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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08 12:03최종 업데이트 25.12.08 12:03

90kg 50대 남편이 울며 아내를 껴안게 만든 선물

한 해 동안 애쓴 재수생 딸과 남편에게 만든 열두 달 응원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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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해의 마지막 달, 12월이다. 직장인들은 승진이나 전보 등 직무 배치를 앞둔 인사철이라서, 학생들은 기말고사 시즌과 수능 후 원서 접수를 앞둔 시기라서 집집마다 마음이 분주한 시기다. 우리 집도 꼭 한두 명은 이런 상황에 놓이곤 했는데, 올해는 가족 모두가 각자의 사정으로 분주해졌다.

수능 시험 결과가 나온 큰아이는 희망군 대학, 학과 중 합격 가능군을 추리느라 바쁘고, 남편은 지난 몇 년간 미뤄진 승진 문제가 올해는 풀릴 수 있을지 긴장감 최대치다. 정시 대학 진학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누나의 현실을 목도한 둘째 아이는 수시 진학을 목표로 기말고사에 올인 중이다. 교사인 난 학교 이동 시기가 되어 다른 학교의 전출 예상 교원 수 등 각종 이동 정보에 잔뜩 민감해져 있다.

딸에겐,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라도 괜찮다고

아무리 모두가 열심히 달려도 결승선에서 누군가는 환호를, 누군가는 쓴맛을 맛본다. 그게 지금 내 가족들의 가까운 미래라 생각하니 엄마이자 아내로서 염려스러웠다. 우리 가족들이 열심히 달려온 과정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에 실망하게 될까 봐.

시스템은 결과로 평가할지라도 고군분투한 각자의 과정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더 힘내어 볼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이 한 해 동안 얼마나 애썼는지 내가 알고 있다고, 당신의 결승선은 여기가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은데 얼굴을 보며 얘기하기엔 왠지 쑥스럽다. 그럴 때 유용한 것이 손글씨다. 그래서 한 해를 열심히 살아온 우리 가족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마음을 담아 손글씨 달력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DIY 무지 달력과 꾸밈용 판박이 스티커를 구입했다. 필기도구는 다이소에서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제노펜이 무난하다. 각 달별로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응원 문구를 열심히 찾아 달별로 배치해 썼다. 각 문구에 어울릴 법한 스티커 1~2개로 포인트를 주면 끝. 글씨를 좀 더 멋들어지게 쓸 수 있다면 전시 효과는 더 크겠지만, 상대를 위해 고르고 고른 말들은 상대에게 글자의 형태로만 다가가지 않는다.

딸에게 선물한 달력 딸에게 직접 응원 문구를 써서 선물한 달력 ⓒ 정혜영

실제로 딸은 첫 달 문구를 읽고 둘째 달부터 몸을 돌리기 시작했고 마지막 달까지 흐느끼는 어깨를 주체하지 못했다. 우느라 눈이 벌게진 아이를 안아줄 때, 백 마디 말보다 더 깊은 엄마의 마음을 전달한 듯해 기뻤다.

사실, 처음부터 모든 가족 맞춤 달력을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 재수하느라 고생한 큰아이가 흡족하지 않은 수능 시험 결과에 코가 빠져 있길래 계획했던 일이었는데, 이 달력을 보자 부러워하는 남편의 눈길이 느껴졌다. 위로가 필요한 건 나이 든 어른도 마찬가지다.

남편에겐, 우리만의 속도로 함께 가자고

남편 응원용 문구가 자식용과 같을 순 없었다. 아이에겐 앞으로를 응원하는 마음이 컸다면, 남편에겐 옆에서 묵묵히 함께 하겠다는 마음이 더 비중을 차지했다. 50이 넘은 우리 부부의 미래는 천천히 우리만의 속도로 함께 가자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남편에게 선물한 탁상용 달력 남편에게 직접 응원 문구를 써서 선물한 달력 ⓒ 정헤영
남편에게 선물한 탁상 달력 남편에게 직접 응원 문구를 써서 선물한 달력 ⓒ 정혜영

남편이 달력을 좋아할 줄은 예상했지만 반응은 내 기대 이상이었다. 자기 것이라는 말에 어린아이처럼 입이 함지박만 해지더니, 마지막까지 다 보고는 나를 와락 끌어안는 게 아닌가! 90킬로가 넘는 남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느끼며, "설마, 우는 건 아니지?" 하고 농을 던졌는데... 남편이 정말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럴 때 "늘 애써줘서 고마워. 사랑해!" 같은 달콤한 응대를 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정작 내 입에서 나간 말은, "아이고~ 울 신랑, 에스트로겐 과다다 진짜!"였다. 역시, 마음을 전할 때는 말보단 글이 훨씬 낫다.

누구나 각자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한 해를 달려왔을 것이다. 일 년을 마감하며 다소 결실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괜찮다. 이제 한 해 동안 애쓴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며 다독여 줄 시간이다. 한 해를 마감하며 가족이나 고마운 지인들에게 조금은 특별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그 마음을 직접 쓴 DIY 달력은 어떨까. '마음을 전달하고 감동받는 시간, 5초'의 기적을 누려 보시라.

남편에게 직접 응원 문구를 써서 선물한 달력 남편에게 직접 응원 문구를 써서 선물한 달력 ⓒ 정혜영

남편에게 직접 응원 문구를 써서 선물한 달력 ⓒ 정혜영

남편에게 직접 응원 문구를 써서 선물한 달력 ⓒ 정혜영

남편에게 직접 응원 문구를 써서 선물한 달력 남편에게 직접 응원 문구를 써서 선물한 달력 ⓒ 정혜영
남편에게 직접 응원 문구를 써서 선물한 달력 남편에게 직접 응원 문구를 써서 선물한 달력 ⓒ 정혜영

남편에게 직접 응원 문구를 써서 선물한 달력 남편에게 직접 응원 문구를 써서 선물한 달력 ⓒ 정혜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DIY탁상달력#연말연시추천선물#응원문구#캘리그라피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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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은 공립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아이들에게서 더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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