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인데도 -5℃였던 날, 전날에 비해 최저기온이 6℃나 내려간 일요일이었다. 이날 대검찰청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진행됐다. 예식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고 한다.
결혼식에 참석했다던 신랑의 대학 동창은 "하객이 엄청나게 많이 왔다, 사람들이 '윤석열이 정말 장가를 간다고? 이건 눈으로 확인해야 돼'해서 많이 왔다"(2022년 3월 10일, 채널A '윤석열 대통령 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록도 있다.
"축의금을 내려는 줄은 2층 예식장에서 시작해 1층 복도를 지나 건물 바깥까지 이어졌다. 결혼식에 참석하려는 차들 때문에 서초역 일대는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윤석열과 검찰개혁> 272p)
한 언론은 이날의 결혼식 사진을 공개하며 신부가 '한국판 그레이스 켈리'라 보도했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결혼은 이렇듯 성대하게 치러졌다. 2012년 3월 11일의 일이다.
▲ 2023년 12월 11일(현지시간)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에 탑승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혼 후, 승승장구 그러나
결혼한 그 해 7월 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된 윤 대통령은 2013년 4월 국정원 대선 개입 특별수사팀장(파견)이자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 됐다.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한 유명한 발언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2013년 10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역시 여주지청장일 당시 나온 말이다.
폭로 후폭풍으로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됐던 윤 대통령은 2016년 12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의혹 특별검사팀 수석 검사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행보는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서울중앙지검장(2017년 5월)을 거쳐 대검찰청 검찰총장(2019년 7월)까지. 검찰의 최정점에 서 있던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 단숨에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됐고 2022년 3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승승장구를 거듭 해왔지만, 유독 '해명'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었다. 처가 이슈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에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 토론에서도 처가 이슈는 핵심 쟁점으로 등장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서 참석한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토론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모 최은순씨의 파주요양병원 불법운영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윤 후보는 "제 장모가 대여금인지 투자금인지 불입한 돈은 2억 내지 3억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요양병원을 개설해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했다는 데 있다. 최씨는 이 일로 기소돼 재판까지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최씨는 요양병원에 약 20여 억원을 투자했다.
2012년 12월 요양병원 운영을 위한 의료재단을 구OO씨와 함께 설립한 최씨는 요양병원 건물 인수대금으로 2억원을 투자했다. 직원 급여 등의 명목으로 2억 1000만원을 의료재단에 송금하기도 했다. 요양병원 건물 추가 인수를 위해 최씨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17억원을 빌렸다. 그러나 최씨는 의료재단 공동설립자 구OO씨로부터 '최은순은 파주요양병원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책임면제각서를 받은 것 등을 이유로 2022년 12월 요양급여 불법 수급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2023년 7월 21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모 의혹 중 또 다른 대표적인 사건은 성남시 도촌동 땅 차명 매입과 이 과정에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건이다. 같은 토론회에서 윤 후보는 "잔고 증명서 문제로 장모가 재판을 받고 있는데, 상대방에게 50억 정도 사기를 당했다"고 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최씨의 사문서 위조·행사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을 맡은 의정부지법은 "도촌동 부동산은 130억원에 매각됐는데 (최초) 매입 가격이 40억 200만원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최은순과 OOO은 투자한 금액 상당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지난해 11월 잔고증명서 위조·행사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형을 확정받은 최씨는 현재 복역중이다.
파주요양병원 불법운영 의혹, 도촌동 땅 차명 매입 및 잔고증명위조·행사. 이 사건들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결혼 후 1년도 안 된 시점에 벌어진 일들이다. 최씨는 2012년 11월 의료재단을 설립했다. 최씨는 2013년 1월 도촌동 땅을 차명으로 매입하는 1차 계약을 체결했다. 최씨는 2013년 2월 공범에게 잔고증명 위조를 요청했다.
장모 이슈 뿐 아니라, 부인 이슈까지
이슈는 장모에만 국한 된 건 아니었다. 김건희 여사는 주식 매입으로 입길에 올랐다. 2013년 7월 김 여사는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40만주를 인수했다. 1주당 500원, 2억원 어치다. 도이치모터스는 2015년 6월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 주식을 주당 1500원에 매입했다. 김 여사 주식의 평가액이 3배 뛰어 적어도 6억원의 가치를 갖게 됐다는 뜻이다.
2019년 7월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 대통령은 "도이치파이낸셜 설립 당시 김건희씨가 공모 절차에 참여해 주식을 산 것"이라고 서면으로 답했다. 이를 두고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금감원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료를 다 검색을 해봤는데 (도이치파이낸셜) 공모 공시는 전혀 없다, 서면 답변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주식은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에 임명되고 한 달 뒤인 2017년 6월 일괄 매도됐다고 한다. 검찰총장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윤 대통령은 "2017년 거의 동일한 가격에 주식을 전부 매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 2023년 11월 23일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처남 김모 씨가 경기도 여주시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김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더불어 윤 대통령의 처남 김아무개씨 역시 사문서위조·행사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양평공흥지구(2만 2411㎡·350가구) 개발특혜 의혹 관련해서다. 김 여사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가 당초 인가 받은 준공기한을 넘겼음에도 양평군이 이를 부당하게 연장해주었고, 개발 사업으로 800억 여원의 분양 실적에도 개발부담금 0원을 부과 받은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에스아이엔디 대표인 처남 김씨는 이 과정에서 토사 운반거리를 늘려 개발비용을 부풀려 개발부담금을 감경 받을 목적으로 토사운반확인서와 토사반입확인서를 위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 등 관계자들이 토사운반거리확인서를 조작한 시기는 2016년 8월이다.
2012년 장모가 파주요양병원 건물을 매입했을 때,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다. 2013년 장모가 차명으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데 성공한 바로 그 날, 여주지청장으로 국감장에 선 윤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 관련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2016년 처남이 토사 운반거리를 조작하고 네 달 뒤, 윤 대통령은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 특별검사로 임명됐다. 2017년 김 여사가 도이치파이낸셜 전환사채를 매입하고 네 달 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타임라인
다음은 2012년 결혼 이후 발생한 김건희 여사 일가 관련 주요 사건 타임라인이다. (정확한 일자를 알 수 없는 사건은 '00'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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