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손질로 분주한 위판장, 활기를 되찾다 ⓒ 진재중
▲ 묵호어시장 오징어가 잡히면서 모처럼 어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다. ⓒ 진재중
▲ 경매를 마친 오징어, 상자에 차곡차곡 담고있다 ⓒ 진재중
강원도 동해안, 강릉 주문진항과 동해 묵호항, 고성 거진항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몇 해째 깊어지는 오징어 어획량 감소로 속을 태우던 어민들의 표정에 올여름은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다. 새벽 경매가 한창인 각 항구에는 오징어 상자들이 속속 도착하며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오징어 위판시장, 오랜만에 활기 띠다
▲ 경매를 기다리는 위판장의 오징어들 ⓒ 진재중
지난 13일 독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오징어잡이 배들이 강릉 주문진과 동해 묵호항, 고성 거진항 등에 속속 입항했다. 배마다 수조에는 신선한 오징어가 가득 실렸고, 위판장에는 어민과 상인, 관광객들까지 몰려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웃음 되찾은 상인들 "정말 오랜만에 오징어 말려본다"
▲ 오징어 말리기 건조대에 널려 말라가는 오징어
ⓒ 진재중
▲ 건어물 상가 앞, 바람에 말려지는 오징어 ⓒ 진재중
오징어 어획량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강릉 주문진항 경매장에 손님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인근 음식점들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으며,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오징어 물회가 다시 식탁에 오르고 있다.
주문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은경씨는 "오징어가 잘 잡히지 않던 시기엔 손님도 줄고, 횟집들도 메뉴에서 오징어를 뺐다"며 "요즘은 분위기가 좋아져 오징어 물회를 다시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건어물을 판매하는 상인들 역시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고 있다. 고성 대진항에서 건조상을 운영하는 김숙자씨는 "상점 앞에서 오징어를 말리는 게 정말 오랜만이다. 전에는 손님들에게 건조오징어를 권하는것 조차 미안했는데 이제야 조금씩 회복돼 다행스럽다"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희망 뒤에 숨은 불안
▲ 주문진 어시장 어선 위에서 갓 잡은 오징어가 조심스레 내려지고 있다. ⓒ 진재중
하지만 조업 초반의 반가운 소식에도 어민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어획량 감소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이다. 한 어민은 "지금은 잘 잡히지만, 언제 또 끊길지 모른다"며 "10년 주기로 오르내리는 조황 패턴도 무너진 채 계속 하락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2021년 약 6천 톤에서 지난해 1천 톤 수준으로 급감하며 2년 만에 약 80% 가까이 줄었다. 수온 상승과 해류 변화, 외국 어선의 불법 조업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어장 환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오징어, 강원 어민 삶의 상징이자 경제 버팀목
▲ 오징어 경매된 오징어를 차곡차곡 상자에 담고 있다. ⓒ 진재중
▲ 햇살 아래 먹음직스럽게 말라가는 오징어 ⓒ 진재중
오징어의 귀환은 단순한 수산물의 회복을 넘어,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희망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해마다 줄어드는 어획량에 지친 어민들과 텅 빈 어판장을 바라보던 상인들에게 이번 소식은 가뭄 끝에 내린 단비처럼 반가운 변화다.
어민들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잡히니 살아볼 만하다"며 다시금 어망을 손질하고, 상인들은 "손님들 얼굴 보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며 하루하루를 준비한다. 오징어는 단순한 수산물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삶과 정서를 담은 상징이기도 하다.
특히 여름철을 앞두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 오징어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지역 특산품과 외식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기후 변화와 남획, 해양 환경의 변화 속에서 일시적인 풍어가 아닌 지속 가능한 어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바다에서 시작된 희망의 물결이 어촌을 넘어 지역 사회 전반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오징어의 회귀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회복과 안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