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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생성 이미지 ⓒ 오마이뉴스

제주 일주 도로를 걷고 온 후 나는 지리산으로 갔다. 나는 4번의 종주를 했다. 처음 한번은 일행이 있었지만 나머지는 3번은 혼자 다녔다. 지리산으로 간 이유는 제주 길을 걷고 온 후, 나를 마음껏 힘들게 하고 난 후 느껴졌던 내가 나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그 기분을 이어가고 싶었다. 산행하는 것이 몸은 마음껏 힘들게 할 수 있지만 돈은 가장 적게 든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매우 가난하다.

처음 혼자 산행을 갔을 때다. 세석 산장 부근에서 만난 아저씨가 있다. 그분은 올라가고 나는 내려가며 마주치게 되었었다. 그분이 물어본다. " 혼자 오셨어요?", "네" 지나치던 그분이 나를 바라보며 엄지척을 해주며 " 존경 한 표"를 크게 말하고는 획 지나가신다. 처음으로 들어본 존경이라는 말이다. 그 말은 나도 존경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15~16년 전이지만 그분의 말은 지금도 내 마음을 돌아다닌다. 그분이 해준 엄지 척은 여전히 언제나 나를 향하고 있다.

혼자서 두 번째 종주길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출발점인 성삼재로 오르지 않고 중산리로 오르기로 했다. 성삼재는 이미 두 번이나 오른 코스라서 다르게 오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청개구리 기질이 있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것에는 흥미가 일지 않는다.

중산리는 매우 가파른 코스라 사람들이 잘 오르지 않는다. 산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천왕봉이 보일만큼 거리는 짧지만 정상에 갈 때까지 전부 오르막길이다. 언젠가 티비에서 보니 운동선수들이 아침 운동 하는 것을 봤다.

내 속도 대로 걷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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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밑 민박집에서 자고 이른 시간 일어나 산을 올려다보니 산 정상에 하얀 것이 쌓여 있다. 밤새 눈이 내렸던 거다. 산 밑은 여름인데 정상에는 눈이 내렸다. 역시나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정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대피소에 다다를 때까지 한 명도 만나지 못했으니까. 천왕봉과 가장 가까운 대피소에서야 하산하는 한 명을 만났다.

산 밑은 여름인데 올라가다보니 봄 꽃이 피어 있다. 조금 더 오르니 가을이 되어 있었는데 산 정상에는 겨울이 기다리고 있었다. 눈이 내리고 있다. 눈꽃을 뒤집어 쓰고 있는 나무들은 꼭 성탄 트리를 연상하게 했다. 나무들이 세차게 흔들리는 바람과 함께 갑자기 어두워지는 천왕봉이다. 눈 바람이 부는 캄캄한 정상에 나 혼자 있었다. 천왕봉에 나 혼자 있었는데 폰도 없었으니 증명할 방법이 없다. 나 혼자만 알고 있는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나에게는 사실이다. 산행 후 들으니 여름인데 천왕봉에는 눈이 내렸다고 뉴스에도 나왔다 한다. 그때 나 혼자 거기에 있었는데 밝힐 방법이 없다. 내려가는 길은 다시 가을에서 봄으로 바뀌더니 장터목 산장에 다다르니 여름이 되어 있다.

네 번째 종주는 화-대 종주를 하기로 했다. 이 코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지 않는 코스다.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를 얘기한다. 화엄사를 오르는 길은 산행을 하는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깔딱고개를 올라야 한다. 대원사길은 아주 지루하다. 지루한 것보다 잠깐 힘든 것이 낫다. 지루한 길이 길게 이어지다 보니 대원사는 잘 가지 않는 곳이다. 그래도 나는 한 번은 가고 싶었다. 왜 사람들이 가지 않으려 하는지 나는 한 번은 가고 싶었다. 해봐야 알지 않겠는가. 하고 나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코스가 되었다. 나는 사람들의 말을 잘 믿지 않는다. 또 의심도 하지 않는다. 내가 경험해서 내가 아는 것 외에는 의심도 믿지도 않는 성향이 있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이지는 모른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인생살이가 그렇듯 산행은 욕심이나 과신은 금물이다. 자기 자신을 알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산을 타야 한다. 가끔 보면 욕심 내는 사람을 보게 되는데 더러는 탈이 나는 경우가 있다. 열심히 씩씩하게 나를 앞지르며 가던 여자 분이 있었는데 내리막길에 다리가 풀려 한 걸음 걷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그럴 때는 참 답답하다. 헬기가 뜰 수도 없다. 산지기가 오더라도 업혀서 내려와야 한다. 그분이 어떻게 내려왔는지는 모르겠다. 내 속도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토끼와 거북이 수준이지만 나는 내 속도로 걷는다. 각자의 속도는 다르지만 목적지는 같다. 조금 늦게 도착하거나 일찍 도착하는 차이가 날 뿐이다. 나는 삶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 속도 대로 살아간다.

희생 없는 대가 없고 대가 없는 희생 없다

지리산은 40km가 넘는 긴 산행이다 보니 힘들기는 하지만 위험한 코스는 거의 없다. 지리산은 다른 산에 비해 물 사정도 좋다. 산행을 전혀 하지 않는 초보자도 가능한 곳이다. 나도 처음 종주길을 갔을 때 한 번도 산을 오르지 않았던 완전 초보였다. 네 살 쯤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볼을 빨간 사과처럼 물들이면서도 엄마, 아빠 도움 없이 혼자 산을 오르는 것을 봤다.

한 가지 산행을 할 때 부탁하고 싶은 것은 그 무엇이든 전부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과일 껍질이나 먹는 음식은 버려도 된다 생각하지만 산에서 살아가는 새들의 모이 주머니는 매우 작다. 나무에 있는 벌레를 잡아 먹어야 산이 건강하게 유지되는데 사람들이 버린 음식을 먹은 새들은 생식기능을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산은 건강을 잃게 된다고 산장지기 아저씨의 일장 훈계를 들었다. 사람들이 버리는 음식 때문에 벌레를 잡기 위한 애를 쓰지 않아도 되니 사람들이 버린 음식을 먹었던 새들은 자꾸 사람 주위를 맴돈다고 했다.

지리산 종주는 10번은 하고 싶었으나 4번으로 끝을 냈다. 30대 중반에 이미 내 무릎은 퇴행성 관절염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이런 저런 조치를 몇 겹으로 해도 긴 산행은 더 이상 무리였다. 그 후에는 가까운 곳에 있는 속리산, 계룡산을 주로 갔다. 지리산 종주 10번 못 한 것보다 더 아쉬운 것은 설악산 공룡능선을 타지 못한 것이다. 설악산은 위험한 곳이 곳곳에 있어 혼자 산행하는 것은 금물이다. 또 지리산처럼 물 사정이 좋지가 않다. '악'자가 있는 산일 경우 위험하다 하는데 월악산을 한 번 타고는 설악산 가는 것을 포기했다.

지리산을 다녀온 후 나는 희생 없는 대가 없고 대가 없는 희생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몸이 하는 경험만큼 좋은 선생님이 없다는 생각이다. 편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무언가를 망설이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실패하든 성공하든 해보라고 권한다. 내 몸이 하는 경험 말이다.

#지리산을#다녀온#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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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72살 할머니의 도보 여행기

글
강정숙 (gjs2022) 내방

도보여행가 어느 여름 치열하게 걸었던 지주일주도로 220km가 작가에게 도보여행가라는 표징의 작은 시작점이 되었다. 그 이후 10년동안 틈이 날 때마다 길 위에 서서 자신의 발자국으로 길과 길을 꿰메어 잇듯이 걷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와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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