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샌정(Sen Chung, 1963년생)의 'VERY ART' 초대전이 종로 조계종 우정국로 'OCI미술관(관장 이지현)' 1~3층에서 오는 5월 1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38점이 소개된다.
샌정은 80년대 이불, 최정화 등과 함께 '뮤지엄' 활동을 하다가, 그 후 독일 '뒤셀도르프 미대'로 유학한다. 2001년 졸업하고 지금까지 20년간 작업을 해 오고 있다.
그의 작업을 대하는 태도는 사색적이고 관조적이다. 그는 회화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 미술사적으로 자신의 위상의 두루 돌아본다. 그에게 있어 회화란 또 하나의 세계를 여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아트적인 너무나 아트적'이란 제목을 붙인 건, 태초의 순수한 회화세계로 돌아가고 싶다는 반증이리라.
그런 과정에서 그는 여러모로 변모해왔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더 추상적 경향을 띈다. 그림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보다 자유로운 마음가짐을 취하려 한다. 내면에 쌓인 사유를 몇 줄의 색과 선으로만 화면에 옮긴다. 다만 거기에 내재율과 리듬감을 살리주려 애쓴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의 바탕색은 거의 다 절제된 무채색, 회색 톤이다. 그게 이상야릇한 '미묘함(Subtlety)'을 유발시킨다. 거기에 자연스럽게 여백이 생성된다. 그는 이렇게 동양의 감수성을 살리는 회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그가 오랫동안 체류하며 익힌 유럽의 세련된 색채미와 형식미도 결합시킨다. 그래서 동서를 넘는 제3의 회화를 잉태시키려 한 것 같다.
그는 가장 오래된 것과 가장 새로운 것의 융합해 자기만의 희소성을 추구한다. 미술의 틀과 편견에서 벗어나, 현대회화 속에서 '원시주의'도 추구한다. 압축과 생략을 통해 관객이 그의 작품에 더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작품명이 '무제'인 것은 그런 의도이리라. 색의 '채움'과 마음의 '비움', 이 두 요소를 다 살림으로 그의 작업의 영역을 더 확장하고 심화시키려 한다.
그의 작업노트를 읽다보면 '노스탤지어'와 '멜랑콜리'라는 단어가 눈에 뜨인다. 노스탤지어는 작가가 런던 유학 중 '내셔널갤러리'에서 본 거장들 작품과 작가가 관심을 뒀던 고대신화, 문학, 음악 등이 오버랩 되는 과정 속에서 나온 생각이고, 멜랑콜리는 주로 도시에 사는 현대인의 삶에서 겪는 권태, 우울함, 외로움의 정서를 대변한 것이라고 작가도 밝힌다.
그림을 더 살펴보면, 우주와 인간이 그 무한성과 그 유한성을 넘어 화폭 속에서 하나의 풍경이 되는 것 같다. 화면을 균질하게 칠한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두께가 있어 입체감을 준다. 물감의 물성과 작가의 정신성이 결합되는 과정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경로 속에 형성되는 그의 추상적 표현은 '칸딘스키'의 추상화처럼 격한 운동감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회화의 요소가 모였다 흩어졌다 하면서 예상치 못한 울림을 일어난다. 그런 결과로 작가도 예상 못한 심미적 영역이 형성되면서 관객이 여기에 빠지는 것 같다.
그의 회화의 특징 중 하나는 '부유감'을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유모차에서 떨어져 미아가 된 후 하늘을 떠돌며 탐험을 즐기는 '피터 팬'이나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같은 동화 속 판타지도 떠오른다. 또는 낙서로 화폭을 종횡무진 누빈 '싸이 톰블리(Cy Twombly)'나 오방실로 그림 그리듯 설치작업을 한 '샌드백(F. Sandback)'도 연상된다.
'장 보드리야르'는 21세기의 키워드가 '유혹'이라 했다. 샌정은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그리고 그들이 마치 넓은 운동장 같은 그의 화폭으로 서서히 들어오게 한 후, 거기서 신나게 놀게 한다. 그래서 뉴미디어아트처럼 작가와 관객 사이에 일어나는 '인터렉티브(상호작용)'한 효과도 낸다.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16세기 기(氣)철학자 '서경덕'이 그의 시조 속에 노래한 자연을 한가롭게 감상하는 '소요자(逍遙者)'의 모습도, 19세기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가 창안해낸 도시를 목적지 없이 쏘다니며 구경하는 '만보객(漫步客)'의 모습도 보이는 것 같다.
그의 작품 분위기는 경쾌한 스텝이 느껴지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세련되고 품격 있는 회화다. 그의 그림은 인물화도 풍경화도 정물화도 아니다. 그렇다고 별이나 꽃이나 구름을 그런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색과 선과 면만으로도 모든 걸 다 그린 셈이다.
결론으로 얼핏 보면 그의 작품은 낙서화 같다. 그런데 거기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역시 관객이 그림 속으로 들어와 마음껏 신나게 놀 수 있게 하는 상상의 여지를 준다는 점이다. 작가는 그런 의도를 가지고 그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 관객이 정말 그렇게 보고 있다면 그게 바로 샌정 작가의 작품을 가장 잘 감상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작가 소개 및 개인전
[학력] 홍익대 회화과 졸업, 독일 뒤셀도르프 미대(Kunstakademie Düsseldorf) 졸업(지도: 다비드 라비노비치 교수), 영국 런던 첼시예술대학(Chelsea College of Arts)대학원 졸업
[개인전] 2020년: 오스트하우스 미술관(하겐, 독일) 2019년: Formed the Universe, 초이앤라거 갤러리(서울) 2018년: A Form to the world, 초이앤라거 갤러리(쾰른, 독일) Pictures in a Gallery, 누크갤러리(서울) 2017년: 파크하우스(뒤셀도르프, 독일) 갤러리 트라이앵글 블뤼(스타벨롯, 벨기에) 2016년: Painting itself, 갤러리 EM(서울) 2015년: Sentimental reasons 두보이스 갤러리(파리) 2014년: 네겐푼트네겐 갤러리(로슬라르, 벨기에) 덧붙이는 글 | [전시소개] OCI미술관 주소: 종로구 수송동 우정국로 45-14 / <수요일은 9시까지> 2020년 5월 16일까지 전시 화, 목, 금, 토(요일) 10am~6pm / 수(요일) 10am~9pm / 일, 월 휴관 / ksr@ocimuseum.org) http://ocimuseum.org/portfolio-item/sen-chung-%ec%83%8c%ec%a0%95-very-art 문의: 02-734-04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