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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강경 진압 논란 인물인 박진경 대령을 기리는 경남 남해군의 동상. 비문에는 4·3을 ‘무장폭동’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역사 왜곡 논란과 함께 시민단체들의 철거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 정남준

경남 남해군 이동면 앵강휴게소 전망대 아래에 세워진 박진경 대령 동상을 둘러싸고 제주 4·3 사건에 대한 역사 왜곡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박진경 대령이 제주 4·3 당시 무고한 민간인들을 '무장폭동 세력'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을 주도했다는 증언과 기록이 다수 존재한다며, 동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동상에 새겨진 추모 비문이다. 비문에는 "당시 제주도는 공산 기반이 설정되어 1948년 4월 3일 무장폭동이 돌발하여 양민이 학살되고 치안이 극도로 혼란하니, 공은 신편 부대와 동시에 군경 연합작전을 실시하여 공산 잔당을 소탕하고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 노력하였다"라고 적혀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문구가 제주 4·3의 성격을 일방적으로 '공산 폭동'으로 규정하고, 국가 공권력에 의해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을 사실상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양민이 학살되고'라는 표현이, 누가 누구를 학살했는지의 주체를 흐린 채 진압 작전을 '질서 회복'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제주 4·3 강경 진압 논란 인물인 박진경 대령을 기리는 경남 남해군의 동상. 비문에는 4·3을 ‘무장폭동’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역사 왜곡 논란과 함께 시민단체들의 철거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 정남준

박진경 대령은 4·3 당시 제주도 제9연대 연대장으로, 강경 진압 노선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후 내부 반발 속에서 암살 당했으나, 최근 공개된 증언과 연구에서는 그의 재임 기간 중 무차별적인 검속과 주민 희생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제주 4·3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대량 희생 사건'으로 공식 규정되었고, 대통령의 사과와 특별법에 따른 진상조사도 진행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해에 세워진 박진경 대령 동상은 이러한 국가적 합의와는 배치되는 서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역사적 평가가 달라진 인물을 무비판적으로 영웅화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라며, 동상 철거 또는 최소한 비문 수정과 공적 설명판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에서는 "당시 군인의 역할을 현재의 기준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어,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동상이 단순한 개인 추모물을 넘어, 공공의 공간에서 특정 역사 인식을 고정시키는 상징물이라는 점이다. 누구를 기억하고, 무엇을 기념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다시 남해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진경동상#앵강휴게소#남해군#비주류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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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드러나지 않은 삶과 소외된 이들의 희망을 세상에 전하고자 합니다. 사실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그 긴 여정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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