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동구 초량동 주부산일본총영사관(일본영사관) 앞 부산 평화의소녀상이 바리케이드(질서유지선, 안전펜스) 안에 갇혀 있다. 2016년 시민모금으로 세워져 자유롭게 방문이 가능했지만, '검은봉지' 테러 등 극우 혐오 시위가 이어지자 지난 2024년부터 경찰이 접근을 차단해 왔다. ⓒ 김보성
부산 평화의소녀상을 둘러싼 바리케이드(질서유지선, 펜스)가 드디어 사라진다. '검은봉지 테러' 등으로 수난사를 겪던 소녀상에 보호벽이 쳐진 지 2년여 만이다.
소녀상을지키는부산시민행동과 지자체, 경찰은 협의 끝에 철거로 의견을 모았다. 개방일은 9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 부산수요시위가 있는 날이다.
22일 <오마이뉴스>의 취재를 정리하면, 오는 30일 낮 129차 부산수요시위 기자회견에서 평화의소녀상과 시민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바리케이드를 완전히 들어낸다. 소녀상 관련 주체인 시와 구청, 시민단체가 공문으로 철거를 요청하고, 경찰이 이를 수용하는 방식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 소녀상을지키는시민행동은 이날 공동으로 수요시위와 함께 상징행사를 주최한다.
시민 접근 차단 부작용... 수난사 겪은 소녀상 열린다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치울 조건이 충분히 마련됐단 입장이다. 부산동부경찰서 측은 "세 주체의 합의로 질서유지선을 열기로 했다.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해선 이전보다 순찰을 강화하는 등 신경을 더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행동에 이어 부산시와 동구청은 최근 두 차례나 철거 협조 공문을 경찰에 전달했다.
국회 관련법 개정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비방·왜곡에 대한 법적 대응이 가능해지자 지난달 초 소녀상 관련 회의가 진행됐다. 그러나 속도가 붙지 않아 두 달 가까이 진척이 없었다. 결국 시민행동이 다시 압박에 나섰고, 지자체도 이에 호응하며 해법을 찾았다. 그동안 경찰은 애초 시설물보호를 요청한 쪽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단 방침이었다.
지킴이단을 운영하는 시민행동의 김미진 부산평화너머 공동대표는 물리적 장벽이 된 바리케이드를 걷어내자는 목소리에 모두가 공감한 결과라며 이를 환영했다. 김 대표는 "햇수로만 보면 3년이 걸렸다. 보호가 아닌 마치 벽이 된 상황이었는데 드디어 소녀상이 열린다. 너무나 반갑다"라고 반응했다. 그는 소녀상 훼손 시도를 감시할 '고화질 CC(폐쇄회로)TV' 교체 등 남은 쟁점도 조속히 해결하길 바랐다.

▲부산시 동구 초량동 주부산일본총영사관(일본영사관) 앞 부산 평화의소녀상이 바리케이드(질서유지선, 안전펜스) 안에 갇혀 있다. 2016년 시민모금으로 세워져 자유롭게 방문이 가능했지만, '검은봉지' 테러 등 극우 혐오 시위가 이어지자 지난 2024년부터 경찰이 접근을 차단해 왔다. ⓒ 김보성
부산시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후문 쪽에 자리 잡은 평화의소녀상이 지금처럼 된 건 2024년 5월부터이다. 당시 한 30대 남성의 '검은봉지 테러'가 결정적 계기였다. 이 남성이 '철거'라 적힌 검은색 봉지를 씌우거나 스시와 일본 맥주를 동원해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을 공격하고 소녀상을 위협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그는 이런 내용을 극우 성향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문제를 키웠다. 이때 소녀상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는데, 파장이 커지자 시민단체는 결국 지자체에 보호를 요청했다. 이후 경찰은 소녀상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접근을 막기 시작했다.
하지만 훼손 시도가 잠잠해져도 이 장벽은 사라지지 않았다. 부산 소녀상 옆에 놓인 빈 의자는 피해자들과 함께 앉아 연대한다는 다짐이지만, 그 뜻이 퇴색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소녀상의 모습 역시 바리케이드에 대부분 가려졌다. 비치된 안내자료(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등 4개 언어로 제작)를 가져가려 해도 불편이 뒤따랐다.
이제 남은 과제는? "민관이 힘을 합쳐 소녀상 지켜야"
그러다 비슷한 처지였던 서울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바리케이드가 지난 5월 해체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 작가는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낮은 자리에 앉아 있는 상을 만든 건데, 이게 보호인지 감옥살이인지 모르겠다. 빨리 해방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해 왔다(관련기사:
[오마이포토] '감옥살이' 5년 소녀상, 이제 해방되나 https://omn.kr/2hi69)
부산 역시 바리케이드 철거 수순을 밟고, 최종 날짜까지 못 박자 지역 여성단체는 "시간이 걸렸지만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를 환영했다. 매달 부산수요시위에 참여하는 장선화 부산여성회 상임대표는 "소녀상이 다시 시민의 품으로 되돌아온다. 앞으로 더 이상 닫히지 않도록 민관이 힘을 합쳐나가며 소녀상을 지키자"라고 남은 과제를 강조했다.

▲먼저 열린 서울 소녀상지난 5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에서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열린 ‘1751차 일본군 성노예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그동안 극우인사들의 훼손 위협 때문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주변 경찰 바리케이드가 5년 11개월만에 완전 철거돼 참석자들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권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