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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명태균 게이트' 공익제보자 강혜경씨를 4시간에 걸쳐 인터뷰했다. 이 기사는 총 5편의 기사 중 명태균·김영선·강혜경 세 사람의 관계를 담은 그 다섯 번째다. 해당 인터뷰를 지난 2일 진행했지만,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해 공개가 늦어졌다. 강씨는 지난 6일 공익제보자에게 주는 2024 올해의 호루라기상을 수상했다.[기자말]
강혜경씨가 2일 오후 경남 김해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소중한

'명태균 게이트' 공익제보자 강혜경씨를 4시간에 걸쳐 인터뷰했다. 이 기사는 총 5편의 기사 중 명태균·김영선·강혜경 세 사람의 관계를 담은 다섯 번째다.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 탈락한 이후에도 (명태균씨는 그를) 도지사 또는 창원시장으로 만들려고 끊임없이 용을 썼다. 김영선을 매개로 밥줄과 돈줄을 이어가려고 말이다."

강혜경씨는 명씨가 김 전 의원을 '여성 최초 국회의장'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처음엔 저도 똑같이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강씨의 이러한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뀌었다.

"명씨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의원님, 어떻게 공천 받으신지 아시죠? 명 선생님과 □□이(명태균 딸) 평생 책임져야 합니다.' 명씨는 자신의 금전 줄을 위해 국회의원 6선이든, 창원시장이든, 경남지사든 김영선을 자꾸 무언가로 만들어야 했다."

아래 강씨가 전한 명씨와의 10년 전 만남, 그리고 명태균·김영선·강혜경 세 사람의 관계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인터뷰는 2일 오후 경남 김해의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강씨는 각 인물들에 대해 '씨' 또는 직함을 붙여 말했으나 일문일답에선 편의상 이름만 적었다.

[관련기사]
[인터뷰①] "명태균·김건희 '공적 대화'는 수소 국책사업, 실체 10이면 이제 5 나왔다"(https://omn.kr/2b8i4)
[인터뷰②] "남편 회사까지 와 행패...막장드라마 끝 공익제보, 후회 없고 안 멈춘다" (https://omn.kr/2b8iv)
[인터뷰③] "오세훈 관련 여론조사, 김한정·김종인·지상욱 공유...그런데 몰랐다?" (https://omn.kr/2b94b)
[인터뷰④] "명태균, 대선 때 홍준표에도 양다리... 오세훈 쪽보다 일 더 많이 해"(https://omn.kr/2b8jb)

"퇴사자들, '명태균 지시 조심하라'고 해"

명태균씨가 지난 11월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명태균과 처음 같이 일하게 된 계기는.

"2013년 좋은날리서치라는 회사다. 대학 졸업 명부 발간과 관련해 텔레마케터를 구한다는 구인 광고를 보고 입사했다. 좋은날리서치는 좋은날디자인연구소라는 회사를 같이 운영하고 있었다. 그곳은 명태균의 배우자가 대표로 돼 있었고 좋은날리서치는 (명태균이 아닌) 차명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저는 회사에서 다른 특이한 일에 많이 차출됐다."

- 특이한 일이라면.

"대학 총동창회 사무실에 직접 가서 일하고 거기로 출퇴근을 했다. 또 질문지를 짜서 민원인인 것처럼 공무원들에게 전화해 친절 상태를 채점하는 '암행 점수'에도 차출됐다. 그 이후 일반 사원에서 갑자기 본부장이 됐다."

- 얼마 만에 승진했나.

"2015년 정도였다. 명태균이 '이 회사를 살릴 사람'이라며 좋은날리서치 명예대표를 설득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중간 임직원과 관리자들의 반발이 엄청 심했다. 사표를 쓰고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 입사 당시 좋은날리서치가 여론조사 업체라는 사실을 알고 지원했나.

"들어가고 나서 뒤늦게 알게 됐다. 너무 많은 일들을 했다."

- 왜 하필 좋은날리서치였나.

"취업 준비하면서 이 회사 저 회사 많이 찾아 봤는데 그 회사가 계속 눈에 들어왔다. 학력, 나이 등 (지원) 자격이 엄격하지 않았다."

- 일하면서 명태균과 관계는 어땠나.

"일반 사원일 땐 (명태균을) 잘 몰랐다. 본부장으로 올라가고 나서는 과장·부장님들이 나가면서 제게 이런 말을 했다. '혹시라도 명태균 대표가 불법적인 일을 지시하면 그건 하지 말라'고. 마지막에 그만두셨던 분도 제게 똑같은 말을 했다."

- 그때 명태균의 직책은 무엇이었나.

"대표, CEO(최고경영자)였다. 다들 대표님,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 명태균과의 소통은 어땠나.

"그때그때 얘기가 너무 달랐다. 아침 회의에서 직원들 앉혀놓고 업무를 지시하다가 본인 어릴 적 얘기부터 똑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며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또 명태균의 지시대로 완성한 업무를 들고 결재를 받으러 가면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냐'고 그랬다."

- 본인이 지시했는데도 그랬나.

"(항의하면) '아침 마음, 점심 마음, 저녁 마음이 같냐'고 그러더라. 그런데 또 (지시한 대로) 하지 않으면 안 했다고 또 난리가 났다. 오죽하면 직원들이 녹음기를 틀어놓고 회의했다. 저도 자동 녹음 활성화를 해놨다. 바빠서 그런 것도 있지만 명태균의 말이 너무 엎치락뒤치락했기 때문이었다. 감정 기복이 조금 심했다. (업무 스타일도) 그랬다."

"소리 지르며 김영선에 욕한 명태균, 사람들 와서 다 봐"

강혜경씨가 2일 오후 경남 김해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소중한

- 명태균의 목표, 욕망은 무엇이었나.

"명예였던 것 같다. 윤석열·김건희를 포함해 중앙 (정치) 인맥들을 보유했다고 과시했다. 그리고 김영선을 무언가로 만들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 국회의원뿐만이 아니었다. 국회의원 당선 후엔 무조건 6선이 돼야 하고 우리나라 최초 여성 국회의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김영선이 당선된 2022년 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의원실이 아니라 선거캠프'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 직함은 총괄본부장이라고 했다."

- '여성 최초 국회의장' 얘길 들었을 땐 어땠나.

"당선 후 초반엔 저도 똑같이 생각했다. 보궐선거 공천받고 당선되면 이변이 없는 한 다음 선거에서 공천받는 걸로 알고 있었다. 2022년 6월 당선 이후 명태균이 (김영선을) 계속 팔고 다녔다. 뿐만 아니라 김건희부터 윤석열, 박완수 등 본인 인맥을 과시했고 오세훈과 이준석까지 등장했다. (2024년 총선 공천에서) 김영선이 탈락한 이후에도 김영선을 도지사 또는 창원시장으로 만들려고 계속 물꼬를 파고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끊임없이 용을 썼다. 김영선을 매개로 본인의 밥줄과 돈줄을 이어가려고 말이다."

- 명태균이 '김영선을 최초 여성 국회의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그게 목표가 아니라 돈줄을 위한 수단이었던 건가.

"타이틀을 엄청 중요시했다. 명태균에 따르면, 김건희가 김영선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의원님, 어떻게 공천 받으신지 아시죠? 명 선생님과 □□이(명태균 딸) 평생 책임져야 합니다.' 명태균은 계속 정치를 이어가야 했다. 명태균은 자신의 금전 줄을 위해 국회의원 6선을 하든, 국회의장을 하든, 창원시장을 하든, 경남지사를 하든 김영선을 자꾸 무언가로 만들어야 했다."

- 명태균에게 문제가 있다고 명확히 인지하게 된 사건이 있나.

"초반엔 비공표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솔직히 크게 문제라고 못 느꼈다. (여론조사) 보고서가 나가야 돈이 들어오니까 일단 회사를 살려야 했다. 조사가 들어오는 족족 일하기 바빴다. 돌이켜보면 조작을 너무 많이 하긴 했다. 저도 (이후에 자료를 보면서) 깜짝깜짝 놀랐다. 정말 미쳤다고 생각한다. 왜 아무 소리 안 하고 하라는 대로 했을까. 그리고 제가 (김영선) 의원실에 왔을 때 김영선은 직원들에게 지시란 걸 하지 않았다. 대신 명태균을 통해서 지시했다. 저와 명태균은 2023년 5월부터 트러블이 생겼다. 명태균이 김영선에 대해 너무 안 좋게 이야기하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욕하는 모습도 봤다."

- 그러면 안 된다고 얘기했나.

"그렇다. 명태균에게 '제보도 들어오고 주변에서 민원도 들어온다'고 했다. 김영선에게도 '그렇게 욕을 하는데 왜 가만히 듣고 앉아 있는지 다들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단호하게 거리를 두든지 잘라내라'고. 나중엔 더 심해졌다."

- 얼마나 심해졌나.

"(창원 지역구) 사무실에서 소리를 질렀다. 빌딩 5층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면 맞은 편 2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한의원이 있었다. 그 앞의 발레 학원엔 아이들과 학부모가 있었고 회계 사무소와 피부과도 있는 등 북적북적했다. 명태균이 목소리가 크다. 소리를 지르면서 욕을 하니까 사람들이 다 나와서 쳐다볼 정도였다. '(김영선이) 6선 될 때까지 본인 말을 듣고 하라는 대로 하기로 했는데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었다."

- 왜 그렇게 소리를 질렀나.

"본인을 안 따라오고 자꾸 옆길로 샌다고 생각했다. 김영선이 서울에 있을 때 (지역구) 사무실에 손님들이 오면 (명태균이) 김영선한테 전화해서 '정신이 있니 없니, 10원짜리니' 욕을 했다. 그러고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하 이렇게 말을 안 듣는다'면서. 김영선을 보좌하는 저희 직원들은 뭐가 되나. 그런데도 누구 하나 명태균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후 명태균과의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제가 사표를 냈다(강혜경은 명태균·김영선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함 – 기자 주). 그러더니 명태균 본인이 그만두겠다며 김영선에게 소리를 지르고 또 난리가 났다. 그때 김영선에 제게 했던 말이 '내년(2024년) 총선엔 명태균 빼고 너랑 나랑 선거 준비하자'였다. 그랬던 사람이 2023년 12월~2024년 1월이 되니까 명태균이 부르는 대로 쪼르르 따라가고 지시하는 대로 움직였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였나.

"대표적으로 지역구를 옮길 때다. (지역구 이동은) 국회의원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김영선이) 보궐선거로 (창원에) 올 때도 '철새가 날아왔다'느니 말이 많았다. 2023년 12월~2024년 1월 의정보고회를 할 때 지역주민들이 김영선에게 '벌여 놓은 사업도 있고 하니 지역을 떠나지 말라'고 했다. 김영선도 절대 안 간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월 초에 명태균이 김영선에게 저를 데리고 카페로 나오라고 하더라."

- 무슨 얘길 했나.

"(명태균이 김영선에게) '당장 오후에 김해 험지로 간다고 장동혁(당시 국민의힘 사무총장)에게 가서 얘기하라'고 하더라. '험지 갈 준비가 됐으니 보내달라'고. 그때 저도 김해 쪽으로 지역구 옮기란 이야길 처음 들었다. (김영선은) 그날 오후 비행기를 타고 장동혁을 만나러 서울로 갔다. 그때 당시 중앙에선 조해진에겐 김해(을 지역구)에 가라고 했지만, 김영선에 대해선 얘기 자체가 없었다. 명태균이 어디서 (중진의 험지 차출) 이야길 듣고 김영선에게 장동혁을 찾아가라고 한 것이다. 서울에 있는 보좌진에게 들어보니, 장동혁 의원실에 일정을 잡아달라고 했는데 계속 안 잡아줬다고 했다. 김영선이 발로 뛰며 장동혁을 맞닥뜨렸는데도 장동혁은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공천 탈락 후 잠수 김영선, 칠불사 가 있어"

강혜경씨가 2일 오후 경남 김해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소중한

- 명태균은 그런데도 김영선의 김해갑 출마를 요구했나.

"2월 18일 (김영선이) 김해갑으로 간다는 출마 선언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그것도 명태균이 직접 만든 거다. (명태균이) 당시 (의원실) 선임비서관에게 자료를 줬고, 제가 기자들 명단을 갖고 있으니 배포했다. 밤에 명태균과 통화했을 때 '(다음날) 아침에 보도가 나야 김건희가 어떻게 해준단다', '무조건 보도돼야 한다'라고 했다."

- 이후엔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는데.

"오후 9시 넘어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오후 10~11시 기사가 났다. 기사 링크를 명태균에게 보내줬다. 그 뒤로 (나는) 이렇다 저렇다 말을 듣지 못했는데 명태균·김영선이 김해에서 시·도의원을 만나고 다닌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원 지역구인) 창원 의창구를 내팽개치고 (보좌진도 모르게 지역구를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공천 (탈락) 발표되기 전 즈음 (김영선은) 잠수를 타버렸다."

- 명태균·김영선 둘 다 연락이 안 됐나.

"그땐 명태균과 연락하지 않을 때였다. 김영선은 전화를 해도 안 받았다. 지역에선 난리였다. '의정보고회 때 그렇게 약속해 놓고 왜 김해로 가냐'며 배신감을 느낀 주민들이 전화하고 찾아오고 그랬다. 나중에 김영선에게 전화가 왔는데 '큰스님 앞에 편안하게 있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거기가 칠불사였다. ○○○(김영선·강혜경과 모두 친분이 있는 인물 – 기자 주)도 칠불사에 갔던 건지 내게 얘기해주더라. ○○○이 저한테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래이, 내 니는 알아야 될 거 같아 얘기한다'고 했다."

- '명태균 게이트'에 휘말리기 전까지 강혜경이란 사람은 어떤 목표를 갖고 있었나.

"김영선 의원실에서 나와 사업을 하려고 했다. 장소도 알아보러 다녔었다. 도와주겠단 분들도 많았다. 지금은 아예 일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 아마 빨리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다. 법정에도 많이 왔다갔다 해야 할 것이다."

- 공익제보 후 꼭 회복하고 싶은 일상이 있다면.

"편하게 다니고 싶다. 마트에도 마음대로 못 다닌다. 식구들도 함부로 나가지 말라고 한다. 동네는 주로 차를 타고 다니고 서울에 갈 땐 사람들이 알아볼까봐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많은 분들이 알아보고 '응원한다'고 이야기한다. 힘이 나면서도 (모르는 분이) 뛰어와 '강혜경씨 아니냐'고 물으면 솔직히 말을 못하겠더라. 혹시라도 욕을 들을까봐."
#강혜경#명태균#김영선#김건희#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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