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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폭염, 부대 마라톤 훈련에 참가했다가 열사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지수혁 일병의 가족, 군 사망 유가족 등이 지 일병이 쓰러진 경기 포천 포천천 일대에서 3일 '추모 걷기'를 하고 있다. 사진 왼편부터 지 일병의 아버지(지찬근, 54), 어머니(주은현, 55).
▲지난해 폭염, 부대 마라톤 훈련에 참가했다가 열사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지수혁 일병의 가족, 군 사망 유가족 등이 지 일병이 쓰러진 경기 포천 포천천 일대에서 3일 '추모 걷기'를 하고 있다. 사진 왼편부터 지 일병의 아버지(지찬근, 54), 어머니(주은현, 55). ⓒ 전선정

"수혁이가 극한의 상황에서도 멈추지 못하고 걸었던 그 길을 엄마는 걸어보고 알아봐줘야죠..."

엄두가 나지 않아 혼자서는 완주하지 못할 길이었다. 지난해 9월, 폭염 속 부대 마라톤 훈련을 하다가 열사병으로 아들이 쓰러진 자리까지 약 8km. '수혁이 엄마' 주은현(55)씨는 '안전히 집으로'(수혁이 아버지), '수혁이를 기억해'(수혁이 이모)가 적힌 스티커를 붙인 가족들, 군 사망 유가족 등과 함께 경기 포천천 일대를 걷고 또 걸었다. 살아있다면 나흘 후 전역했을 아들을 가슴에 새기며, "생명을 살리는" 군대가 되기를 바라며.

주씨를 비롯한 고 지수혁 일병(상병 추서, 21세)의 가족들, 군 사망 유가족(고 박세원 수경의 어머니, 고 김상현 이병의 아버지), 현역 군 장병 부모 모임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 귀환 부모연대'(아래 아말다말)'가 3일 오전 경기 포천 포천천 일대에서 지 일병을 기리기 위해 '추모 걷기'를 열었다. 이들은 당시 지 일병이 뛰었던 길을 그대로 걸었고, 그가 쓰러진 자리에서 헌화·묵념을 했다.

입대 4개월 차 취사병이었던 지 일병은 지난해 9월, 폭염 속 충분한 안전 대책 없이 열린 부대 마라톤 훈련(육군 8사단 1기갑기계화보병여단 실시)을 했다가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이후 병원에 이송된 지 닷새 만에 열사병에 따른 장기 손상으로 숨졌다. 해당 부대는 군 규정상 필요한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았고, 훈련 당일에는 구급차 미비 등 의료 대응이 부실했다는 점이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지난 7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이수득 육군 8사단장을 비롯한 군 책임자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싹싹하고 예쁜 수혁이, 없다는 게 꿈만 같아"

 지난해 부대 마라톤 훈련에 참가했다가 열사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지수혁 일병의 아버지(지찬근, 54)와 어머니(주은현, 55)가 3일 지 일병이 쓰러진 장소에 헌화한 뒤 눈물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부대 마라톤 훈련에 참가했다가 열사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지수혁 일병의 아버지(지찬근, 54)와 어머니(주은현, 55)가 3일 지 일병이 쓰러진 장소에 헌화한 뒤 눈물을 보이고 있다. ⓒ 전선정

이날은 지 일병의 조부모, 이모·삼촌 등을 비롯한 가족 15명이 모였다. 이들은 함께 걸으며 "어디서나 싹싹하고 애교 많던 수혁이"에 관한 기억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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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혁이를 기억해'라는 내용의 스티커를 붙인 지 일병의 이모 주금숙(51)씨는 "아기 때부터 봐온 아들 같은 아이인데, 아직도 수혁이가 없는 게 현실 같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주씨는 "수혁이가 마라톤 훈련 중 일그러진 얼굴로 '브이'를 하며 사진을 찍은 것이 있는데, 그 일그러진 얼굴이 내내 떠올랐다"라며 "그날은 엄청 습하고 더웠는데 불평도 못하고 뛰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더라"라고 말했다. 더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조금만 쉬게 해주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원망스럽기도 했다"라며 "싹싹하고 딸 같은 아이여서 사촌들 모두 충격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귀한 희생 기억해'라는 내용의 스티커를 붙인 지 일병의 삼촌 지성근(59)씨도 "예쁘고 착한 조카였는데, 뜨거운 날 이곳을 뛰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고 입을 열었다.

지씨는 "군대 가기 전 찍은 수혁이 영상이 카카오톡에 다 있는데, 그 영상을 보면 없는 게 꿈만 같다. 추모는 해도 돌아오지 못하니까 마음이 많이 아프다"라며 "수혁이는 친척들이 오면 늘 안마를 해줬다. 참 친척들에게 잘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뜨거운 날에 안전 조치도 없이 뛰게 하고, 하다못해 제때 쉬게 했다면 최악의 순간은 오지 않았을 텐데"라며 "부모한테 평생 아픔을 남기게 한 부대가 원망스럽다"라고 토로했다.

지 일병의 외할머니도 아픈 다리를 붙잡고 걸으며 "이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이따위로 일했다가는 사람 여럿 죽는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도 변한 것 없는 군대"

 지난해 폭염 때 부대 마라톤 훈련에 참가했다가 열사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지수혁 일병의 가족, 군 사망 유가족 등이 지 일병이 쓰러진 경기 포천 포천천 일대에서 3일 추모 걷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폭염 때 부대 마라톤 훈련에 참가했다가 열사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지수혁 일병의 가족, 군 사망 유가족 등이 지 일병이 쓰러진 경기 포천 포천천 일대에서 3일 추모 걷기를 하고 있다. ⓒ 전선정

지 일병 어머니 주씨와 함께 '추모 걷기'를 기획한 아말다말의 진은영씨는 "수혁이가 마지막까지 의무복무자로서 책임을 다하다가 쓰러진 현장에서 추모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추모 걷기를) 기획했는데, 피부로 수혁이가 뛰었던 때를 느낄 수 있는 현장에서 추모를 하게 돼 뜻깊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수혁이 부모님은 (지 일병이 숨진 직후) 군부대에 제대로 항의조차 못했다"라며 "그 과정에서 맺힌 것들이 상당히 많으셨을 텐데, 가족들이 다같이 '우리 모두의 일이다'라는 책임의식을 갖고 임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의무경찰로 복무하던 아들을 총기 사건으로 잃은 고 박세원 수경의 어머니는 "아들 보내는 마음은 당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라며 "군대는 아직도 변한 게 없다. 그리고 그건 단지 군부대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라고 눈물을 보였다. 박씨는 "아들을 떠나보내고 나서도 전역일이 다가오기까지는 그래도 '아직 집으로 돌아오는 날은 다가오지 않았으니까'라는 마음으로 버텼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날짜가 지나니 '정말 없구나'라는 마음이 들더라"라며 "그 전역일에 아들 잃은 부모가 느끼는 감정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간부의 가혹 행위로 근육이 녹아내리는 중상을 입은 육군 15사단 병사의 친누나도 이날 "동생이 중상을 입은 후, 아무리 기다려도 군에서 명확한 진상 규명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실상을 알게 됐다"라며 "동생 일로 군에서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수혁이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추모 걷기에 동참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폭염 당시 부대 마라톤 훈련에 참가했다가 열사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지수혁 일병의 가족, 군 사망 유가족 등이 3일 지 일병이 쓰러진 경기 포천 포천천 일대에 헌화했다.
▲지난해 폭염 당시 부대 마라톤 훈련에 참가했다가 열사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지수혁 일병의 가족, 군 사망 유가족 등이 3일 지 일병이 쓰러진 경기 포천 포천천 일대에 헌화했다. ⓒ 전선정

#고지수혁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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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몸담은 세상이 궁금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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