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회

강원제주

포토뉴스

새벽출어 ⓒ 진재중

새벽 어둠을 깨우는 바다는 언제나 거친 파도와 맞서야 한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간, 뱃전에 선 이들의 노동은 쉼 없이 이어진다. 이제 그 자리에 한국의 어부는 드물다. 험난한 바다를 지탱하는 것은 먼 타국에서 건너온 외국인 선원들이다.

그들은 낯선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어, 끝없는 바람과 고단한 파도에 몸을 맡긴다.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과 사고, 그리고 차별의 그림자와도 맞서야 한다.

그들의 손길 없이는 오늘의 한국 어업도 존재할 수 없다. 거친 바다 위, 보이지 않는 희생과 땀방울이 바로 어업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강릉 사천에서 오랫동안 어업에 종사해 온 박성호 어촌계장은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이제 어촌의 일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도 와보긴 합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만 일하고 '너무 힘들다'며 금방 떠나버립니다." 박성호 계장의 말처럼, 한국 어촌 사회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고령화와 인력 기피 현상 속에서 어업 현장은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언어 장벽 속 위험한 노동현장

바다 현장에서 분주히 일하는 선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외국인 선원으로, 이제 한국 어업의 중요한 주축을 이루고 있다. ⓒ 진재중

언어와 문화의 차이는 소통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안전사고와 갈등을 키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몸짓과 눈짓에 의존한 채 일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베트남 국적의 다이(37)씨는 한국에서 처음 일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어요. 지시를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고, 몸짓으로 설명해도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게다가 거센 파도를 헤치며 일해야 하니 항상 위험이 따랐죠"라고 회상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외국인 선원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안전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특별한 캠페인 제작에 나섰다. 지난 7월 전남 나주 벽돌공장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인권유린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선원 의존도가 높은 어업 현장에 맞춘 캠페인송 'K-어업 친구'를 제작·배포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캠페인송을 기획한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신종원 경사는 "외국인 선원은 이제 한국 어업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동료"라며 "이번 캠페인송이 현장 곳곳에서 불려지며, 선원들의 안전과 인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원을 위한 홍보영상 촬영 현장. 안전과 인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선원들과 어업인들이 함께 참여했다.” ⓒ 동해해경 제공

캠페인송 제작에는 베트남 근로자들과 우리 선원, 해경 대원이 함께 참여해 현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언어와 문화는 달랐지만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는 순간이 연출되었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었다. 특히 K-팝이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국적과 세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캠페인송제작에 참여했던 베트남 출신 노동자는 "우리를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이렇게 캠페인 제작에 동참하면서 한국문화와 어업현장에 대해서 깊이 이해 할 수 있었다"라면서 "앞으로는 더욱 현장에서 안전을 신경 쓰고 한국인을 이해하는 데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제작에 동참한 선장 김준석(46)씨는 현장에서 외국인근로자들과 소통하기도 어렵고 문화가 달라서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이런 캠페인송을 만들어서 배포해 준다면 우리 어업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를 모았다.

“항구에서 작업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이제는 한국인 근로자보다 더 많은 수가 어업 현장을 지탱하며, 한국 어업의 든든한 일손이 되고 있다.” ⓒ 진재중

그물손질을 하는 외국인 선원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선원은 어업 현장의 필수 인력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들은 국내 수산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진재중

즐겨 부르는 노래에서 바다문화로

가수 진시몬의 대표곡 <보약같은 친구>가 외국인 선원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송으로 개사됐다.

이번 노래는 선주와 내국인 선원이 외국인 선원의 문화와 언어 차이를 이해하고,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됐다. 흥겨운 트로트 리듬을 활용해 어업 현장에서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촬영에 동참한 김민우 경장은 "트로트에 익숙해진 베트남 근로자들이 촬영 내내 즐겁게 리듬을 타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희도 덩달아 기뻤다. 음악이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해주는 힘을 다시 한 번 느꼈다"라면서 "이번 캠페인송은 외국인 선원들이 바다 위에서 조금 더 안전하고 존중받는 노동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문화적 가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1일부터 배부될 'K-어업 친구'는 단순히 함께 부르는 노래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새로운 바다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특히 외국인 선원을 이해하고 이들이 현장 속에서 더 따뜻하게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울림이 되기를 바란다. 바다 위에서의 하루하루가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되는 그날을 향해, 이 노래는 조용히 그러나 힘있게 울려 퍼질 것이다.

“새벽바다로 출어하는 어선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외국인 선원이 승선해 한국 어업의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 진재중
#외국인선원#바다#위험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