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6일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옆 하트조형물 쪽에서 열리고 있다. '윤석열 즉각 퇴진'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10대와 20대들. ⓒ 김보성
"와, 막 말해도 되나요? 진짜 쓰레기 아니에요?"
"<서울의 봄>이 연상됐어요."
"계엄군에게 시민들이 총 맞을까 두려웠어요."
집회장 주변에서 탄핵 손팻말을 든 1명을 중심으로 모여있던 고등학생들이 '12.3 윤석열 내란 사태'를 지켜보며 든 생각을 털어놨다. 이들은 막 수능을 마친 고3 학생. 너나없이 입을 모은 건 지난해 본 영화 속 장면을 현실에서 경험할 줄 몰랐다는 이야기였다. 정아무개 학생은 "탄핵이 통과됐으면 한다"면서 강한 바람을 전했다.
비상계엄 이후 사흘째인 6일 부산 서면, 이날 열린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MZ세대'의 도드라진 참여였다. 교복을 입은 채 삼삼오오 현장을 지켜보거나 친구와 함께 참석한 이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머리를 멋지게 염색한 이아무개(20)씨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 친구 김아무개(20)씨와 무대 발언을 듣고 있던 이씨는 "영상으로만 봤는데, 무장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걸 보면서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다.
윤석열 규탄 자유발언 쇄도... MZ세대가 다수
집회의 중심인 자유 발언도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행사를 준비한 윤석열 정권 퇴진 비상부산행동(가칭)은 하루 전처럼 신청자가 쇄도해 어쩔 수 없이 마이크를 잡을 이들을 순서대로 제한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10대와 20대였다.
▲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6일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옆 하트조형물 쪽에서 열리고 있다. 사흘째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4천여 명이 모였다. ⓒ 김보성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왔다는 한 여고생은 "윤석열이 시험 기간에 계엄을 내려 그날 밤 죽는 줄 알았다. 다들 공부하다 책을 손에서 놓고 많이 무서워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떠올렸다. 그는 "민주주의를 앗아가게 할 수 없다. 나이를 가리지 말고 맞서 싸우자"라고 용기를 내어 호소했다.
고1이라고 밝힌 남학생은 비상계엄을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은 발언을 쏟아내 호응을 끌어냈다. 이 학생은 "학교에서 배운 사회 정의와 역사를 완전히 무시, 부정하는 행위"라며 "대통령의 자리가 자기 마음대로 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한 민주 열사분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부르짖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만든 국격을 하루아침에 지하로 끌어내렸다. 흔히 말해 '참교육'을 한번 제대로 시켜주자"고 제안했다.
처음 무대에 서는 듯한 표정의 중학교 2학년 학생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렇게 나라가 돌아간다면 망하고, 어느 순간 무너진다는 걸 우리도 알고 있다. 무섭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런데 말은 길지 않았다. 이 학생은 "계엄령을 내릴 수 있으니 당장이라도 끌어내려야 한다"고 얘기한 뒤 뒤돌아보지 않고 무대를 내려갔다. 그러자 참석자들은 우렁찬 박수로 환호를 보냈다. 사회자는 "'아무도 안 건드린다'라는 중2다. 이 학생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고 웃음을 보였다.
연구비가 깎인 20대 대학원생은 "아빠에게 헬스장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왔다"며 가볍게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어진 발언은 무거운 주제였다. 강아무개씨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사태를 꼬집으며 "국가 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몇 년 만에 우리나라를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성토했다. 강씨는 "대한민국을 파탄 내는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외침을 마지막 발언으로 꺼냈다.
▲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6일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옆 하트조형물 쪽에서 열리고 있다. 태극기를 두르고 참여한 학생들. ⓒ 김보성
파업으로 윤석열 정부와 싸우고 있는 노동자도 올라왔다. 4시간 공장을 멈추고 참석했다는 이수진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은 "10대와 청년들의 자유 발언을 들으면서 만감이 교차한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의 잘못된 일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짚으며 질책하는 것을 보니 이들의 미래의 대통령"이라며 "그러나 이게 실현되려면 시민들이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 하루빨리 대통령을 탄핵시키자"라고 말했다.
비상부산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지은주 부산자주통일평화연대 대표는 "민주주의를 사수하느냐 못하느냐 엄중한 역사의 공간"이라며 이 자리를 평가했다. 지 대표는 "계엄군이 국회를 짓밟았던 내란범죄자를 단죄하고 피로써 지켜온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였다"며 "내란범 윤석열을 탄핵하고 즉각 체포, 수사하라. 공범자를 처벌하라. 국민의 요구는 명확하다"고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여당을 향해 소리쳤다.
부산민예총 노래위원회가 부른 '탄핵 캐럴'에서는 마치 사직야구장을 옮겨놓은 것과 같은 열기가 집회 공간을 채웠다. 노래위원회가 'Feliz Navidad(펠리스 나비다드)'를 '탄핵이 답이다'로 바꿔 부르자 시민들은 스마트폰 촛불을 켠 뒤 '떼창'으로 함께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8살, 11살 딸의 손을 잡은 40대 아빠 박아무개씨는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계엄이 허용되는 나라를 물려줄 수 없다"며 함께 나온 이유를 밝혔다.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까닭에 이날 집회는 주최 측 추산 4000여 명으로 전날(3000여 명)보다 규모가 더 커졌다. 사회를 본 김동윤 평화통일센터 하나 대표는 또 다음 일정을 예고했다. '탄핵 분수령'인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집중 촛불집회가 열리지만, 부산은 그대로 시민대회를 이어간다. 이를 들은 참석자들은 바로 일어난 뒤 서면 일대를 돌며 "윤석열 퇴진, 탄핵"을 외친 뒤 해산했다.
▲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6일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옆 하트조형물 쪽에서 열리고 있다. 스마트폰 LED 촛불을 꺼낸 참석자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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