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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 하순, 가을이 깊어지면 구례 지리산치즈랜드는 봄의 수선화가 남긴 노란 기억을 지우고, 선명하고도 강렬한 붉은빛의 향연을 시작합니다. 바로 언덕과 초원을 붉게 물들이는 꽃무릇의 개화 소식입니다. 이곳은 봄의 수선화로 널리 알려졌지만, 가을에 숨겨진 비경처럼 피어나는 꽃무릇의 정열적인 풍경은 아는 이들만 찾아와 즐기는 특별한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지리산치즈랜드에 핀 붉은 꽃무릇 ⓒ 임세웅

지리산호수공원 주변의 웅장한 산세를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목가적인 초원, 그 위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 떼의 모습은 이곳의 상징적인 풍경입니다.

이 평화로운 풍경에 붉은 꽃무릇 군락이 더해지며 현실을 넘어선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잎 없이 먼저 피어나는 꽃의 특성상, 마치 땅에서 붉은 불꽃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푸른 초원이라는 도화지 위에 누군가 정교하게 흩뿌려 놓은 붉은 물감처럼, 그 색의 대비는 보는 이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습니다.

지리산치즈랜드에 핀 붉은 꽃무릇 ⓒ 임세웅

특히 지리산 호수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솔숲 쉼터 주변은 꽃무릇이 절정을 이루는 장소입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시원하게 뻗은 소나무의 짙은 녹색과 땅을 뒤덮은 꽃무릇의 붉은빛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완성합니다. 솔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이 꽃잎에 닿을 때마다 그 붉은색은 더욱 깊고 투명하게 빛나며, 바람이 불 때마다 일렁이는 붉은 물결은 살아있는 생명력 그 자체를 느끼게 합니다.

지리산치즈랜드에 핀 붉은 꽃무릇 ⓒ 임세웅
지리산치즈랜드에 핀 붉은 꽃무릇 ⓒ 임세웅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고즈넉한 자연 속에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9월의 지리산치즈랜드를 거닐어 보길 바랍니다. 부드러운 구릉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걸으며 발치에 피어난 붉은 꽃무릇의 인사를 받는 경험은 잊지 못할 가을날의 낭만과 깊은 서정을 선물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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