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박9일 동안 포르투갈을 여행했다. 리스보아를 포함한 남부 지역, 코임브라를 중심으로 한 중부 지역, 포르투를 중심으로 한 북부 지역이다. 이들 지역의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역사, 자연과 지리, 문화와 예술 그리고 사는 이야기 등을 살펴볼 것이다. 포르투갈 해안은 절벽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그 중 서쪽해안 끝 카보 다 호카의 자연과 지리 그리고 역사를 살펴보았다.[기자말] |
유럽대륙의 서쪽 끝 해안 절벽...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신트라 구시가지에는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로드 바이런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는 시 '기사가 되려는 해롤드의 순례기행(Childe Harold's Pilgrimage)'에서 신트라를 '에덴동산처럼 영광스러운(glorious Eden)' 곳이라고 표현했다.
그 때문인지 로드 바이런 술집에 바이런 동판이 걸려 있다. 이들 구시가지를 지나 산길로 올라가면 1850년대 페르디난두 2세 때 독일의 노이슈반슈타인성을 모방해 만든 페나(Pena) 궁전이 있다. 그리고 산꼭대기에는 8세기 무어인들이 군사 요새로 만든 성곽이 남아 있다. 그 외 몬세라트성, 헤갈레이라 별장 등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을 보지 못하고 카보 다 호카로 떠난다. 유럽대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해서 유명해진 해안 절벽이다. 차에서 내리면 붉은색 지붕으로 이루어진 등대를 포함한 건축물이 보인다. 등대는 1772년 포르투갈에서 세 번째로 건설되어 운영을 시작했다.
1897년부터 전기를 이용해 불을 밝히면서, 경보음을 낼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추게 되었다. 1917년에는 아세틸렌가스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지면서 등대 외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1937년에는 등대에 무선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1940년대 말 상하수 시설이 갖춰졌다.
1950년대 중반 등대 시설과 건물을 유지․보수하기 위한 기관이 들어왔고, 1956년 이들 시설에 대한 리노베이션이 이루어졌다. 1980년대 등불과 사이렌 등 모든 시설이 전기로 운영되었고, 1990년 시스템이 완전 자동화되었다. 2000년에는 배들이 자동항법장치를 갖추게 되었고, 그 때문에 사이렌이나 무선 시스템의 운영이 필요 없게 되었다.
등대의 높이는 22m나 되고, 16개의 아르강(argand) 램프에서 165m까지 3,000W의 불빛(Beam)을 발사한다. 이 빛은 48㎞ 떨어진 곳까지 보인다고 한다.
이제 카보 다 호카 등대는 그러나, 불을 밝히는 상징적인 기능만 하고 있다. 그 외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게 유럽대륙의 가장 서쪽에 왔음을 인증하는 증명서를 발급하는 관광안내소 구실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편이다. 이곳을 지나 해안 절벽 쪽으로 가면 카보 다 호카 기념비가 나타난다.
기념비에는 이곳이 유럽대륙의 최서단임을 알리는 문구가 포르투갈어로 써 있다. 그 위에는 '이곳에서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카몽이스의 시구가 적혀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러고 나면 자연스럽게 해안절벽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절벽의 대부분 구간에는 출입을 금하는 목재 가드레일이 처져 있다. 완전 낭떠러지기 때문이다. 길은 절벽을 따라 해안 쪽으로 이어진다.
절벽 아래로 대서양의 심한 파도가 벽에 부딪친다. 바람이 심하고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선지 주변에 나무는 없고 식물들만 자라고 있다. 노란색 꽃을 피우는 민들레과 식물들이 가장 많이 보인다. 이들을 보고 나면 길은 자연스럽게 등대 쪽으로 이어진다.
수없이 많은 포르투갈 해안 절벽
이번 여행을 통해 포르투갈의 남부와 서부 지역 중요해안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해안 대부분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포르투갈 해안에서는 리아시스식이나 갯벌을 보기가 어려웠다. 갯벌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는 지역은 아하디Arade) 강 하구의 포르티망과 아베이루 석호 지역이다.
또 섬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본토에는 포르카다스(Forcadas)섬과 베렝가스(Berlengas)섬이 있다. 그리고 유럽과 아프리카 서쪽에 식민지로 개척한 마데이라(Madeira)와 아조레스(Açores) 제도(諸島)가 있는 정도다.
포르투갈에서는 해안선이 절벽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모래사장이 긴 해수욕장을 만나기 어려웠다. 아마 나자레 해수욕장의 길이가 2㎞ 정도로 가장 길 것이다. 포르투갈 해안도시는 절벽 위에 지어진 하얀 집, 절벽 아래로 펼쳐진 모래사장, 높은 파도가 밀려오는 파란 바다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바다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어서 조망하는 맛이 남다르다. 특이한 것은 해안 절벽을 내려가려면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 그리고 푸니쿨라와 탈 것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남부 해안과 서부 해안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그중 알부페이라, 포르티망, 라구스, 사그헤스, 나자레 해안의 특징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들 중 나자레만 중부 레이리야(Leiria)주에 있고 나머지는 남부 알가르브주에 있다.
알부페이라는 해안 언덕 위에 조성된 올드타운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비치로 구성되어 있다. 올드타운은 하얀색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여름철에는 이곳 비치와 타운에 관광객 약 40만 명이 몰려든다고 한다.
포르티망은 암벽으로 이루어진 성벽마을과 그 앞으로 펼쳐진 백사장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이 지역을 암벽 해안(Praia da Rocha)이라 부른다. 계단을 따라 성벽으로 오르면 비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비치로 밀려오는 파도가 높아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성벽 뒤로는 포르티망 구시가지가 이어진다. 구시가지는 강 하구의 서쪽에 분포하고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는 요트 계류장이 있다. 포르티망은 어업과 조선업,관광이 고루 발달한 도시다.
라구스는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비치 규모는 적고 높은 암벽이 많은 해안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타타 해안, 피냥 해안, 돈나 안나 해안 등이 바다에 면한 절벽을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라구스에서 모래사장이 긴 비치를 볼 수 없다. 그것은 사그헤스가 더 심하다. 사그헤스는 포르투갈의 남서쪽 끝에 있는 해안 절벽이다. 그래서 절벽 위에 성을 쌓았고, 절벽 끝에는 등대를 설치했다. 그리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거나 올라오기가 쉽지 않다.
나자레는 포르투갈 해안 중 파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 때문에 서핑의 성지로 여겨진다. 나자레는 언덕과 절벽 위에 만들어진 마을과 바닷가에 형성된 비치로 이루어져 있다. 비치 뒤로 형성된 마을의 건물은 흰색 벽에 빨간 지붕을 하고 있다.
마을에서 비교적 급한 경사를 1㎞쯤 내려가면 등대에 이를 수 있다. 이 구간의 남쪽은 가파른 절벽이고 그 너머 비치와 마을이 길게 펼쳐진다. 북쪽으로는 경사가 상대적으로 완만하며 그 북쪽으로 비치가 길게 이어진다. 이처럼 포르투갈 해안의 특징은 절벽과 낭떠러지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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