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청탁한 의혹을 받는 사업가 양수진씨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약속 등 혐의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15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404호 법정. 평소라면 조용히 진행됐을 형사단독 재판에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시선은 피고인석으로 향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이른바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관련해 이름이 거론돼 온 양수진씨와 제넨셀 설립자 강세찬씨가 같은 날 나란히 법정에 출석했기 때문이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사전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양씨였다. 양씨는 오후 4시 4분께 경찰 관계자와 함께 법원에 들어왔다. 남색 계열 정장에 반바지, 하늘색 셔츠와 운동화를 착용했고 옅은 갈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청사 입구에서 곧바로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김승원 후보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후보자와 어떤 관계입니까. 왜 '오빠'라고 부른 겁니까."
"신변보호는 왜 요청하셨습니까."
"청탁이 아니라 공익 민원이었다는 김 후보자의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씨는 어느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취재진을 지나쳐 그대로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약 10여 분 뒤인 오후 4시 17분께에는 강씨가 변호인과 함께 법정에 도착했다. 남색 정장과 흰색 와이셔츠, 푸른색 계열 격자무늬 넥타이 차림이었다. 그 역시도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한 법정에 모이자 분위기는 더 분주해졌다. 오후 4시 20분께 기자들이 잇따라 법정 안으로 들어서자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양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돌려 방청석을 한 차례 길게 둘러봤다.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들어선 법정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모습 드러낸 양수진씨, 김승원 후보자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
유성호
논란의 두 사람, 법원에 나란히 출석
이날 재판에 이례적으로 취재진이 몰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같은 시각 국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었다. 김 후보자가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동안, 법원에서는 그 과정에 등장하는 양씨와 강씨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을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할 주요 당사자로 지목해 왔다. 야당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양씨와 강씨의 증인 출석을 요구했지만 실제 출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청문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두 사람이 공교롭게도 바로 그날 오후 법원에 동시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두 사람 사건 기록 등에 따르면 강씨는 2021년 제넨셀이 추진하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문제와 관련해 양씨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김 후보자와 친분이 있던 양씨는 김 후보자에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처리 상황을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연락했다. 김 후보자는 이후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 등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다만 강씨 관련 사건 1심에서 법원은 김 후보자의 연락을 계기로 식약처가 정상적인 임상시험 심사 절차를 생략하거나 제넨셀을 다른 기업보다 우선해 심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날 관심은 강씨의 '입'에도 쏠렸다. 강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양씨에게 어떤 부탁을 했는지, 당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새로운 설명이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
강세찬 피고인신문 기대했지만… 항소심 선고 연기로 불발

▲사업가 양수진씨를 통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민원을 전달하도록 한 의혹을 받는 강세찬 제넨셀 창업자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약속 등 혐의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하지만 오후 4시 28분께 시작된 재판은 예상과 달리 절차 정리에 집중됐다. 재판부는 지난 7월 양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진행한 뒤 검찰이 피고인들이 부동의했던 증거 상당수를 철회하거나 다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사건의 증인신문 녹취록도 추가로 제출됐다.
변수는 강씨와 관련된 별도 사건의 항소심이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이 이번 재판과 일부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 판결 결과를 확인할 예정이었지만 서울고등법원이 선고기일을 9월 30일로 연기했다. 피고인 측 역시 검찰이 정리한 증거목록을 이날에서야 전달받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날 예정됐던 강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은 진행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 차례 기일을 더 열어 항소심 판단과 양측의 최종 증거 의견을 확인한 뒤 남은 서증조사와 강씨 피고인신문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공판은 시작 약 10분 만에 끝났다.
다음 재판은 오는 11월 12일 오후 4시다. 재판부는 이날 약 90분을 확보해 서증조사와 강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진행하고, 최종 변론과 피고인들의 최후진술까지 거친 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양씨와 강씨는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떠날 때도 아무런 말을 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