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유도고군산대교에서 바라 본 선유도. ⓒ 정도길
올 3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지리산둘레길을 걷고 있다. 한 번 걸음에 12~14km 정도 거리를 5시간 안팎으로 걷는다. 지리산둘레길은 약 289.4km로 21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일주일에 한 번 걸을 경우, 한 바퀴를 완보하려면 약 반 년 정도가 걸리는 셈이다. 우연한 기회로 참여하게 된 둘레길 걸음은 내게 있어 삶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네 번의 심장시술을 받은 이후 우울감에 시달렸지만, 걷기운동은 이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건강상태도 많이 양호해졌다는 주치의 진단도 받았다. 무엇보다 좋아진 점은 정신건강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걷기운동이나 트레킹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포털사이트는 여행도 겸하고 트레킹 하기 좋은 곳에 대한 정보가 넘쳐난다. 특히 가을 단풍철을 맞아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 끌게 하는 자극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는 듯하다. 지난 추석 연휴를 맞아 가을여행에 나섰다. 24일 오전에는 고창 선운사 꽃무릇 군락지에서, 오후에는 부안 내소사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25일, 처음으로 걸어보는 섬과 섬을 잇는 트레킹에 나섰다. 군산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그리고 장자도 네 개의 섬을 잇는 다리를 건너보고 싶었던 것이다.

▲선유도신시도~장자도를 걸으며 보는 어촌 풍경이 정겹고 아름답다. ⓒ 정도길
나는 갯가에서 나서 여섯 번 강산이 변하는 동안 바다만 보고 살아왔다. 귀촌한 뒤 한 번의 강산이 변하는 동안에도 늘 바다가 그리웠다. 어머니 품 같은 바다는 내게 있어 인간 본능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행을 떠나기 전 다리 위를 걸을 수 있는지 살폈다. 위성지도와 앱을 통하여 확인한 결과 인도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는 것을 알았다. 거리는 10.1km로 넉넉히 잡아도 2시간 반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었다. 출발지는 신시도항이 위치한 신시도선착장이다. 이곳은 새만금방조제 중간지점에 위치한 곳으로 군산과 부안에서 각각 접근할 수 있다.
신시도항에는 추석날임에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볐다. 물 한 병만 담은 간단한 배낭만 챙기고 걸음에 나섰다. 추석날이라 그런지 차량통행은 의외로 많았다. 신호등 있는 곳에서는 100m 넘게 줄을 선 모습이다. 첫 번째 다리인 신시해안교로 들어섰다. 이 다리는 섬과 섬을 잇는 다리는 아니고 신시도 지형 여건으로 해안가를 따라 건설한 다리다. 사전 확인한 것과 같이 다리 위에는 인도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남녀가 자전거를 타면서 좀 비켜달라고 소리쳤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붉은색 아스팔트 위에는 보도용과 자전거용 도로가 구분되어 표시돼 있다.

▲안전표시신시도~장자도 걷기는 보도와 자전거전용 도로가 구분하여 표시돼 있어 안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 뒤로 붉은 색 선유도가 보인다. ⓒ 정도길
바다 위를 걷는 트레킹... 고군산군대교에서 보는 환상적인 풍경
역시 바다였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내게 바다는 따뜻한 어머니 품이다. 이름 모를 섬 앞으로 배 한 척이 쏜살같이 달린다. 갈매기 떼도 춤을 추며 뒤따른다. 흰 거품을 내뿜고 대각선 물보라를 일으키며 저 배는 어디로 가는 걸까. 어릴 적 게랑 고둥이랑 잡아 어머니께 자랑하러 한숨에 달려갔던 그 모습이 데자뷔로 느껴진다. 아마 저 배 선장은 만선으로 추석날 어머니께 자랑하러 가는 모습이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아쉽게도 희뿌연 날씨로 청명함은 부족했지만 쪽빛바다는 내 고향 거제도의 바다와도 같은 모습이다.

▲귀향저 배 선장은 만선으로 추석날 어머니께 자랑하러 열심히 달리는 모습이 아닐까. ⓒ 정도길
길을 걷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이다. 많은 차량 통행으로 소음이 좀 심하다 보니 숲속 길을 걷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교차로를 지나고 마을을 지나면서 아래로 펼쳐 보이는 풍경은 어촌의 넉넉한 모습이다. 작은 선착장에 옹기종기 정박한 배, 개펄에 물이 흘러가고 남은 흔적으로 그려진 지도는 많은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의 모습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라서 그럴까, 이런 풍경을 보노라면 왠지 눈시울이 적셔 올 때가 있다. 출발한 지 45분 만에 고군산대교에 들어섰다.
고군산대교는 군산시 옥도면 고군산군도 신시도와 무녀도를 연결하는 다리다. 이 다리는 길이 400m, 교폭 18m, 주탑 높이 105m로, 국내 최초로 시도된 1주탑 방식의 현수교다. 2016년 6월 10일 준공된 이 다리는,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외팔 현수교(외주탑 현수교)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다리 끝 지점에는 건널목도 있어 신호등에 맞춰 다리 건너 풍경도 감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곧 이어 나타나는 무녀교는 길이 220m 폭 17m로 다리 위를 걷고 있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고군산대교고군산대교는 2016년 6월 10일 준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외팔 현수교(외주탑 현수교)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 정도길
저 멀리 휘어진 곳에 붉은 색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나중에 지나갈 선유교다. 걸음은 신시도에서 장자도로 가는 방향이라 도로 우측으로 걷고 있다. 무녀2교차로 신호등 앞에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선유교 입구에 선 표지석이 눈길을 끈다.
"섬은 바다를 잇고 다리는 사람을 잇는다."
"아름다운 최치원의 시가 머물고 나라 지킨 충무공의 얼이 깃드니 신선이 노닌 고군산이로다."
고군산군도는 조선 세종 때 군산진이라는 이름에서 유래됐다. 군산진이 있던 섬 무리였던, 오늘날 선유도 일대를 '옛 군산(古群山)'이라 칭했고, 지금의 고군산군도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바다를 잇는 섬을 걷고, 사람을 잇는 다리를 건너며, 신선이 노닌 고군산군도에서 즐거움을 더한다.

▲표지석선유교 입구에 세워진 표지석 앞에서 잠깐 걸음을 멈추고 상념에 잠겼다. ⓒ 정도길
고군산군도를 걷고 있는 나는 신선이 되었다
선유교를 건넌다. 선유교는 길이 268m로, 이 다리를 건너면 신선이 놀다 갈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섬 선유도가 나온다. 선유도는 고군산군도에서 사람이 제일 많이 사는 섬이다. 유리알처럼 맑고 고운 모래가 펼쳐진 약 1.2km 천연 해안사구 해수욕장이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다.
선유2교차로 앞에 섰다. 초행길이라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고민이었다. 바로 직진하면 종착지인 장자회전로타리까지 0.9km 거리다. 우회전하여 선유도 해수욕장과 솔섬으로 이어지는 목재 데크 길을 걸어 보고 싶다면 왕복 3.0km 더 걸어야 한다. 시간상 선유도 우회는 어려워 바로 장자도로 향했다.

▲선유2교차로선유2교차로에서 선유도와 장자도로 가는 길이 갈린다. ⓒ 정도길
마지막 다리인 장자교 앞 선유터널을 지나고 장자교에 닿았다. 이 다리는 길이 295m 폭20.5m로, 다리 아래로 보이는 바다물살이 거세다. 소용돌이치는 모습이 가슴을 섬뜩하게 할 정도로 무섭게 느껴진다. 신시도 선착장에서 장자도회전로타까지 딱 2시간을 걸어 도착했다. 장자도는 몰려드는 차량으로 다리 위 전 구간에 차량이 정차상태다. 주차장은 틈이 없고 좁은 길에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엉킬 정도다. 호떡 파는 가게는 말 그대로 '호떡집에 불났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장자도에는 또 하나의 다리인 장자도스카이워크가 있다. 길이 268m 폭 3m인 이 다리는 보행자 전용으로 이 다리를 건너면 선유도로 갈 수 있다. 다리에서 보는 장자교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리를 지나 선유도로 가는 좁은 산책로에 들어섰다. 선유도까지 시간상 갈 수는 없어 먼발치에서 풍경만 감상했다. 잘 생긴 소나무 뒤로 보이는 쪽빛 바다와 선유도의 암봉이 그림 같은 풍경이다. 발길을 돌려 버스를 타기 위해 장자도회전로타리로 향했다.

▲장자도스카이워크장자교에서 바라 본 장자도스카위워크 다리. 이 다리를 건너 선유도로 갈 수 있다. ⓒ 정도길
장자도~군산방향 버스 매 시간 20분 출발
장자도회전로타리에는 군산과 장자도를 오가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운행시간표에는 적혀 있지 않은 시간대도 있어 다소 헷갈렸다. 여행을 떠나기 전 장자도~군산 방향 버스는 매시간 운행하는 것으로 확인한 바 있다. 걱정이 돼 마을로 가서 주민에 물었더니 매 시간 20분에 차를 탈 수 있다고 알려준다. 짧은 시간 가슴을 쓸어내렸던 마음은 진정이 되었다.

▲버스시간표장자도회전로타리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장자도~군산방향 버스시간표. 장자도에서 군산방향으로 매 시간 20분마다 운행한다. ⓒ 정도길

▲선유도장자교스카이워크를 건너면 선유도로 갈 수 있다. ⓒ 정도길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 1700원 요금으로 버스를 탔다. 그런데 또 하나 걱정이 생겼다. 출발지인 신시도선착장 앞에 정류장이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카카오지도로 위치를 확인하고 선착장이 가까이 올 무렵 앞을 보니 '신시도항' 정류장이다.
고군산군도 다리 6개는 신시해안교, 신시교, 고군산대교, 무녀교, 선유교 그리고 장자교로 연결돼 있다. 이날 10.1km에 2시간 30분을 걸었다. 지리산둘레길에서 야생화를 보고 새소리를 들었다면, 신시도~장자도 다리 위 트레킹은 통통거리는 배 소리와 쪽빛바다를 보았다. 지리산에는 어머니 젖줄 섬진강이 있었다면, 고군산군도에는 어머니의 품 바다가 있었다.
● 총 거리 및 소요시간(10.1km, 2시간 30분)
신시도(09:15) ~ 신시2사거리(09:33, 1.4km) ~ 신시3삼거리(09:45, 2.4km) ~ 신시초교삼거리(09:52, 2.9km) ~ 고군산대교 시작점(10:00, 3.6km) ~ 무녀교차로(4.4km) ~ 무녀2교차로(10:31, 5.9km) ~ 선유교시작점(10:44, 6.7km) ~ 선유1교차로(10:50, 7.1km) ~ 선유2교차로(10:57, 7.7km) ~ 장자교시작점(11:06, 8.2km) ~ 장자도회전로터리(11:15, 8.7km) ~ 장자도스카이워크 끝지점(11:30, 9.4km) ~ 장자도로타리(11:45, 10.1km)
● 장자도~군산 방향 버스 시간표
. 선유도 기준 첫차 07:15 ~ 막차 21:15(매 시간마다 운행) 버스차량 99번, 버스요금 1,700원
☞ 장자도 버스정류장에 선유도 출발 표기가 왜 되어 있는지, 장자도에서 매 시간 20분 출발. 관계기관에서는 보다 더 쉽게 버스시간표 정리가 필요해 보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여행, 인생여정>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