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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를 다치고 나서야 평범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았다.
▲허리를 다치고 나서야 평범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았다. ⓒ Pixabay

40대 초중반, 회사에 새로 생긴 댄스동우회에 가입할 때 정형외과를 찾아 허리와 무릎에 이상이 없는지부터 확인할 만큼 건강에 신경을 썼다. 요즘에는 퇴근 후 복싱장에서 운동을 하고, 출근할 때는 엘리베이터 대신 10층까지 계단을 오르는 게 일상이었다. 나름 건강을 잘 관리하며 살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최근 반 할아버지가 되었다. 허리가 아파 꼿꼿하게 상체를 펴지도 못하고, 걷고 앉고 일어서는 평범한 동작까지 조심하고 있다. 허리 통증에 시달린 지도 어느덧 2주째다. 고통의 시작은 강아지 오줌이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출근길, 거실 바닥에 강아지가 흥건하게 질러 놓은 오줌이 보였다. 그대로 두면 식구들이 밟고 미끄러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출근하다 말고 밀대를 들고 바닥을 휙 미는 순간 허리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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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정한 채로 출근길에 나섰다. 지하철에서는 손잡이에 거의 매달리다시피 했다. 의자에 앉으면 그나마 살 것 같았는데, 다시 일어나는 게 고문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병원에 갔다. 의사는 엑스레이를 보더니 맨 아래쪽 디스크 간격이 조금 좁아져 있다고 했다. 이게 통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아픈 건가요?"
"발목 삐잖아요.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엑스레이를 찍고 진료를 받은 뒤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까지 마쳤다. 진통제까지 처방받고 복대까지 차고 병원을 나와 결국 조퇴를 했다.

일어서고 자는 방법까지 AI에게 물었다

 허리 통증이 심해진 뒤 집에서 복대를 차고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허리 통증이 심해진 뒤 집에서 복대를 차고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 장한이

기다리던 연휴가 시작됐지만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집에서는 복대를 차고 지팡이를 짚고 걸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지냈다. 명절 당일 납골당에 다녀오고 가족과 한 차례 외식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은 허리를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허리의 중요함을 새삼 실감했다. 대부분의 동작을 할 때마다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허리에 무리가 덜 가는 일상생활 방법을 찾았다. 앉았다 일어나기, 바르게 앉기, 눕기, 잠자기, 걷기, 계단 오르기. 평생 아무 생각 없이 해왔던 동작을 조심스럽게 취하며 회복을 기다렸다.

다행히 통증이 조금씩 줄었다. 월요일까지 쉬고 화요일에 출근했다. 완전히 나은 건 아니었지만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있는 정도는 됐다.

수요일 출근길에는 전날보다 더 좋아진 느낌이 들었다. '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친구들이랑 술 한잔해도 되겠다'라는 생각까지 했다. 지하철에서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한 손에는 책을 들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지하철 선풍기에서 바람이 나오며 코가 간질거렸다.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아 참아보려고 손잡이를 잡았던 손으로 코를 막으려던 순간, 재채기가 터져 나왔다.

"에취!"

동시에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파 주저앉을 뻔했다. 처음 삐끗했을 때보다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아픈 건 둘째 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황금 같은 연휴도 집에서 보내며 허리를 관리했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방법부터 잠자는 자세까지 신경 썼다. 이 모든 노력이 재채기 한 번에 날아가 버렸다.

종종 재채기를 하다가 허리가 아팠던 경험이 있다. 예전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아 그러려니 했다. 재채기와 허리 통증의 원인이 궁금하지도 않았다. 난생처음으로 '재채기 허리 통증'을 진지하게 검색했다.

재채기는 생각보다 격렬한 신체 반응이다. 코안의 이물질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가슴과 복부를 비롯한 여러 근육이 순간적으로 강하게 수축한다. 이때 배 안의 압력인 복압도 빠르게 변하고 몸통 전체에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간다. 이미 허리 통증이 있거나 디스크가 신경을 자극하고 있는 경우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통증이 심해질 수 있는 것도 이런 갑작스러운 압력 변화와 관련이 있다.

보통 허리가 안 좋을 때는 재채기도 요령껏 해왔는데, 지하철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대처하지 못했다. 문제는 그날 저녁이었다. 집에 돌아온 뒤 온찜질도 해봤지만, 통증이 오히려 더 심해졌다. 옆으로 돌아눕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다음 날 아침, 통증이 최고조에 달했다. 연차를 내고 집 근처 병원에 갔다. 신경차단술이라는 주사 치료까지 받았다. 통증은 좀 줄었지만, 여전히 걸을 때나 일어설 때 순간순간 통증이 밀려들어 지팡이를 이용했다.

30분 일하고, 걷고, 다시 누웠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하던 앉고 일어서는 동작도 허리가 아프면 큰 부담이 된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하던 앉고 일어서는 동작도 허리가 아프면 큰 부담이 된다. ⓒ AI제작

갑작스러운 연차였다. 회사에 가지 않았다고 일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음 날 보고할 자료가 있었고,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도 남아 있었다. 잠시 누워 휴식을 취한 뒤 책상에 앉았다. 타이머를 30분 맞춰 놓고 일한 뒤 잠시 집 안을 걷거나 누워서 쉬었다. 두세 번 반복하며 급한 업무를 마쳤다.

문득 내 신세가 참 처량하게 느껴졌다. 몇 년 전에도 비슷하게 허리에 통증이 와서 치료를 받은 적 있다. 허리가 어느 정도 나은 뒤 '기립근을 키워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출근길 계단 오르기를 시작했다. 최근까지도 거의 매일 10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그렇게 근 5년을 실천했다.

최근에는 저녁마다 복싱도 했다. 줄넘기를 하고 샌드백도 신나게 쳤다. 목 디스크로 고생한 적은 있지만 허리는 몇 년 동안 잠잠했다. 주말에는 가끔 춤도 추러 다녔고, 어느 순간부터는 허리 걱정 자체를 잊고 살았다. 그런데 오랜 시간 노력하며 지켜온 건강이 강아지 오줌을 닦는 순간 그리고 재채기 한 방에 무너진 것 같아 허무했다.

그렇다고 그동안의 운동이 헛수고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제는 더 세게, 더 많이 하는 것보다 중년이 된 몸의 신호를 살피며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의 속도가 달라졌다

허리 하나 불편해졌을 뿐인데 하루의 속도가 달라졌다. 천천히 움직여야 하니 기상 시간도 15분 당겼다.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번거로워 마시는 물의 양도 줄였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지도 못한다. 집이 2층인데도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탄다. 예전 같으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동안 노후나 자녀 걱정, 은퇴 걱정, 경제적인 문제 등 중년이 되면서 생겨나는 이런저런 고민에 대한 글을 많이 썼다. 그런데 막상 전에 없던 통증에 시달리다 보니 이 많은 걱정에 앞서는 중요한 것 하나가 보였다. 결국 내 몸이 멀쩡해야 걱정도 하고,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너무 당연한 사실이다.

곧 회복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아프고 나니 건강이 무너지면 삶의 다른 부분도 함께 흔들린다는 걸 실감한다. 지금 당장의 내 바람은 거창하지 않다. 복싱장에서 다시 신나게 샌드백을 치고 스파링을 하는 것도, 매일 10층까지 계단을 오르는 것도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서 기지개를 켜며 기상하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고, 지하철이나 마을버스가 오면 자연스럽게 뛰어갈 수 있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허리통증#허리부상#중년의허리#재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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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한이 (hani1977) 내방

세상의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빠, 매 순간을 글로 즐기는 기록자. 글 속에 나를 담아 내면을 가꾸는 어쩌다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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