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울릉도 방문이다. 진작부터 오고 싶은 섬 울릉도와 독도를 늦게나마 기회가 돼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방문했다. 섬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종들이 있다. 탐조인들은 이런 새들을 만날 수 있는 기쁨을 위해 섬을 찾는다. 그래서 울릉도에 꼭 한번은 가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탐조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울릉도에서 꼭 만나야 할 새가 있다.
울릉도와 독도를 탐조만을 위해 찾은 건 아니지만 울릉도에서 틈틈히 새를 찾았다. 꼭 봐야 할 세종인 흑비둘기, 섬참새, 슴새를 만나기 위해서다. 욕심을 더 부릴 수 있지만 최소한 이 정도는 보자고 다짐했었다.
울릉도에 도착하자 마자 쉽게 목적을 달성했다. 울릉도에서는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섬참새를 카메라에 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육지에서 참새를 만날 수 있는 것 처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번식기간이라 어디서든 번식하는 모습도 찾을 수 있었다.
참새에 비해 적갈색의 뚜렷하고 뺨에 검은 색이 없어 쉽게 구별된다. 암컷의 경우 눈썹선이 진하게 확인된다.
참새의 경우 암수 구분이 어럽지만 섬참새는 뚜렷하게 구분 된다. 울릉도에서도 섬참새는 여름철에만 확인 되는 종이다.
과거 겨울철 어디로 가는지 증명되지 않았지만 최근 경북 동해안 포항 등 지역에 월동하는 것이 확인됐다. 내륙에서는 겨울에 만나기 어려워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결국 울릉도에서 실물을 영접하는 영광을 얻었다. 마을과 숲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귀한새를 여한없이 눈에 담았다.
두 번째 종은 한반도 일부 도서에서만 번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흑비둘기. 천연기념물로 215호로 지정돼 있으며 서식처인 울릉도 사동이 천연기념물 237호로 지정될 정도로 귀한 새다.
1998년 가거도에서 비행하는 한 개체를 만난 이후 좀처럼 연이 닿지 않은 종이다. 울릉도에서는 꼭 만나고 싶었다. 울릉도 서면의 한 숲에서 멧비둘기와 사뭇 다른 울음소리가 들려 혹시나 하고 소리를 쫒아가 올라갔다. 결국 짝을 찾기 위해 울어대는 흑비둘기 1개체를 드디어 영접했다. 심장이 멈추는 듯한 심정을 뒤로하고 흑비둘기를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후박나무, 덧나무 열매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흑비둘기는 섬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귀한 종이다. 2016년에서 2018년까지 조사한 결과 울릉도에 200~500개체가 서식한다. 흑비둘기 번식지로는 국내에 최대 규모지만 많지 않은 수다.
▲ 울릉도에서 만난 멸종위기종 흑비둘기 ⓒ 이경호
대힌민국, 중국, 일본, 대만 일부 도서지역에만 서식해 분포 지역도 넓지 않다. 결국 흑비둘기에게 울릉도는 고향이자 매우 귀한 섬이다. 울릉도의 보전이 흑비둘기에게는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다. 어찌됐든 간에 귀한 흑비둘기를 보는 데 성공했다. 울릉도에 다시 오지 않는다면 다시 못 만날 것 같다.
마지막 세번째 새는 슴새. 섬새라는 말이 슴새가 됐다. 말그대로 섬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특별한 새다. 슴새는 앉아 있는 모습도 볼 수 없다. 알바트로스처럼 비행하는 데 시간을 대부분 보내며 번식을 위해 육지를 방문하는 것이 전부다. 1996년 칠발도에서 야간에 등대에 부딪혀 떨어진 슴새를 본 게 육지에 착륙한 유일한 모습이었다.
먼 바닷가의 섬에서 번식하고 큰 바다에서 생활하는 슴새의 특성 때문에 먼 바다로 이동하는 배에서만 만날 수 있다. '깍깍' 거린다고 해서 지역에서는 꽉새, 깍새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필자는 슴새를 흑산도 가는 쾌속선에서, 바다 위로 낮게 비행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슴새가 울릉도 본섬과 관음도 등지에서 번식하는 것을 알았기에 배에서 슴새를 보기 위해 가판에서 기다렸다.
울릉도에 들어가는 배에선 비행 2개체를 만날 수 있다. 물 위를 저공 비행하는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아 촬영에는 실패했다. 육지로 나올 때를 기약했다. 결국 지난 12일 슴새를 다시 만났고 촬영에도 성공했다. 흐릿 하지만 분명하게 슴새 모습이 찍혔다. 이로써 울릉도에서 찾을 것을 다짐한 3종을 모두 확인하면서 개인적 탐조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많은 관광객들이 울릉도를 찾지만 새들을 보는 이는 없었다.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새들을 만나는 것도 여행의 테마가 될 수 있길 바라 본다. 새를 찾아보는 임무를 수행하는 탐조여행을 통해 잠시 자연의 경외를 느껴보게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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