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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저녁 7시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 하트조형물 앞에서 가칭 ‘윤석열정권 퇴진 비상부산행동'이 주최한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 김보성

'윤석열 탄핵 체포'라고 적힌 손팻말 2000개가 일찌감치 동이 났다. 평일 시급하게 열린 시국대회였지만, 참가자들의 함성이 서면 하트조형물 일대를 가득 채웠다. 주최 측은 이날 2500여 명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파동 이후 부산 도심에서 벌어진 일이다.

무대 앞 100여 m 시민들 '가득 가득'

100여 개 종교·시민사회·노동단체와 지역의 야당이 참여하는 가칭 '윤석열정권 퇴진 비상부산행동'은 4일 저녁 7시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를 열었다. 2024년 계엄령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날 현장은 분주하게 돌아갔다. 저녁 전부터 무대가 설치되고, 그 앞 100여 m가 사람으로 들어찼다. 주변으로는 상당한 숫자의 깃발이 펄럭였다.

참석자들은 차디찬 바닥도 개의치 않고 주저앉아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준비된 앰프에서는 쉴새 없이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부터 부산 공공병원 의사까지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우지 않았습니까. 독재의 길로 들어서는 건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부터 시작됐습니다. (중략) 대통령께 묻습니다. 비상계엄 선포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당신의 권력 유지를 위한 것입니까?"

떨리는 표정으로 발언에 나선 부산 허아무개(19) 학생은 대통령이 계엄령으로 국민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키웠다. 짧은 발언의 끝은 탄핵이었다. 그는 "함께 외쳐보자"며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윤석열을 탄핵하라"라고 소리쳤다.

다른 고등학생도 바로 무대에 섰다. 우리 사회의 위기를 느끼고 거리로 나왔다는 정아무개(19) 학생은 현대사를 소환했다. 그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에 이어 윤석열까지 민주주의가 유린당하고 있다"며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지켜온 민주주의를 제가 지키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4일 저녁 7시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 하트조형물 앞에서 가칭 ‘윤석열정권 퇴진 비상부산행동'이 주최한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수능을 마친 한 고등학생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김보성

왼쪽부터 노정현 진보당, 이재성 더불어민주당, 박수정 정의당, 최종열 조국혁신당, 김정훈 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이 4일 저녁 7시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 하트조형물 앞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김보성

이런 학생들 보며 교사는 교실의 분위기를 추가로 전했다. 임정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장은 "아이들이 역사책에서만 봤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까 봐, 국회 앞에 군인이 동원되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해하고 있다"며 "이런 일을 만든 윤석열을 용서하기가 어렵다. 대한민국 교사도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계엄사령관 포고령에 48시간 이내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한다고 돼 있던 의사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부산의료원의 하정은 의사는 "전공의들의 행동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누군가가 자기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고 처단한다는 게 인권적으로 말이 되느냐"라면서 비상계엄의 문제를 꼬집었다.

노동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부산지역 야 5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산지부 대표의 결의도 집회 열기를 고조시켰다. 이들은 "나라가 더 망하기 전에 윤 대통령을 즉각 탄핵해야 한다"며 "끝까지 부산시민과 같이하겠다"고 약속했다.

ⓒ 김보성

참석자들은 어깨를 걸고 <광야에서>와 <아침이슬> 등을 부르기도 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30대 부부는 집회 대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에서 이러한 장면을 지켜봤다. 김아무개(36) 씨는 "영화 <서울의 봄>이 많이 떠올라 답답한 마음"이라며 "국민을 대표한다는 대통령이 이렇게 해도 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날 집회의 마지막인 거리행진은 1시간 뒤인 저녁 8시부터 시작됐다. 거리 진출은 1개 차선만 허용됐다. 경찰의 질서유지 제한 통고로 대열은 더 길게 늘어섰다. 시민들은 서면 로터리를 거쳐 1.3km가량을 돌며 여의도 국회를 향해 "윤석열 탄핵 통과"를 압박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도로 위 일부 차량 사이에선 박수도 터져 나왔다. 이원규 윤석열퇴진부산운동본부(준) 공동집행위원장은 "오늘처럼 매일 같이 오후 7시 이곳에 집회가 개최된다"고 당연한 듯 다음 일정을 예고했다.

4일 저녁 7시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 하트조형물 앞에서 가칭 ‘윤석열정권 퇴진 비상부산행동'이 주최한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 김보성
#부산시국대회#비상계엄#고등학생#의사#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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