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혁신의 노예]
오락가락 배달 수당... 일주일간 실측 결과, 28% 이상 차이 발생
[편집자말]
한국의 배달 노동자들은 보이지 않는 손의 지배를 받고 있다.
배달앱들이 배달 업무 수행을 위해 운영하는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주문이 접수되면, 배달 노동자들에게 일감을 배정하고, 노동자가 받을 배달 수당도 책정한다.
배달 노동자가 주문 접수를 일정 정도 거부한다고 판단하면, 배달 일감 배정 제외 등 패널티를 주기도 한다. 배달의민족의 배민라이더스와 커넥터스, 쿠팡이츠의 배달파트너, 요기요의 라이더 등은 '알고리즘'에 따라 배달 업무를 수행한다. 배달 노동자들의 '목줄'을 단단히 쥐고 있는 셈이다.
배달음식 시장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3개 회사가 삼각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배달 앱 시장점유율은 배민 57.7%, 요기요 24.7%, 쿠팡이츠 17.5%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의 경우, 지난 2021년 2조 87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쿠팡이츠의 경우 별도로 전체 매출을 공개하진 않고 있지만, 배달파트너와 고객센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이츠서비스(유한회사)의 경우 지난해 매출 5958억원을 기록했다.
알고리즘은 베일에 싸인 존재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배달 알고리즘은 영업비밀이라며 함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달 수당은 어떻게 책정되는지, 벌칙(배달 일감 제한)은 어느 때 부과되는지 배달 노동자들은 전혀 알 길이 없다. 그중에서도 라이더들이 가장 불만을 터트리는 부분은 알고리즘이 정하는 들쑥날쑥한 배달료다.
배달의민족 배민라이더스인 김문성씨는 "배달 요금이 들쭉날쭉한 게 가장 불만이다"면서 "배달 금액을 보면 시간대가 비슷해도 어떤 배달 주문은 8km(배달거리)에 5400원, 어떤 주문은 5km에 6500원을 준다, 어떤 기준으로 배달료가 책정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고 회사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쿠팡이츠 배달을 하는 신광호씨도 "대략 몇시간 정도 일을 하면 얼마를 벌 수 있느냐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하루 12~14시간 일해도 20만 원밖에 못 벌 때가 있고, 10시간 일하는데 대략 30만 원을 벌 때도 있다"면서 "수입을 일정하게 맞추려면, 벌이가 되지 않는 날은 몇 시간을 더 노동을 해야 하는데, 그게 굉장한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기본배달료에 더해 배달거리와 배달수요 등을 감안해 배달노동자에게 주는 수당을 실시간으로 책정한다. 기본배달료는 고정(배민 3000원, 쿠팡이츠 2500원)돼 있지만, 나머지는 알고리즘이 책정한 변수값에 따라 바뀐다. 배달의민족은 올해 초 민주노총과 단체협약을 통해 배달실거리 등에 따른 배달료 체계를 확정했지만, 배달 노동자들은 "다른 변수도 많은 것 같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민라이더스인 김용석씨는 "배달 상황에 따라 배달료를 올리듯이 요금 할증도 알고리즘의 판단에 따라 오르고 내리기 때문에 배달료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배달수입을 예상할 수 없는만큼)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쫓길 수밖에 없고, 점심시간 등 피크시간대에는 진짜 위험하게 운전해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서울 강남에서 쿠팡이츠 배달 노동자와 함께 지난 9~10월 총 7일간 배달요금과 배달거리 자료 100여건을 수집해, 하루 평균 km당 배달료를 계산해봤다.
그 결과 라이더의 배달료는 km당 1000원 수준에서 오르내렸지만, 차이는 최대 20%가 넘었다. 최저 배달료는 9월 1일 km당 933원이었고, 배달료가 가장 많았던 날은 10월 2일 1201원으로 집계됐다. km당 배달요금의 차이가 최대 268원이라는 것인데, 배달료의 격차를 퍼센트로 환산하면 28.72%에 달했다.
최저 배달료와 최대 배달료가 책정된 날은 모두 일요일이었는데, 같은 일요일임에도 배달료 격차가 존재했다. 총 배달료는 배달 거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하지만, km당 평균 배달료가 달라지는 문제는 라이더의 수입 증감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배달요금이 들쑥날쑥하다보니 배달노동자들은 자체적으로 알고리즘의 부당성을 파헤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GPS 오류로 인한 배달료의 증감, 거리 할증 수당이 특정 금액 이상 오르지 않는 등 부적절한 배달료 책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도 확인되고 있다.
배민라이더스인 하창수씨는 배달 요청을 받으면, 배달료를 꼼꼼히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배달의민족은 배달 거리에 따라 라이더의 배달료를 자동 책정하는데, 이 알고리즘 시스템에 허점이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씨는 "배달 거리를 측정하는 GPS가 배달 거리를 짧게 인식해, 원래 책정돼야 할 배달료보다 낮게 책정될 때가 많다"면서 "배민 측에 수정 요청을 하면, GPS 거리를 다시 잡아 해주는데 배달료가 건당 1000원 이상 올라가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배달의민족은 GPS를 통해 '음식점-배달지 거리'를 책정하고 있다. 거리 책정을 위해선, 음식점과 배달지 각각 기준점(핀)을 설정해야 하는데, 이 기준점이 배달지와 가깝게 찍히면 배달료는 그만큼 낮게 책정된다. 그런데 배달원이 기준점 수정을 요청하면, GPS 수정이 이뤄지면서 배달료가 올라가는 구조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결과 실제로 이렇게 배달료가 수정되는 사례가 여러차례 포착됐다.
지난 9월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B마트에서 성북구 한 아파트로 배달 주문이 들어왔는데, 처음 라이더에게 통보된 배달료는 6620원이었다. 그런데 라이더가 배달지 GPS 수정을 요청하자, 배달료가 6940원으로 올랐다. 9월 26일 서울 강북구 B마트에서 성북구 석관동 아파트까지의 배달료 역시 최초 배달료는 6540원이었지만, 라이더가 GPS 재확인을 요청하자 배달료가 7420원으로 1000원 가량 상승했다.
하씨는 "배민 측에 위치수정 요청을 해서 배달요금이 내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처음 책정된 것보다 오른 요금이 반영된다"며 "이를 모르는 라이더들은 원래 받아야 할 배달료보다 적은 요금을 받고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달노동자들이 이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자 최근 배달의민족은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편했다. 배달의민족 측은 "최근 배달료 관련 이슈가 있어서 올해 10월 내비게이션을 기존보다 정확성이 높은 상용 내비게이션으로 교체했다"면서 "배달 거리와 위치 등 정확성을 한층 높인 개선책"이라고 말했다.
쿠팡이츠의 배달파트너인 신광호씨는 최근 배달거리 할증이 일정 금액 이상 늘어나지 않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쿠팡이츠의 경우, 배달노동자가 물품을 가지러 가기 위해 이동하는 픽업(Pick Up) 수당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기본거리(1.5km)는 무료지만, 1.5km 이후 구간부터는 배달 거리에 따라 할증이 붙는 방식이다. 상식대로라면 거리가 길면 배달료가 많아져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씨의 쿠팡이츠 배달료에서 픽업거리 할증 내역을 보면 대부분 1800원 이내 수준에 맞춰져 있다. 픽업 거리가 7.5km, 5.3km, 4.3km인 배달 할증료도 모두 1750원으로 고정돼 있었다. 신씨는 "쿠팡은 장거리를 배달할 경우 보상을 해준다는 생각에서 주로 쿠팡을 선택해서 배달을 했는데, 어느순간 픽업 거리가 이렇게 고정되더라"라면서 "쿠팡 측에 문의하니 '배달료는 그냥 AI가 알아서 주는 것'이라는 답변을 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신씨는 "당초 쿠팡은 픽업할증을 km당 70~100원이라고 라이더들에게 공지를 했었다"면서 "그런데 쿠팡 측은 이제 와서는 km당 할증 수당은 따로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를 오가며 일하는 이진혁씨도 "차라리 배달금액이 일정하면 좋겠다"면서 "그게 시스템적으로 안정화되면 배달수입도 어느정도 예측 가능해지면서 무리한 운행도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리즘이 배달 노동자에 대한 패널티를 부여하는 기준이 깜깜이인 것도 노동 환경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배달 주문을 과도하게 거절하는 배달 노동자에게 일정기간 배달 일감을 배정하지 않는 패널티를 부여하는데, 그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배민라이더스인 김문성씨는 "배민 배달을 하는 라이더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배차 거절로 인한 배차 제한"이라면서 "통상 50건을 거절하면 패널티를 받는다고 하는데, 50건 이전에도 패널티를 받은 사람이 있다고 해서 기준 자체를 모르겠다"고 했다.
배민의 패널티는 해당 당사자에게 일정 시간 배달요청 딜레이를 두는 것이다. 패널티가 없을 때는 배달을 거절해더라도 다음 배달 요청이 바로 이뤄지지만, 패널티를 받으면 당사자가 배달 요청 거절할 때, 5분이 지난 뒤에 배달 요청이 들어오는 식이다. 배달노동자가 아닌 입장에서는 큰 제한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생존'와 직결되는 문제다.
김씨는 "배달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배달주문을 끊임없이 받아야 하는데, 5분의 텀이 생겨서 기다려야 한다면, 피크시간대 일감을 제대로 못 받게 된다"면서 "최근 배달 주문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런 제한까지 걸려버리면 전체적인 수입에도 큰 지장이 생긴다"고 토로헀다.
홍창의 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은 "플랫폼이 혁신이라고 하지만, 사실 기업이 책임지지 않는 형태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알고리즘 관리 체계 하에 모든 책임을 플랫폼 노동자가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앞으로 이런 구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플랫폼 알고리즘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알고리즘의 목적'이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중요한 것은 배달앱들이 어떤 목적으로 알고리즘을 설계했느냐는 것이고, 그 목적에 따라 알고리즘 여러 변수의 가중치가 달라진다"며 "목적을 기업의 이윤으로 놓느냐, 노동자의 안전으로 놓느냐, 고객 편의로 놓느냐에 따라 운영 체계가 달라지는데, 목적과 가중치를 공개하고, 정부도 분기별로 알고리즘 검증위원회를 별도로 신설해 상시 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배달의민족 측은 "다른 배달앱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기밀인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것은 경쟁사에게도 영업비밀이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개를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쿠팡이츠 측은 알고리즘 공개 등에 대한 적절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배달원 종사자는 45만 명. 배달앱 라이더와 택배, 우편 종사자까지 포함된 수치입니다. 이는 3년 전에 비해 10만 명이 넘게 늘어난 것입니다. 현재 배달앱 라이더만 집계한 정부의 공식 통계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온라인을 통한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017년 2조 7326억 원에서 2021년 25조 6847억 원으로 연 평균 75.1% 폭발적인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배달앱 라이더의 법적 지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021년 5월 라이더 권익보호법안을 만든 스페인을 찾아, 두 나라 라이더들의 일상이 어떻게 다른지 그 나라의 변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들여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