜 과정 끝에 작년 말부터 새 건물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파트 잘 지어지고 있다.^^'
가족 단톡방에 엄마가 종종 올리는 메시지다. 살 날보다 죽을 날이 더 가깝다고 말해오던 엄마에게, 새 집에 들어간다는 설레는 꿈이 생겼다. 하지만 한남동 골목에서 만난 그 노인은 갈 곳이 없다며 근심 어린 얼굴로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재개발은 누군가에게는 더 나은 삶을 향한 기회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 살아온 자리를 떠나야 하는 일이다.
▲ 2026년 2월 27일, 한남 뉴타운 재개발 일대 ⓒ 장정훈
나는 이번 기록을 재개발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어느 한 관점을 대변하는 일로 시작하지 않기로 했다. 재개발이 진행 중인 현장의 오늘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출발점이다. 골목 담벼락에는 이삿짐센터 광고지가 겹겹이 붙어 있고, 철거가 끝난 건물 안쪽에는 미처 가져가지 못한 물건들이 남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던 공간이 무너져 돌더미로 쌓여 있는 광경을 마주할 때면, 그 감정을 말로 옮기기 어렵다. 무너진 현장 바로 옆 건물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고, 배달 오토바이가 골목을 오간다. 생(生)과 사(死)가 맞닿아 있는 도시의 오늘,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해 기억하고자 한다.
▲ 2026년 3월 2일, 한남 뉴타운 재개발 일대 ⓒ 김철승
한남뉴타운은 AOT Seoul의 시작점이지만, 끝은 아니다. 서울 곳곳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재개발과 재건축, 도시재생이라는 이름 아래 수십 년 된 골목과 건물들이 지도에서 지워지고 있다. AOT Seoul은 앞으로도 한남뉴타운을 넘어 변화하는 서울 전역의 현장을 렌즈에 담을 것이다.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새로 들어서는지—그 변화의 결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오늘의 도시를 미래에 증언하는 것. 그것이 AOT Seoul이 카메라를 드는 이유다.
▲ 2026년 2월 22일, 한남 뉴타운 재개발 일대 ⓒ 김동희
덧붙이는 글 | AOT Seoul의 기록은 인스타그램 계정 @AOT_SEOUL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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