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하기동 초등학교 인근의 작은 우수관 주변에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친구랑어린이집 아이들이 '바다의 시작' 프로젝트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평소 아이들이 산책하며 자주 오가는 길이었다. 아이들은 우수관 주변에 쌓여 있는 낙엽과 생활쓰레기를 살펴보며 하나씩 집개를 이용해 쓰레기를 치웠다.
우수관 주변에는 낙엽 사이에 묻힌 쓰레기와 등이 쌓여 있었다.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한 아이가 "평상시에도 플로깅을 자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쓰레기를 줍는 일은 아이들에게 낯선 활동이 아니었다.

▲쓰레기를 치우는 칭구랑어린이집 아이들 ⓒ 이경호
우수관을 청소한 것은 단순히 주변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이날 진행한 '바다의 시작' 프로젝트는 도시의 작은 우수관에서 시작된 물길이 하천을 거쳐 바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직접 이해하고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산에서 시작한 물이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이라면,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거리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빗물과 함께 우수관으로 들어가 하천과 바다로 이동할 수 있다.

▲쓰레기가 쌓여 있는 우수관 ⓒ 이경호
우수관 주변에는 담배꽁초와 같은 작은 쓰레기가 많은 편이다. 이런 쓰레기는 빗물과 함께 강과 바다로 흘러가고, 쌓일 경우 배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우수관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과 함께 시민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청소를 마친 아이들은 장갑을 끼고 페인트를 들었다. 우수관 주변에 미리 마련된 틀에 맞춰 페인트를 채워 색을 칠하는 작업이다. 붓을 잡고 빈 공간을 하나씩 채웠다. 색이 채워질수록 그림의 윤곽이 나타났다. 우수관 주변에는 돌고래 모양의 그림이 완성됐다. 그 옆에는 '쓰레기 no'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새겨졌다.
아이들은 두 곳의 우수관을 정리하고 각각 돌고래 그림을 완성했다. 자신들이 깨끗하게 만든 공간이 이전과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의 표정에도 즐거움이 묻어났다. 미래에 다닐 초등학교라며 자랑하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전환경운동연합과 친구랑어린이집이 2026년 한 해 동안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생태와 환경교육의 연장선에서 마련됐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월부터 어린이집 인근의 산과 농경지, 물길과 둠벙 등을 찾아 조류와 어류, 양서류 등 다양한 생물을 관찰하며 아이들이 자연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에는 자연을 관찰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생활공간을 직접 돌보는 활동으로 교육을 확장한 셈이다. 산책을 나온 다른 어린이들이 그림을 발견하고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했다. 한 어린이는 잠시 그림을 바라보다가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길을 걸었다.

▲바다의 시작을 알리는 이미지 ⓒ 이경호
대전에서 처음 진행된 '바다의 시작' 프로젝트는 이렇게 아이들의 작은 손에서 시작됐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생활하는 거리와 하천, 그리고 바다가 하나의 물길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