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월대보름을 앞둔 장날, 양산 남부시장 오일장에서 시민과 상인들이 제철 농수산물과 생활용품을 사고팔며 활기를 띠고 있다. 이날 시장 곳곳에서는 지신밟기 행사가 열려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다. ⓒ 정남준
지난 1일 오전, 정월대보름(3월 3일)을 이틀 앞둔 경남 양산시 '남부시장'은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매월 달력 끝자리 1, 6일마다 서는 오일장이 열린 날이기도 했다. 장이 서는 날이면 시장 안 골목은 물론, 인근 주택가와 도로변까지 좌판이 길게 늘어선다. 평소보다 몇 배는 넓어진 장터는 그 자체로 하나의 마을이 된다.
시장 입구부터 봄기운이 묻어났다. 냉이를 비롯한 봄나물 더미가 소쿠리에 수북이 쌓였고, 싱싱한 생선과 건어물에서는 바다 냄새가 풍겼다. 좌판 한켠에는 부럼용 땅콩과 호두, 오곡밥 재료들이 가지런히 놓였다. "대보름 지나야 진짜 한 해가 시작되는 기분이지요." 20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한다는 한 상인은 손님에게 덕담을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남부시장 오일장은 단순한 장터를 넘어선다. 부산과 울산 등 인근 지역에서 온 상인들이 좌판을 펴고, 지역 주민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모여든다. 흥정은 여전히 살아 있다. "조금만 더 깎아주이소~" "장날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예~" 짧은 대화 속에 사람 냄새가 배어난다.
하지만 웃음 뒤에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계속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채소 가격은 들쑥날쑥하고, 손님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한 건어물 상인은 "예전엔 장날이면 쉴 틈이 없었는데 요즘은 매출이 예전만 못하다"면서도 "그래도 장날은 사람 구경하고, 단골 얼굴 보는 맛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체념과 희망이 함께 묻어 있었다.
이날 시장의 분위기를 더욱 북돋운 것은 '양산문화원' 풍물패가 마련한 정월대보름 지신밟기 행사였다. 풍물패의 꽹과리와 장구 소리가 울리자 상인들은 가게 앞에 나와 두 손을 모았다. 지신을 달래고 액운을 막으며 복을 기원하는 전통 의식은 시장 골목을 따라 이어졌다. 지신밟기 패가 상점 앞에 설 때마다 상인들은 약간의 성금을 내놓기도 하였다. "올해는 전부 건강하시고, 장사 좀 잘되게 해주이소~" 소박한 바람이 덕담이 되어 오갔다. 풍물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가게 앞에 서 있던 상인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전통시장은 흔히 '사라져가는 공간'으로 이야기되지만, 이날 남부시장은 달랐다. 사람들은 여전히 장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시대에도, 직접 물건을 만져보고 값을 흥정하며 안부를 묻는 장터의 방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이런 공간의 의미는 더 또렷해진다.
정월대보름은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며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날이다. 예부터 사람들은 부럼을 깨며 부스럼을 막고, 오곡밥을 나누며 풍년을 빌었다. 이날 남부시장에서 오간 것은 단순한 농수산물과 생필품만이 아니었다. 서로의 안녕을 묻는 인사, 힘내라는 격려와 다짐의 인사도 오갔다.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일상이 된 요즘,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그러나 장날의 남부시장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골목을 가득 채운 좌판과 흥정 소리, 지신밟기 풍물 가락은 이곳이 단순한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마당임을 보여준다.
정월대보름을 앞둔 장날, 남부시장은 그렇게 또 한 번 희망을 사고팔았다.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지만, 그 고단함을 나누는 자리가 있는 한 장터의 봄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 정월대보름을 앞둔 장날, 양산 남부시장 오일장에서 시민과 상인들이 제철 농수산물과 생활용품을 사고팔며 활기를 띠고 있다. 이날 시장 곳곳에서는 지신밟기 행사가 열려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다. ⓒ 정남준
▲ 정월대보름을 앞둔 장날, 양산 남부시장 오일장에서 시민과 상인들이 제철 농수산물과 생활용품을 사고팔며 활기를 띠고 있다. 이날 시장 곳곳에서는 지신밟기 행사가 열려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다. ⓒ 정남준
▲ 정월대보름을 앞둔 장날, 양산 남부시장 오일장에서 시민과 상인들이 제철 농수산물과 생활용품을 사고팔며 활기를 띠고 있다. 이날 시장 곳곳에서는 지신밟기 행사가 열려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다. ⓒ 정남준
▲ 정월대보름을 앞둔 장날, 양산 남부시장 오일장에서 시민과 상인들이 제철 농수산물과 생활용품을 사고팔며 활기를 띠고 있다. 이날 시장 곳곳에서는 지신밟기 행사가 열려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다. ⓒ 정남준
▲ 정월대보름을 앞둔 장날, 양산 남부시장 오일장에서 시민과 상인들이 제철 농수산물과 생활용품을 사고팔며 활기를 띠고 있다. 이날 시장 곳곳에서는 지신밟기 행사가 열려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다. ⓒ 정남준
▲ 정월대보름을 앞둔 장날, 양산 남부시장 오일장에서 시민과 상인들이 제철 농수산물과 생활용품을 사고팔며 활기를 띠고 있다. 이날 시장 곳곳에서는 지신밟기 행사가 열려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다. ⓒ 정남준
▲ 정월대보름을 앞둔 장날, 양산 남부시장 오일장에서 시민과 상인들이 제철 농수산물과 생활용품을 사고팔며 활기를 띠고 있다. 이날 시장 곳곳에서는 지신밟기 행사가 열려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다. ⓒ 정남준
▲ 정월대보름을 앞둔 장날, 양산 남부시장 오일장에서 시민과 상인들이 제철 농수산물과 생활용품을 사고팔며 활기를 띠고 있다. 이날 시장 곳곳에서는 지신밟기 행사가 열려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다. ⓒ 정남준
▲ 정월대보름을 앞둔 장날, 양산 남부시장 오일장에서 시민과 상인들이 제철 농수산물과 생활용품을 사고팔며 활기를 띠고 있다. 이날 시장 곳곳에서는 지신밟기 행사가 열려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다. ⓒ 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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