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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성숙 국무총리가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14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성숙 국무총리가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TV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회가 여성들에게 보여준 것은 하나의 이미지였다.

"잠들고 있는 하얀 침대가 피로 물들게 된다. 그 안에 죽은 태아의 모습이 있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미프진 도입을 두고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던진 이 말은, 전국에 중계되는 국회 본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그는 이 말을 하며 '10주 된 태아의 발크기'를 본뜬 배지를 달았고, 미프진을 마약에 빗대며 "마약을 단속을 해야지 그렇다고 마약을 합법화시키냐"고 물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논란을 암시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오빠'라고 부르는 그 누군가로부터 청탁 로비를 받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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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발언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것이 정책 질의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미프진을 마약과 등치시키는 것, 여성의 몸을 피 흘리는 이미지로 전시하는 것, 총리의 정책 판단을 로비 의혹이 일고 있는 다른 논란을 환기하며 격하하는 것. 세 발언은 형식은 다르지만 겨냥하는 지점은 하나다. 여성의 몸에 관한 결정을 여성 당사자가 아니라 국가와 남성 정치인의 손에 붙들어두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 "피로 물든 침대"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는 설명이 아니라 전시이며, 설득이 아니라 위협이다.

먼저 마약 비유의 문제다. 미프진은 이미 50여 개국에서 승인돼 사용되는, 임신중지 약물 중 가장 널리 검증된 의약품이다. 한 총리가 이 사실을 답변하는 동안에도 윤 의원은 "마약을 하는 국민들이 있으니 마약을 풀어버리자는 거냐"는 질문을 반복했다. 이 비유는 성립하지 않는다. 마약은 사회적으로 사용 자체가 금지된 물질이고, 미프진은 전 세계 의료 체계 안에서 처방되는 합법 의약품이다. 이 둘을 같은 범주에 놓는 것은 무지의 결과가 아니라 프레임 전략의 산물이다. 임신중지를 범죄에 준하는 행위로 재규정하려는 시도나 다름없다.

그가 "생명을 죽이는 것"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고수한 대목도 같은 맥락에 있다. 총리가 승인국 현황과 보수적 절차 설계를 설명할 때마다, 그는 그 답변을 "그래서 약물을 풀어버리라는 거냐"는 한 문장으로 되돌렸다. 이는 대화가 아니라 프레임을 반복 주입하는 방식이다.

설득이 아니라 낙인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 ⓒ MUVS

두 번째는 '배지'와 "피로 물든 침대" 발언이다. 그는 태아의 발 크기를 본뜬 배지를 달고, 총리에게 출혈 여부를 확인시킨 뒤 그 이미지를 최대치로 묘사했다. "이 여성이 겪을 심리적 충격을 생각해보셨나." 이 문장이 겨냥하는 대상은 총리가 아니다. 이 발언을 지켜보는, 혹은 훗날 이 의사록을 마주할 여성들이다.

임신중지를 고려하는 여성, 혹은 이미 겪은 여성에게 이 발언이 남기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낙인이다. 그리고 이 낙인은 언제나 여성 개인을 향한다. 그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가 우려하는 "심리적 충격"의 발생 지점을, 그 자신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국에 중계되는 발언으로 직접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 발언의 자기모순을 드러낸다.

세 번째는 가장 노골적인 대목이다. "오빠라고 부르는 그 누군가로부터 청탁 로비를 받은 것 아니냐"는 발언은 정책적 반론이 아니다. 윤 의원은 이 말을 하며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보다 먼저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을 꺼냈다. "이재명 대통령,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처럼 '오빠'라고 부르는 그 누군가로부터 청탁 로비 받은 거 아니냐"는 것이 그의 정확한 표현이다.

신약 임상시험 승인을 둘러싼 청탁 의혹에서 브로커가 김승원 후보자를 '오빠'라 불렀다는 녹취가 공개되며 야권이 이를 '오빠 게이트'로 명명해온 사건이 그 소재였지만, 윤 의원이 실제로 겨냥한 것은 대통령 본인이었다. 그는 총리에게 "당신도 대통령을 그렇게 '오빠'라 부르는 누군가로부터 청탁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나란히 "오빠"라는 호칭으로 묶고, 그 호칭이 함의하는 사적 친밀함과 로비 의혹의 이미지를 근거로 총리의 정책 판단을 깎아내렸다. 이는 여성 총리의 전문적 결정을 정책 영역에서 끌어내 사적이고 성적인 관계망 안으로 되돌리는 화법이다. 여성이 정치적 판단을 내리면 그 판단의 배후에 반드시 사적 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 여성은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는 정치적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본다. 이는 낙태 정책에 대한 이견이 아니라 여성 공직자를 향한 성적 함의의 모욕이며, 동시에 대통령을 향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이기도 하다.

이 발언 직후 의원석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는 사실은, 이것이 국회 내에서도 정상적인 토론의 언어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는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고, 정정이나 사과도 없었다.

입법부 구성원으로서의 책임 방기

 지난 14일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한성숙 국무총리를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지난 14일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한성숙 국무총리를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 국회TV

이 모든 발언을 관통하는 전제는 하나다. 여성의 몸에 대한 결정은 여성의 것이 아니라는 전제다. 낙태죄가 폐지된 지 7년, 그 공백 속에서 여성들은 검증되지 않은 해외 직구 약물에 몸을 걸어왔다. 식약처가 적발한 불법 유통 사례만 수천 건에 달한다. 이 방치의 책임을 물어야 할 자리에서, 윤 의원은 오히려 방치의 지속을 주장했다. "법제화를 기다렸다가 해도 늦지 않는 문제"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7년을 기다린 이들에게 다시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을 신중함이라 부를 수는 없다.

이 발언들이 문제적인 이유는 그것이 개인의 실언이 아니라 하나의 일관된 전략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마약 비유는 임신중지를 범죄화하는 언어를 맡고, 피 흘리는 침대 이미지는 여성에게 죄책감과 공포를 심는 언어를 맡으며, '오빠' 로비 의혹은 여성 공직자의 전문성을 성적으로 무력화하는 언어를 맡는다. 세 발언이 한 사람의 입에서 순서대로 나왔다는 사실은 이것이 감정적 흥분의 결과가 아니라 반복 훈련된 화법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그는 총리의 답변을 온전히 듣지 않았다. "동의하시는군요"라며 총리가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으로 규정했고, "약물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까"라며 총리가 이미 설명한 불법 유통·오남용 문제를 되물었다. 이는 질의가 아니라 답을 정해놓은 취조에 가깝다.

반면 한 총리의 답변은 이 논쟁의 본질을 정확히 짚었다. "정부가 지금까지 7년간 방치한 부분에 대해서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방치에 대해 사과해야 할 자리에서, 방치의 연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것도 마약이라는 낙인, 피 흘리는 여성의 이미지, 성적 함의가 담긴 인신공격까지 동원한 방식으로.

윤용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판관을 자처했다. 그는 총리에게 정책의 타당성을 묻지 않고 "동의하십니까"를 반복해 답을 강요했고, 답변을 곡해해 다음 공격의 근거로 삼았다. 그는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의료적 과정을 피와 죽음의 스펙터클로 전시하며 공포를 정치적 무기로 썼다. 그는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대통령의 이름과 엮어 총리를 몰아붙였다. 이 세 가지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이라는 공적 절차 안에서 행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입법부 구성원으로서의 책임 방기다.

7년간 방치된 여성 건강권 문제 앞에서 그가 보여준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질의가 아니라, 여성의 몸을 볼모로 정치적 이미지를 소비하는 행태였다. 국민의 대표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품위와 사실에 근거한 토론 의무를 저버린 이 발언에 대해, 윤 의원은 공개적으로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feminist.kr에도 실립니다.


#윤용근#미프진#대정부질문#페미니즘#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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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모델 정규리의 정치 벗겨보기

14년차 현직 누드모델. 철학과 여성학을 공부했습니다. 몸의 경험으로 세상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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