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진흥위원회 부산기장촬영소 전경 ⓒ 영진위 제공

▲부산기장촬영소 스튜디오1(1000평 규모) 내부 ⓒ 영진위 제공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부산기장촬영소가 최근 준공 승인을 받으면서 29일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2005년 부산에 촬영소를 건립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한 이래 20년 만의 완성이다. 지난 2019년 남양주종합촬영소가 문을 닫은 지 7년 만이기도 한데, 새로운 촬영소가 마련되면서 한국영화 제작에서 스튜디오 활용에 여유가 생겼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에 조성된 부산기장촬영소는 영진위의 부산 이전과 남양주촬영소 매각 지연 등으로 긴 시간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잘 쓰고 있던 남양주종합촬영소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영화계의 반발과 서운함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5월에야 첫 삽을 뜰 수 있었고 2년 4개월의 1단계 공사가 끝나면서 마무리됐다.
29일 외부에 공개된 부산기장촬영소는 대지면적 15만8412㎡(약 4만8천평), 연면적 1만2631㎡에 3개의 실내 스튜디오와 4개의 야외스튜디오로 구성돼 있었다. 실내 스튜디오는 1000평 규모의 대형 스튜디오와 650평, 450평 규모의 중소 스튜디오까지 다양한 촬영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부산기장촬영소 분장실 내부 ⓒ 영진위 제공

▲부산기장촬영소 야외스튜디오 1 ⓒ 영진위 제공
특히 야외 스튜디오 역시 최대 2만7258㎡(8260평)에서 5180㎡(1567평) 이를 정도로 넓은 공간이 준비돼 있었다. 신축 스튜디오로서 깨끗하고 깔끔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는데, 스튜디오마다 세트제작실, 데이터전송실, 분장실, 샤워실, 스태프들의 대기실 등 지원 시설이 마련돼 편의성을 높였다.
이날 촬영소 건립 과정과 운영 계획 등을 설명한 영진위 측은 "대한민국의 영화 영상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갈 첨단 영화제작 인프라로, 영화에 최적화된 스튜디오를 지었다"고 강조했다. 영진위 설명대로 공간 구성에서는 제작 현장을 배려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아직 첫걸음을 떼려는 순간이고 몇 단계 더 확장이 남아 있지만 계곡형 스튜디오였던 남양주종합촬영소와는 다르게 할리우드 식 평지형 스튜디오로서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제작되는 영화의 특성에 따라 꾸며질 수 있는 넓은 공간은 부산기장촬영소가 갖는 장점이었다.
영진위 측은 스튜디오 내부에 조성될 버추얼 스튜디오 역시 경쟁력 있는 공간으로 강조했다. 버추얼 스튜디오는 3차원 그래픽 기술을 통해 실제 촬영 현장과 가상의 배경을 결합하는 최첨단 제작시스템이다. 지난해 국내 일부 지역에서 버추얼 스튜디오가 개관했으나, 영진위는 부산기장촬영소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촬영소로서 설비 면에서 우위를 점할 것을 예고했다. 정식 개관 전까지 140억 정도를 투입해 소형 스튜디오 안에 조성할 예정이다.
접근성과 제작비 부담은 최신 시설과 영화사 우대로 상쇄

▲부산기장촬영소 스튜디오2(650평 규모) ⓒ 영진위 제공
여기까지는 새로운 스튜디오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마냥 장밋빛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9년 남양주종합촬영소가 문을 닫으면서 한동안 대형 스튜디오 공백기가 있었고, 이를 크고 작은 스튜디오들이 대체했다. '충무로'로 통칭되는 한국영화의 특성상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주변으로 제작사들이 몰려 있는 상태에서, 부산에 위치한 촬영소가 효율성 있게 활용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접근성이 지적되고 있다. 부산기장촬영소가 부산과 울산 사이에 위치해 있어 김해공항이나 부산역에서 차로 1시간 정도 이동해야 한다. 남양주종합촬영소가 서울에서 1시간 안팎 거리에 있어 출퇴근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부산기장촬영소는 기본적으로 숙박이 전제 될 수밖에 없다. 이동시간과 숙식 문제는 제작비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기에 제작사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제작비가 100억대 이상 들어가는 대작 영화나 OTT 드라마 등 세트장 건립과 장기 촬영이 가능한 작품들은 큰 문제가 없지만 중소형 영화들이 이용하기에는 녹록치가 않다. 서울의 한 제작사 대표는 "부산촬영소 완공은 반가운 일이지만 수도권의 스튜디오 예약이 어려웠던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제작 편수가 줄어서 다소 여유로운 상황이다"라며 "50~80억 수준 영화의 경우 체류 비용 등을 감안하면, 가급적 수도권 주변의 스튜디오를 찾아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부산기장촬영소 미디어데이에서 촬영소 현황과 운영 방안 등에 대해 장광수 영진위 사무국장이 설명하고 있다. ⓒ 영진위 제공
영진위 측도 이를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남양주종합촬영소가 문 닫을 때 실무책임자이기도 했던 장광수 영진위 사무국장은 "좋은 시설을 마련했지만 부산 경남 쪽의 영화 제작이 미미한 상태에서 수도권의 제작사들이 와야 하다"며 남양주종합촬영소처럼 예약에 수개월이 걸리고 연중 활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주변 인프라를 비롯해 안정적인 운영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저희도 제기되는 여러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영진위가 영화인들을 최우선으로 삼는 곳이기에 최상의 서비스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 기장군 등과 함께 로케이션 인센티브 관련 지원 사업도 고려하고 있기에 접근성과 제작비 문제는 상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에 100여 개의 스튜디오가 있지만 주로 6개월 이상 세트장을 활용하는 OTT 드라마 등을 배려하고 영화 제작사들은 외면받고 있다는 점을 비교하면서 영진위 운영 촬영소의 이점을 강조했다.
장광수 사무국장은 또한 부산촬영소 준비 단계부터 영화계가 요구한 사극 세트장 건립에 대해 "현재로서는 예산이 없다"면서도 "인연이 맞는 작품이 있다면 고려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사에서 촬영에 필요한 고정 세트를 건립할 경우 장기적으로 필요에 따라 장기간 유지하면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남양주종합촬영소 때도 영화 <취화선> 세트장이나 <JSA> 판문점 세트장 등이 오래 유지되면서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기도 했었다.
부산영화제 기간 중 제작 관계자 투어 진행
영진위는 본격적인 촬영소 운영에 들어가면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인 오는 8일과 9일 이틀간 영화·영상 콘텐츠 제작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할 계획이다. 11월부터 가동되는 부산기장촬영소는 시범운영을 위한 작품 공모와 선정을 하고 이들에게는 대관료를 전액 감면해 준다. 2027년 3월까지 시험 운영 기간을 마치고 이후 개관식을 가질 예정이다.
영진위 측은 스튜디오 대관료와 관련해 "촬영소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과 대관료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옛 남양주종합촬영소보다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종합촬영소는 기존 스튜디오 대비 30% 정도 대관료가 저렴해 많은 영화사들이 활용했는데, 수도권의 제작사들을 적극 배려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부산영상위원회도 기장촬영소를 이용하는 작품들도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 사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촬영하는 작품의 경우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제작비용의 20~30% 정도를 현금으로 환급해 주는 제도다. 전세계적으로 촬영 유치를 위한 필수적인 제도로 자리 잡았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부터 지역 로케이션 지원 사업 예산을 없앴고, 2027년 예산(안)에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