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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윤석열 탄핵체포 부산시민대회’에 앞서 부산 서면에서 부산윤석열퇴진청소년행동,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주최로 3021명 규모의 부산 청소년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 김보성

"이 상황에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는 국민의힘에 당신들의 자식뻘이 묻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창피하지 않으십니까? 1년만 지나면 국민은 다 잊는다니요?"

무대 위에 오른 한 10대 학생의 입에서 거침없는 비판이 튀어나왔다. 여당 중진 의원의 발언을 꼬집던 그의 발언은 막힘이 없었다. 부산 모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배소연 학생은 '질서있는 퇴진'만 골몰하는 여당을 향해서 "국민의 표를 한낱 휴지 조각으로 만들고 있다"고 직격했다.

또래의 김가람 학생은 악몽과 같았던 그날을 떠올렸다. 지난 3일 밤 무장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하던 모습을 언급한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시도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취임사에서 자유, 공정을 외치더니 도대체 뭣 하러 대통령이 된 것이냐"며 풀리지 않는 질문을 던졌다.

'부산시민대회' 앞서 중고생들이 서면에 모인 까닭

이들이 이날 연이어 마이크를 잡은 건 청소년 시국선언을 발표를 위해서였다.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5만 명이 참여한 선언이 공개됐고, 부산지역 청소년들은 다음 날인 11일 서면 탄핵 집회 현장에서 3021명의 선언문을 별도로 낭독했다.

심각한 사회적 사안을 둘러싸고 청소년들이 이처럼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낸 건 이례적인 일이다. 8년 전 국정농단 사태 당시 300명(부산 기준)과 견줘봐도 그 규모가 크게 늘었다. 애초 1000여 명을 목표로 했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안이 나오자마자 급격하게 참여자가 불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부산 시민들의 분노가 8일째 계속되고 있다. 11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체포 부산시민대회’에 참석한 10·20대의 모습. ⓒ 김보성

"폭력으로 법치와 민주주의를 짓밟으려는 장면이었다. 물러나지 않는 한 비슷한 사태가 몇 번이고 반복될 수 있다. (중략)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에게 민주공화국 대통령의 자격이 없음이 분명해졌다."

백아무개(18) 학생이 대표로 낭독한 글에는 청소년들이 요구하는 해법이 분명하게 명시됐다. 청소년들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우리의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윤석열은 즉각 물러나야 하며, (국회와 수사기관은) 즉각 탄핵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 단체 관계자는 "2010년 이후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얼마나 사태가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놀라워했다.

한편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다른 10대는 미안함을 드러냈다. 시국선언에 참여하지 못한 고교생 박아무개(19) 씨는 "이렇게 분노를 표출해 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며 박수를 보냈다. 그 역시 "나라가 망해가는 것 같아 너무 걱정돼 이 자리에 나왔다"고 전했다.

100여 개 단체로 꾸려진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부산비상행동'이 주최하는 '윤석열 탄핵체포 부산시민대회'에서도 전체 자유발언자 9명 중 5명이 10대일 만큼 MZ세대 발언이 주를 이뤘다. 따끔한 한마디는 계속됐다. 원아무개(17) 학생은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이 말을 전하고 싶다"며 "국민이 주인이라는 나라는 어딨느냐. 이렇게 굴러가는데 탄핵이 안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일침을 날렸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부산 시민들의 분노가 8일째 계속되고 있다. 11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체포 부산시민대회’에 참석한 10·20대의 모습. ⓒ 김보성

야당에 정권이 넘어갈까 봐 탄핵에 반대하는 여당 내 기류에 대해선 박아무개 학생이 나섰다. 그는 "다음 대통령이 이재명이 될 수 있어 탄핵 반대한다? 정신 차려라. 누가 되느냐는 그다음의 문제다. 지금은 쿠데타 현행범을 끌어내리는 게 우선"이라고 소리쳤다.

사회를 본 이지희 '청년 오늘' 사무국장은 탄핵 집회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10대의 무서움을 강조했다. 바로 그는 "곧 기말고사가 끝나면 더욱더 많아질 것 같다"며 "한번 청소년들만 소리를 질러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이번 집회의 상징인 아이돌 탄핵 응원봉 불빛과 환호가 거리를 채웠다.

다른 한 축인 30~50세대는 군사반란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세대 통합'으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전두환 신군부의 12·12 쿠데타 날이 코앞이란 걸 알린 정경애 부산여성회 부대표는 "45년이 지나서도 헌정질서를 군홧발로 짓밟는 이 참담한 상황을 같이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김란희(52)씨는 "이 추위에 청년 학생들이 앉아있는 걸 보면 어른으로 부끄럽고 미안하다. 엄마로서 이 아이들을 지키겠다"고 말해 호응을 끌어냈다.

이어 노래와 구호를 외치며 1시간 가까이 평화적인 집회를 진행한 참석자들은 '탄핵이 답이다' 등의 캐럴과 함께 거리로 나와 서면로터리 방면으로 행진을 한 뒤 자진 해산했다. 주최 측은 이날 역시 전날과 마찬가지로 25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부산 시민들의 분노가 8일째 계속되고 있다. 11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체포 부산시민대회’에 참석한 10·20대의 모습. ⓒ 김보성
#시국선언#청소년#부산시민대회#윤석열#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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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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