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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기공체조에 푹 빠져 있다. 가끔가다가 올라가는 아파트 뒷산에서 우연히 만난 체조 모임. 산에는 올라가도 둘레길만 걸었지 정상에 있는 인조 잔디 운동장에 올라선 건 처음이었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산 정상까지 올라가 보고 싶었다.
운동장 한가운데에 선 스무 명 남짓의 회원들이 스트레칭과 맨손 체조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 나는 그냥 지나쳤다. 그다음에는 잠시 서서 구경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동참하고 싶다는 욕구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무작정 발걸음이 나를 끌고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쭈뼛거리고 서 있을 때 표정이 밝은 한 언니가 내 손을 이끌었다.
"한번 해보세요. 몸과 마음이 좋아질 거예요."
몸 튼튼, 마음 튼튼
그렇게 기체조팀으로 들어온 지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때 '나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인 건 순전히 나이가 준 용기 덕분이었던 것 같다.
첫날 맨 뒤에 서서 어정쩡한 자세로 체조를 하는데 식은땀이 절로 났다. 새벽 6시도 안 된 시각에 하는 운동인데 나한테는 아주 격했다. 나를 제외한 회원들의 몸은 왜 그리도 날렵하던지. 동작 하나하나가 학처럼 고운 선으로 무리 없이 이어졌다. '한 다리로 서기'에서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나와는 달리 언니들은 꼿꼿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알고 보니 기체조 회원의 평균 나이는 70을 훨씬 넘었다. 하지만 60대인 나보다 얼마나 강철 체력의 소유자들인지. 그 비결은 수년 간을 새벽마다 산에 오르며 체력 단련을 해왔던 거였다. 내가 헉헉대고 산에 오르면 그분들은 이미 기구 운동을 하고 계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하곤 한다. 몸이 건강하니 정신도 건강하고 삶을 대하는 마음에 여유가 있을 테다. 남다른 지혜도 두루두루 갖춘 분들이라 날마다 배우는 것도 많다.
이제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산을 향하는 게 익숙해졌다. 밤새 웅크렸던 몸이 산길을 걷는 동안 이완되고, 함께 모여 기체조를 하면 자연스레 활력이 가득 찬 몸이 된다. 아직 초보에 불과하지만 몸이 많이 탄탄해지고 바르게 잡혀 가는 기분이 든다. 운동을 마치고 나면 마무리로 구호를 외친다. 손으로 배와 가슴, 머리를 때리면서 다리를 들고 하늘 높이 뛰어오르며 함성을 지른다.
"몸 튼튼, 마음 튼튼, 뇌 튼튼! 야! 야! 야!"
인심 후한 언니들이 수시로 가져오는 간식을 나눠 먹으며 새록새록 정이 쌓여간다. 집안 살림하면서 좋은 정보를 공유해주는 언니들을 보면서 "나이가 들어도 배움에는 끝이 없다"라는 말이 헛말이 아님을 깨닫는다. 살림의 고수들한테 배우고 익혀야 할 게 끝이 없다. '노인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도서관 하나가 스러진다'고 하는 말은 우리 기체조 회원들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지난 6일 일요일은 국학원에서 개최한 기공대회가 있었다. 우리 팀도 양천구를 대표하여 출전했다. 건강한 몸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기체조로 대회까지 출전하게 되다니 꿈만 같다. 기공대회는 구 대회, 서울시 대회, 전국 대회, 세계 대회까지 종류가 많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 인원이 늘고 있으며 외국인도 관심이 많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기공대회 포스터제 18회 서울특별시장기 국학 기공대회를 안내하는 포스터 ⓒ 윤태정
대회 당일 오전, 우리는 서울 을지로역에서 모였다. 일요일이라 바빴을 텐데도 약속 시각 이전에 모두 도착하여 함께 구민회관을 향했다. 모두 스물다섯 팀이 출전했는데 우리 팀의 순서는 여덟 번째였다. 각 구청 대표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니 옷차림이 각양각색으로 멋스러웠다. 양천구의 명예가 걸린 복장은 푸른색으로 관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만큼 화려한 문양이었다. 공연복으로 갈아입고 단체 사진을 찍은 뒤에 긴장된 몸을 풀며 잠깐 연습했다. 기공 수련의 목적을 가슴에 새기면서 무념무상의 정신으로 몸을 움직였다.
무대에 오른 날
도봉구 팀이 첫 무대를 장식했다. 백발의 노인들도 하나같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몸을 마음껏 부리며 실력을 펼쳤다. 참가 인원수가 많은 팀은 시각적으로 무대가 꽉 채워지는 듯한 효과가 있었다. 우리 차례가 되자 양말을 벗고 맨발로 무대에 올라섰다. 강당 가득 울려 퍼지는 '아리랑' 음악에 맞추어 절도 있게 동작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표현했다. 떨리지는 않았지만, 앞에서 지휘하는 원장님의 동작을 완벽하게 따라 하려다 보니 오히려 동작이 어색했던 것 같다.
무대를 내려올 때는 아쉬움이 남았다.
'출전하기 전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연습할걸...'
하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수련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하자는 목적이었기에,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했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개회사에서 국학 기공협회장이 했던 격려사를 떠올렸다.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하고 뇌를 건강하게 하는 건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과 지구촌 전체를 밝혀주는 일"이라는 것.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이 시대에 인간이 인간다움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라도 많이 동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이웃과 함께 심신을 건강하게 단련하면 가정이 화목해지고 사회도 밝아진다. 앞으로 나이를 먹어도 기죽지 말고 언니들처럼 꾸준히 산에 오르고 싶다. 바른 자세와 신체 균형 유지를 잘하면서 넉넉한 인심으로 이웃과 소통하며 살고 싶다. 나 자신과 다시 한번 약속한다. 꾸준하게 실천할 일만 남았다고. 이 길이 바로 기공체조에서 강조하는 '인간 사랑과 지구 사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