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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해평습지(고아습지)에서 만나 표범장지뱀. 벌써 동굴집에서 나와 사냥을 즐기고 있다. ⓒ 정수근

구미 낙동강 해평습지 표범장지뱀 서식처 38만 4323㎡(약 11만 6000평)이 무사히 지켜졌다.

경북 구미시가 '낙동강 도시생태축 복원사업'을 벌이면서 낙동강과 감천 합수부 모래톱 바로 옆 둔치 140,428㎡ 절토해서, 그 절토한 흙을 그곳 바로 옆 둔치 384,323㎡에 성토하려던 것을 "이곳은 표범장지뱀의 서식처로서 그 모습 그대로 온전히 지켜져야 한다"는 내용의 오마이뉴스 보도가 수차례 이어지면서 구미시가 성토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해당 서식처가 지켜지게 된 것이다(관련 기사: '100개 눈 은둔자' 표범장지뱀, 사는 곳에서 쫓겨난다 https://omn.kr/2913i ).

표범장지뱀 서식처가 지켜지게 되다

이곳 해평습지(좁은 의미로 고아습지 혹은 강정습지라고도 함)는 낙동강과 감천이 만나는 삼각주에 거대하게 형성된 습지다. 해평습지는 원래 흑두루미 도래지로 명성이 높았던 곳이다.

4대강사업 전에는 사실 3㎞ 하류 해평취수장 앞 모래톱이 이들의 주된 도래지였지만, 4대강사업 후 들어선 칠곡보 담수의 영향으로 그곳 해평취수장 앞의 모래톱이 모두 물에 잠겨 사라지게 되자, 넓은 모래톱이 있어야 앉아 쉬어갈 수 있는 흑두루미들이 궁여지책으로 찾은 것이 3㎞ 상류 이곳 낙동강과 감천 합수부 모래톱이었다.

그래서 2012년경부터 흑두루미 1천 개체 이상이 이곳 감천 합수부를 계속해서 찾게 된 것인데, 그러나 해가 갈수록 그 수가 줄어들었다. 지난 2020년부터는 더 이상 이곳조차 찾지 않게 되자 구미시는 비상이 걸렸고, 환경부에 요청해 '낙동강 도시생태축 복원사업'을 통해 모래톱을 더 넓혀서 흑두루미들이 안정적으로 도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작업을 벌이게 됐던 것이다.

이미 상당한 면적이 절토가 됐다. 절토한 곳을 더 낮춰 기존 모래톱과 비슷하게 해 모래톱을 더 넓게 만들어주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정수근

즉 기존 모래톱 옆 낙동강 둔치를 14만㎡ 절토해서 모래톱을 넓히려 했던 것인데, 그 절토한 흙을 그 바로 옆 둔치에 성토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성토하려는 그곳에서 멸종위기종인 표범장지뱀이 목격된 것이다.

낙동강 도시생태축 복원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나와 있는 사업 계획도. 절토한 곳만 사업이 이루어지고 개간이라고 표기돼 있는 것은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그대로 보전된다. ⓒ 환경부

이에 환경영향평가 협의기관인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에서는 공사를 하려면 이곳에 살고 있던 표범장지뱀 모두 이주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에 따라 표범장지뱀을 포획해서 이주시키는 작업을 벌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인 필자에게 목격돼 이에 대한 거듭된 문제제기를 통해서 성토 계획이 전면 수정되게 된 것이다.

원래 대구환경운동연합이 구미시 측에 요구한 것은 "절토한 그 흙을 낙동강으로 도로 넣으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지금의 둔치는 4대강사업 당시 낙동강에서 파낸 모래를 성토해서 조성한 둔치로 그곳에 있는 모래는 낙동강에서 온 모래이기에, 그 모래를 원래대로 낙동강으로 넣어주라는 요구였던 것이다.

해평습지의 표범장지뱀. 이곳의 면적이 상당해 국내 최대 서식처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 정수근

그러나 국가하천인 낙동강을 관리하고 있는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청이 끝내 허락해주지 않으면서, 결국 그 흙을 하천 밖으로 드러내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대구지방환경청과 낙동강유역환경청을 설득하는 기간이 오래 걸렸고, 지난겨울 10여 개체 도래한 재두루미가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 기간을 지나서 구미시는 지난 3월 말 겨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 12일 찾은 현장은 한창 공사를 진행 중에 있었다. 상당한 면적이 이미 절토가 됐고, 그 절토한 흙의 일부는 외부로 반출된 상황이었다. 다행히 이날은 공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아서 그 현장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었다.

동굴집 속으로 표범장지뱀이 들어갔다. ⓒ 정수근

공사 현장도 살펴봤지만, 성토하려 했던 곳과 그곳에서 포획한 표범장지뱀을 이주시킨 곳 모두를 두루 둘러봤다. 아직 시기가 아니라고 알고 있었지만 표범장지뱀이 혹시 겨울잠을 자던 그들의 동굴집에서 나오지나 않았나 해서 살펴본 것이다.

초봄 같지 않은 날씨가 계속 이어진 탓에 이들 표범장지뱀이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말이다. 기대는 그대로 적중했다. 이들 장지뱀들은 동굴집에서 나와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암매장될 뻔한 수많은 표범장지뱀

이날 살짝 기온이 내려갔음에도 상당한 개체를 만날 수 있었다. 두 시간을 돌아다니면서 30개체 이상을 만났으니, 이들이 이미 겨울잠에서 깨어나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성토하려는 곳에서도 장지뱀이 목격된 것이다. 이곳은 대부분 포획 이주시켰다고 한 곳인데, 그곳에서도 표범장지뱀이 상당수 목격됐다는 것이다.

즉 모든 개체를 이주시키지는 못했다는 것으로, 원래대로 성토했더라면 그곳에 남아있던 표범장지뱀들은 그대로 암매장될 가능성도 남아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성토 계획이 수정돼 이날 만났던 그 장지뱀들을 포함해서, 아직 그곳에 남아있는 다른 개체들은 그곳에서 그대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자칫 암매장될 뻔한 수많은 생명을 살린 것이다.

오마이뉴스 거듭된 보도와 환경단체의 합심, 구미시의 결단으로 이루어낸 적지 않은 결실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지켜낸 표범장지뱀의 서식처에서 일부 사람들이 파크골프를 치고 있는 황당한 사태가 목격된 것이다.

한가운데 원형으로 된 곳 안에 잔디를 깔아둔 곳에서 파크골프를 치고 있다. 저곳도 표범장지뱀의 서식처이다. 표범장지뱀의 서식처에서 파크골프를 치고 있는 셈이다 ⓒ 정수근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파크골프를 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 정수근

이날 현장에서는 50명이 넘는 인원이 그곳에 들어와 파크골프를 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정식 파크골프장이 아니다. 정식 파크골프장은 현재 2㎞ 아래 잘 조성돼 있다.

그런데 지금은 잔디 생육기간이라 4월 한 달간 파크골프장이 휴장하게 되자, 이곳으로 몰려와 말하자면 '불법 파크골프'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파크골프를 즐기는 바로 그 위치에서도 이날 표범장지뱀들이 목격됐다는 것이다.

구미시 환경정책과에 바로 연락해서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전화로 연결된 구미시 환경정책과 담당자는 "그곳에서 사람들이 파크골프를 치는 줄을 몰랐다. 즉시 하천과에 연락해서 파크골프를 치지 못하도록 시민들을 계도하겠다"는 답변을 해왔다.

잔디 생육기간이라 정식 골프장에선 파크골프가 금지되자, 낙동강 둔치에 잔디를 깔아 둔 이곳으로 몰려와 파크골프를 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잔디도 잔디지만 이곳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로서 특별관리가 되어야 하는 곳인데, 이런 사실을 몰랐던 걸까. 파크골프를 아무런 가책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게 욕심은 아닌가 싶었고, 그 욕심이 지나쳐 보이기도 했다.

표범장지뱀이 살고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들어와 파크골프를 치고 있다. ⓒ 정수근

표범장지뱀의 공굴집. 장지뱀은 모래톱에 이런 굴을 파놓고 생활한다. 파크골프를 치고 있는 부근서도 이런 굴과 표범장지뱀이 목격됐다. ⓒ 정수근

구미시가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했다면 어떨까, 이곳이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란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널리 계도를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함이 남는 장면이었다.

'생태도시 구미시' 되려면

놀라운 장면은 더 있었다. 이곳 해평습지(고아습지)는 과거 생태공원 용으로 조성됐었고, 초기 차량 출입 통제 장치도 해두는 등 원래 차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12일 현장을 보니 자동차들이 습지 가운데까지 버젓이 들어와 있었다. 인근에 골프장을 조성하며 이곳 차량을 들어오게 했는데, 문제는 파크골프장 부지를 넘어 그 안쪽 습지까지 차량이 무분별하게 들어오도록 관리통제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이 또한 구미시의 관리소홀로 보여 시 환경정책과에 항의를 전달했고, 담당과가 이를 시정하기로 약속했다.

정식 파크골프장 주변으로 길을 닦아놔 차량이 마음대로 들나들고 있다. 습지 가운데까지 차량이 들나들고 있다. 통제가 반드시 되어야 할 부분이다. ⓒ 정수근

구미시는 야생생물 흑두루미가 다시 이곳을 찾게 하기 위해 '낙동강 도시생태축 복원사업'을 구상-실천하는 그 정성으로 이곳 습지 전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래톱이 복원되더라도 아무 곳에서나 파크골프를 치고 차를 타고 들어온다면 흑두루미들이 어떻게 이곳에 와서 쉴 것인가.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의 간섭이 절대적으로 없어야 한다. 사람들이 이곳을 자유롭게 드나들어 파크골프를 치고, 차량이 들어와 소란을 피우면 그 예민한 새인 흑두루미가 절대 내려오지 못한다. 사람의 간섭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통제해야 한다. 그래야 흑두루미들이 다시 여길 찾아올 것이다."

습지 안으로 차량이 버젓이 들어와 있다. 바로 옆에서 표범장지뱀이 목격되고 있다. ⓒ 정수근

한 박사의 설명대로 사람이 간섭이 없어야 이곳에서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그리고 표범장지뱀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 구미시가 되새겨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구미시가 공단도시 이미지를 탈피하고, '생태도시 구미'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아직 있다. 바로 이들 멸종위기종 덕분에 말이다. 귀한 야생생물인 흑두루미와 표범장지뱀 이들의 서식처를 잘 지키고 보전해 부디 생태도시 구미시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해평습지(고아습지) 물길을 따라 버드나무 군락이 발달해 있다. 버드나무가 연초록 빛을 발산하고 있다. ⓒ 정수근

해평습지(고아습지)의 한쪽은 이렇게 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정수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6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갈무리해 최근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펴냈습니다.

#해평습지#표범장지뱀#낙동강#구미시#흑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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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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