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내란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가운데, 14일 부산 전포대로에서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한 '윤 탄핵체포 부산시민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 본회의 결과에 눈시울을 붉히는 한 시민의 모습. ⓒ 김보성
▲ 12.3 내란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가운데, 14일 부산 전포대로에서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한 '윤 탄핵체포 부산시민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 김보성
"탄핵 가결"
"와" "국민이 이겼다"
14일 오후 5시. 부산 전포대로에 세워진 대형 화면으로 본회의 생중계를 가슴 졸이며 지켜본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결과만 기다리던 현장이 일순간 환영 일색 분위기로 변했다. 탄핵소추안 표결 두 시간 전부터 모여든 수만 명의 시민은 서로 얼싸안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날 국회는 재적 의원 3분의 2인 찬성 204표로 윤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지난 3일 사상 초유의 친위쿠데타, 내란 사태를 일으킨 대통령의 직무정지를 바라던 사람들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가던 걸음을 멈추고 같이 호응하는 이들도 보였다. 한 40대는 "오래갈까 봐 걱정했다. 사필귀정"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신호를 받고 정차한 차량 사이에서도 순간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일부는 창문을 내려 엄지척을 올렸다.
당연한 반응 "극우에 빠진 대통령, 사필귀정"
'탄핵' 응원봉을 흔들던 정윤슬(19)씨는 대열 밖에서 손뼉을 치던 참가자 중 한 명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서면 탄핵집회에 동참했다는 김씨는 "윤석열 담화를 보며 속이 끓었는데 약간 해소됐다. 다행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주변의 박아무개(27)씨도 "극우에 빠져 남 탓만 하더니 윤두환이 드디어 탄핵 됐다. 후련하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호진(39)씨는 "이제 해야 할 일은 대통령 체포, 구속"이라며 남은 과제를 강조했다.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있던 김씨는 "2024년에 계엄 사태라니 황당하고 무서웠다. 민주주의 파괴 시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에 더 힘을 줬다. 친구와 나온 이지우(35)씨도 "윤 대통령을 관저에서 편하게 지내게 할 게 아니라 이제는 체포부터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12.3 내란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가운데, 14일 부산 전포대로에서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한 '윤 탄핵체포 부산시민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 김보성
▲ 12.3 내란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가운데, 14일 부산 전포대로에서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한 '윤 탄핵체포 부산시민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 김보성
사회자의 목소리에는 흥겨움이 묻어났다. 이원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부산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대동마당을 펼쳐보자"라며 가결로 만들어진 열기를 한층 더 북돋웠다. 이러한 제안에 '노래 통합'을 이루듯 민중가요와 케이팝이 교차로 연이어 흘러나왔다. 현장은 축제장과 다름없었다.
탄핵 가결에 따른 열광의 도가니를 정리하는 건 쉽지 않았다. 댄스 시간과 풍물놀이를 거쳐 30여 분이 지나서야 탄핵집회를 이끌어온 부산행동 대표단이 무대에 섰다. 부산참여연대 공동대표이기도 한 김종민 부산행동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라면서도 "오늘 하루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라고 제안했다. 그는 "1차 승리일 뿐 최단 시간 내에 윤석열을 파면해야 한다. 광장에서 함성은 계속돼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8282 마 꺼져라', '수능 끝난 고3 협회' 등 깃발 펄럭여
부산 100여 개 단체로 꾸려진 부산행동은 이날 낮 3시부터 3부로 나눠 '내란범 윤석열 탄핵·체포 부산시민대회'를 진행했다. 1차 탄핵 표결 당시인 지난 주말보다 다섯 배 이상 늘어나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다. 부산행동은 전포대로 600여m 6차선 거리에 5만 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숫자가 많아지자 경찰도 추가로 차선을 확보했을 정도다. 행사 막바지까지 시민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헤드폰을 걸고 '탄핵'이라 적힌 아이돌 응원봉을 든 10·20대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30대를 주축으로 가족과 함께한 40·50대, 머리가 희끗희끗한 60·70대 등 각양각색의 시민들이 도로를 가득 메웠다. 이들의 위에는 OOO 노동조합 등 기존의 단체 말고도 '수능 끝난 고3 협회', '8282 마 꺼져라', '전국탈주방지위원회', 'K-장녀협회 부산지부', '개빡친 퀴어' 등의 처음 보는 자체 제작 깃발이 펄럭였다.
▲ 12.3 내란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가운데, 14일 부산 전포대로에서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한 '윤 탄핵체포 부산시민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 김보성
가결 기쁨에도 긴장을 놓지 않은 참석자들은 김 대표의 말처럼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180일내 선고)가 남았고, 내란죄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NCT'의 응원봉을 들고나온 이아무개씨와 이태원 참사로 숨진 김산하씨의 아버지인 김운중(57)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들에 입에선 대통령 호칭이 당연한 듯 사라졌다.
"국민의힘이 탄핵 트라우마를 말했는데, 저는 아직 그날 밤 계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어요. 윤석열씨가 내란죄로 수감돼야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 같아요. 이제 첫 관문을 통과했을 뿐이에요."
"아들이 떠올라 눈물이 계속 나네요.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오체투지다' 하며 2년 동안 싸워왔는데 이제 좀 빛을 보는 것 같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꼭 헌재에서 통과돼 윤석열이 내려가야 합니다. 내란죄도 처벌받고 그리고 (이태참 참사) 진상규명으로 안전한 나라로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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