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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이에요.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기쁜 일이고, 작더라도 하나씩 사회가 합리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오마이뉴스 선정 2020년 올해의 인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 이희훈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물었다. 지난 26년 동안 공공의료에 헌신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고. 지극히 '정은경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보람이에요.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기쁜 일이고, 작더라도 하나씩 사회가 합리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2020년 '올해의 인물'로 누구를 선정할 것인가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편집국 의견을 취합했을 때, 쉽게 한 인물로 모아졌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K-방역의 상징이다. 길고 지독한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방역 사령관'인 그는 국민들 앞에서 150여 회 브리핑을 진행하는 동안 검은 머리가 흰 머리가 되어갔다.

선정은 쉬웠지만, 그 이후가 어려웠다. 그는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한 번도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신청했지만, 역시나 무산됐다. 그래도 올해의 인물인데, 소감이라도 들어야 할 것 아닌가. 지난 11월 16일 정 청장의 정례브리핑이 끝났을 때 가까이 다가갔다.

- <오마이뉴스> 선정 올해의 인물로 뽑혔습니다.
"감사하고,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 대응하는 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수고를 하셨잖아요. 정부 다른 부처도 그렇고, 지자체 공무원들도 그렇고, 의료인들도 그렇고. 많은 분들 다 같이 고생하셨는데, 그것을 개인이 받는 것 같은 약간 미안함... 좀 과분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질병관리청장으로서의 목표가 있다면요?
"질병관리청이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국민 건강 지킴이 기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국민들 건강을 어떻게 지킬 건가, 체계를 잘 갖추는게 청장으로서 가장 큰 숙제이고 해야 될 일인 것 같습니다. 질병관리청이 신설이 됐으니까 그것에 맞게끔 조직을 잘 정비하고, 전문 인력들을 많이 확충해서 건강 지킴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선 채로 즉석으로 진행한 문답은 여기까지가 최대치였다. 그에게서 직접 듣지 못한 '인간 정은경'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의 스승, 동료, 선후배 등 주변인물들을 만났다. 질문의 주제는 '정은경은 무엇으로 신뢰를 획득했는가'였다. 이 기사는 그에 대한 간략한 보고서다.
 
ⓒ 이희훈
 
① 표리동(表裏同)

"그 사람은 보이는 그대로다."

정 청장의 석사논문 지도교수였던 문옥륜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의 평이다. 27년 전부터 정 청장을 지켜봤던 그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성품이 너무 수더분했다. 시키면 아주 빼어나고 깔끔하게 모든 걸 잘 정리했던 사람이다. 말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상당한 뚝심이 있었다. 자기 전문 베이스가 있으니까,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뜻을 관철할 수 있는 실력파였다. 권모술수,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상에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은 많지만, '표리동(表裏同)'한 사람은 만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상대방은 본능적으로 느낀다. '저 사람은 나를 속이지 않는구나.' 그 자리에 신뢰가 싹튼다. 이런 현상이 극적으로 나타났던 상황이 올해 초다. 코로나19가 터지며 전국이 혼란에 빠졌을 때 이어졌던 정은경 청장의 브리핑은 국민들의 마음에 신뢰를 심어줬다.

그는 정치적 수사는 생략하고, 항상 동일한 방역수칙의 준수를 반복적으로 요청한다. 기자들의 수많은 질문에 수치까지 제시하며 정확하게 답변하고, 공격적인 질문에도 감정의 동요 없이 침착하게 대응한다. 그의 말에는 낙관도, 비관도 없다. 오로지 엄중한 현실 인식만이 있을 뿐.
 
"그 사람은 보이는 그대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석사논문 지도교수였던 문옥륜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의 평이다. 겉과 속이 같다는 평은 굉장한 칭찬이다. 그 때문일까. 그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 이희훈

② 정은경은 도망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에게도 순탄한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 청장 공직생활의 가장 큰 위기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였다. 당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 반장으로 일했던 정 청장에게 감사원은 '방역 실패'를 이유로 정직을 권고했다. 과거 업무 성과가 반영돼 인사혁신처의 최종 징계 수위는 다소 낮춰져 감봉 1개월이었다.

억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일체 다른 말이 없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이이었던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징계에 화가 나서 공직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었는데, 정 청장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라고 회고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정 청장과 함께 일했던 A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어떤 분은 메르스 사태 때 약한 징계를 받았는데도 받아들이지 못하더라. 내가 왜 부당하게 징계를 받아야 하느냐고... 그 분은 참을 수가 없었던 거다."

하지만 정 청장은 자리를 지켰다. 그때 정 청장이 그만두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A씨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시 위기가 왔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 정 청장 본인에 대한 외부 공격도 나온다. 지난 11월 23일(월) <조선일보>는 2면에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겨울이 예고된 상황인데 '코로나 차르(황제)'의 역할을 해야 할 방역 사령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어느 순간부터... 할말 않는 한국 방역사령탑>이었고, 이 기사 바로 밑에는 <살해 위협에도... 할말 하는 미국 방역사령탑>이라는 기사를 배치해 대비시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직 중요한 건 방역. 정 청장은 바로 이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 나와 "짧은 기간 안에 유행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면서 "첫째는 사람 간 접촉을 줄여야 합니다, 둘째는 마스크 벗는 것을 최소화해주시길 바랍니다, 셋째는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위기가 와도, 누군가 그 위기를 증폭시켜도, 그는 도망가지 않고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한다.

③ 정은경의 직원들도 도망가지 않는다

혹시 이런 상사 밑에서 일한다면 숨막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오히려 정 반대 대답이 돌아왔다. "간부들이 정 청장 밑에서 떠나기 싫어한다"는 것. 위에서 소개했던 A씨는 그 이유에 대해 이런 일화를 소개했다.

"올해 초 대구 사태 때 일이다. 전날 청장이 와서 무슨 지시를 했다. 비상상황이잖아. 당연히 다음날 간부회의 때, 되면 되고 안되면 안되고, 보고가 올라와야 하잖아. 그런데 없었다. 당연히 화를 내야 밑에 사람도 다시는 그런 실수를 안 할텐데... 당연히 깨질 타이밍인데... 깨지 않더라. 화를 안내요. 오히려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하더라."

화를 내야 할 타이밍에 화를 안낸다? 그것이 좋기만 한 것일까?

"난 이렇게 본다. 메르스는 금방 끝났다. 하지만 이건(코로나19) 언제 끝날지 모른다. 사실 다 지쳐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수장이 막 화를 내고 그러면 밑에 사람들은 다 도망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간부들 분위기는, '저 사람 밑에서 떠나기 싫다'거든. 같이 일하면 편하다. 본인이 가장 많이 알고, 결정 내려주고, 화내지 않고, 기다려줄 줄도 알고. 베스트 상사다."

만약 코로나19 방역이 단기전이었다면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직적 리더십'을 통한 강력하고 일사불란한 대응이 더 적합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방역은 다르다. 계속 같이 할 수 있느냐, 계속 같이 하고 싶은가라는, '지속성과 자발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은경의 리더십은 이에 최적화되어 있다.

외부에서 아무리 '영웅' 호칭을 들어도 내부에서 '갑질 상사'면 그와 오래 하기는 힘들다. 정 청장은 오히려 반대로 보인다. 브리핑에서는 웃음기 없이 건조한 팩트를 나열하지만, 안에서는 웃음도 많고 다정한 면모가 있다는 것이 복수의 공통된 이야기다. 질병관리청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는 "지나다니면서 인사를 하면, 저희보다 더 겸손하고 다소곳하게 인사를 한다"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 힘들고 지친 거 표현도 안하고, 항상 밝고 점잖고"라고 말했다.

④ 모든 것이 적혀있는 노트
 
혹시 사람이 너무 무른 거 아닐까? 그래서 밑에 직원들에게 휘둘리는 거 아닐까? 그런 상상을 배척할 수 있는 증거가 '정은경의 노트'다. 정기석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정 청장의 장점으로 세심함, 꼼꼼함, 근면함 세가지를 꼽으며 노트의 존재를 언급했다. A씨 역시 노트 이야기를 꺼내며 "그래서 (정 청장에게)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보고를 받으면 노트에 다 적는다. 그런 노트가 몇 권이 되는 걸로 안다. 그 노트에 지시해야 될 사항, 지시한 사항, 오늘 처리해야 할 사항이 다 적혀있다. 보고할 때 예전 내용을 다 찾아본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 물론 그걸 근거로 따지는 건 못 봤다. 하지만 적는 거 자체로 부담이다. 엄청 성실하게 적는다."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추가하는 사람의 실력은 항상 최고일 수밖에 없다. 정기석 교수는 정 청장이 이전에 감염병 메뉴얼 개정 작업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보건복지부 혈액관리위원회 수혈부작용소위원회 위원)는 정 청장이 보건복지부 혈액장기팀장(2005년 10월~2007년 2월)일 때 같이 일하며 겪었던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당시는 수혈을 통한 에이즈와 간염 감염 사례가 드러나는 등 부실한 혈액 관리 시스템이 문제로 떠오른 직후였다.

"그 때 정 청장이 혈액 관련 시스템을 다 바꿔서 이후 수혈을 통한 감염이 급감할 수 있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수혈감염 조사 프로세스 도입, 배상 지침 마련, C형 간염 등에 핵상증폭검사 도입, 전산시스템을 통한 헌혈 부적격자 판단, 헌혈부터 수혈까지의 자동화 등이다."

이런 발군의 실력의 배경에는 꾸준하고 꼼꼼한 정 청장의 노트가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브리핑에서 정치적 수사는 생략하고, 항상 동일한 방역수칙의 준수를 반복적으로 요청한다. 기자들의 수많은 질문에 수치까지 제시하며 정확하게 답변하고, 공격적인 질문에도 감정의 동요 없이 침착하게 대응한다. 그의 말에는 낙관도, 비관도 없다. 오로지 엄중한 현실 인식만이 있을 뿐. 사진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올해 2월 초 브리핑을 하고있는 정 청장(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의 여러 모습이다. 이때는 머리가 많이 까맸다. ⓒ 연합뉴스
 
⑤ 서울대 의대 문예부

몇몇 사람들은 정 청장이 '서울대 운동권'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같은 83학번 동기인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협의의 의미로 볼 때는 애매하다"면서 "다만, 시대의 흐름에 대해 진보적이고 열려있는 마인드로서 항상 뒤에서 지원하는 성품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의대 시절 정 청장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인 단어가 '문예부'다. 80학번으로 문예부 선배였던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공동대표는 이렇게 회상했다.

"문예부는 서울 의대에서 몇 개 없는 저항 서클이었다. 병원 내에서 사회참여적 시가 포함된 시화전을 열고, 브레히트와 김남주의 시, 루카치 미학을 읽었다. 본과 3학년 때는 문예부 자체로 판자촌 빈민 진료를 했다."

정 청장은 이런 문예부에서 차장을 했다.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 당시 진보적인 의사들이 많이 선택했던 가정의학과를 선택했고, 대학병원에 남지 않고 첫 근무지로 보건소를 선택했다. 공공의료의 확대를 추구하는 인의협에 가입, 1992년에는 사무국 차장까지 지냈다. 그해 6월에는 '여의사 근무실태 및 성차별에 대한 인식도 조사결과'를 발표해 의료계 내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행보로 볼 때 이거 하나는 확실해 보인다. 정 청장은 학생 때부터 공공의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는 것. 우석균 대표는 "앞에 나서는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그냥 평범한 의대생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민중 지향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정 청장이 징계에도, 공격에도, 지치는 장기전에도 도망가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⑥ 부모의 죽음을 알리지 않다

정은경 청장의 박사논문을 지도한 안윤옥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정 청장이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질문에 두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하나는 그에게 화를 냈던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논문에 대한 기억이었다. 첫번째는 정 청장이 보건복지부 과장으로 근무할 때 일이다.

"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주위 사람한테 연락을 안했다. 나 뿐 아니라 동문들 모두에게. 당시에는 부고를 안하면 사람 취급도 안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나중에 소식을 듣고 아주 그냥 전화를 해서 왜 알리지 않았냐고 화를 냈다. 그랬더니 보건복지부 과장 이상의 상가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주변에서 봐왔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더라. 직위가 있으면 누군가에게는 로비할 기회가 되지 않은가. 특정인에게만 따로 알릴 수도 없어서 일체 부고를 알리지 않았다는 거다. 굉장히 혼내려다가, 그 이야기를 듣고, 아, 공직자로서 정신이 똑바로 박혔구나..."

두번째 기억은 '너무 오래 걸린 논문' 이야기다.

"그 사람이 입학하고 학위 논문을 10년 걸려 썼다. 오래 걸린 이유 중 하나는,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거를 했을 때만 논문으로 제출하겠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논문을 쓴다는 게, 술렁술렁 해서 학위 따는 걸로 여겨지는 걸 싫어했다. 내가 박사를 열아홉 명을 지도했는데, 마지막 열 아홉 번째 제자다. 들어온 건 네번째였던 것 같은데."

이런 에피소드는 정 청장이 공직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에게 공직은 최소한 개인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가장 마지막에 일상을 회복할 사람
 
길고 지독한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방역 사령관'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민들 앞에서 150여회 브리핑을 진행하는 동안 검은 머리가 흰 머리가 되어갔다. ⓒ 이희훈

지난 주 초 정 청장의 부상 소식이 전해졌다.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자택에서 넘어져 어깨를 다쳤으며, 병원에 입원했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병가중인 정 청장은 이번주 초, 이르면 화요일에 복귀할 예정이다.

정 청장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상이 그리운 한해였다"라고 말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정 청장으로서는 지난 1년 중 처음으로 휴식을 가진 것일지 모른다. 정 청장은 소위 '워크홀릭'이다. 과장 때부터 늦게까지 일하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했으니, 한동안 잠시 확신자 발생이 주춤했을 때도 오전 7시경에 출근해서 자정이 되어야 퇴근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겨울 초입, 상황이 심상치 않다. 그래도 국민들은 별로 의심하지 않는다. 정 청장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방역 전선에 서리라는 것을. 그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도망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는 여전히 가장 늦게 퇴근할 것이고, 가장 일찍 출근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는 이 상황을 극복할 것이고, 그가 가장 마지막에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되찾을 사람이라는 것을.

방역은 백신이나 치료제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방역은 신뢰로 하는 것이다. 
정은경은 그 신뢰를 획득했다. ◆
 
"감사하고,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 대응하는 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수고를 하셨잖아요. 정부 다른 부처도 그렇고, 지자체 공무원들도 그렇고, 의료인들도 그렇고. 많은 분들 다 같이 고생하셨는데, 그것을 개인이 받는 것 같은 약간 미안함... 좀 과분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인사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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