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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앞산 주상절리 ⓒ 김명희

대구 앞산의 여러 계곡 중 가장 신천 물가에 붙은 골짜기를 고산골이라 한다. 신라 말기에 고산사라는 절이 세워진 곳이라 하여 그런 이름을 얻었다. 절은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다가 1961년 재건되었는데 그 이후 법장사로 사찰명이 바뀌었다.

'법장사 삼층석탑'은 고산골 유일의 지정 문화유산으로 '대구광역시 문화유산자료'이다. 고산골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문화유산에는 용두토성이 있다. '또 다른 문화유산'이라는 표현은 용두토성이 비지정 문화유산이라는 뜻이다. 용두토성은 통일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에 축성된 것으로 여겨지는 소규모 산성이다.

법장사 석탑 보이면 대부분 하산하지만, 조금 더 가면 나오는 즐거움

대부분의 고산골 등산객은 법장사 삼층석탑을 보고는 발길을 돌려 하산한다. 지금부터 산 정상부까지 가려면 30분을 더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 데다가, 길도 상당히 가파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오르는 그 30분이 대단한 즐거움을 주는 산행길이라는 사실을, 올라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지난 1일 이곳에 올랐다.

대구 앞산 고산골 잣나무 단지 ⓒ 김명희

더 오르는 길에는 첫째, 24년 전에 조성된 잣나무 단지가 안겨주는 즐거움이 있다.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솟은 잣나무들이 맑은 공기와 싱그런 그늘을 만들어내면서 산길 나그네를 반겨준다. 곳곳에 등이 편안할 것 같은 의자들이 놓여 있어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은 유혹이 자못 강렬하다.

이곳 고산골 잣나무 단지는 "대형 산불로 인하여 소실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하여 1983년 24ha 규모로 조성되었다. '잣'은 성질이 온화하고 변비를 다스리며 가래와 기침에 효과가 있고 폐의 기능을 돕는다고 한다"라는 안내판 내용도 약간 지친 등산객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정화시켜 준다.

대구 앞산 고산골 잣나무 단지 ⓒ 김명희

둘째, 7천만 년 전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잣나무 단지를 지나 좀 더 높은 지대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크게 힘이 들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잣나무 단지를 지나면 5분도 되지 않아 산줄기 능선을 가로지르는 주 등산로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산성산, 직진하면 청룡산, 오른쪽으로 가면 앞산 정상에 닿는다. 물론 되돌아가면 고산골로 내려간다.

등산할 때와 하산할 길이 달라야 더욱 재미

이번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산을 찾을 때 오른 길로 되돌아 하산을 하면 이미 본 것들을 또 눈에 담아야 하니 신선한 맛이 모자랄 뿐더러 재미도 없다. 그래서 고산골 서쪽에 있는 큰골로 하산하기로 한다. 그렇게 길을 선택하면 예상 밖의 즐거움을 맛보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주상절리에는 제주도 서귀포의 대포동 지삿개 주상절리를 비롯해 한탄강 일대, 울릉도와 독도, 광주 무등산의 서석대와 입석대, 그리고 경주 양맘의 주상절리 등이 있다. 대구 시민이 주상절리를 보려면 가장 까운 곳이 경주 양남 바닷가를 찾는 일이다.

대구 앞산 주상절리 ⓒ 김명희

그런데 시내 중심부에 '앞산 주상절리'가 있다니, 자녀 또는 학생들과 자연학습을 다니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기쁜 마음으로 현지 안내판을 읽어본다.

"앞산 주상절리는 주능선 길에 위치한다. 본 주상절리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약 7천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인해 분출된 용암이 흘러가던 중 급격히 식어 만들어진 것이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을 때 부피가 수축되면서 갈라진 면을 만들어놓는데, 그 횡단면이 오각형, 육각형 형태로 기둥을 닮았다 하여 주상절리라 부른다."

이곳 주상절리를 통해 대구 앞산이 화산 지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상절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성되는지도 알게 된다. 안내판에는 주상절리 생성과정을 도표화해서 설명해주는 아주 친절한 그림까지 있어, 이 분야 지식이 없던 사람도 충분히 이해를 하게 된다.

안내표지판에 설명된 주상절리 생성과정 ⓒ 김명희

비록 규모가 작아 천연기념물 등으로 지정받지는 못했지만, 인구가 235만 명이나 되는 대도시에서 7천만 년 전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행운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40분 땀흘려 산에 오른 보람을 만끽한다. 앞산에 주상절리가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하는 시민 여러분들께, 근처에 오면 꼭 이곳을 찾아가보시라는 뜻에서 소개를 드린다.



#주상절리#대구앞산#고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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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자영업자로 살아 왔고, 이제 은퇴를 했습니다. 어릴때부터 꿈꾸었던 여행을 다니고, 문화행사에도 참여하면서 삶의 여백을 가꾸어볼까 합니다. 가능하면 책도 한 권 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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