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남구에 위치한 라이브 클럽 '오방가르드'는 지난 8년간 부산 인디 음악을 상징하는 성지로 자리잡았다. 지난 8월 26일부터 2개월 간의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 오방가르드 공식 SNS
지난 8월 26일, 부산 남구 경성대와 부경대 인근에 있는 라이브 클럽 '오방가르드'에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면서 일어나 춤을 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018년 문을 연 오방가르드는 지난 8년간 부산 인디 음악을 대표하는 산실이었다. 세이수미와 해서웨이, 소음발광 등 다양한 부산 뮤지션들의 무대였다. 두 달의 영업 정지 처분이 음악 팬들에게 다가오는 충격은 컸다.
오방가르드를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라이브 클럽은 수익 확보를 위해 주류와 음식의 판매를 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현행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에서의 공연은 가능하지만, 음향 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도록 허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유흥업소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채 편법적 운영을 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라이브 클럽은 공연장의 정체성을 가진 공간이지만, 이곳에서 벌어지는 '춤' 행위가 불법적 유흥으로 간주된 셈이다.
음악 팬과 아티스트 사이에서는 관객의 호응을 유흥의 잣대에서 바라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키라라, 단편선, 세이수미, 파란노을 등 뮤지션들은 물론 채널 1969 등 타 지역의 라이브 클럽들도 연대와 지지를 선언했다. 국회 공식 사이트에는 '소규모 라이브클럽의 공연 활동 보장을 위한 공연법·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 및 제도 개선 촉구에 관한 청원'이 게시되었는데, 지금까지 18,700명 이상이 동의에 참여했다.
여야 의원부터 장관까지 의견 발표... 해결 실마리 풀릴까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공식 입장 ⓒ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공식 SNS 갈무리
결집한 목소리는 정치권의 응답도 끌어냈다. 부산 남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 9월 9일 공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좌석 수·수용인원 등이 일정 규모 이하인 공연시설에 대하여 '소규모 공연 시설' 등록 제도를 신설하고, 등록된 소규모 공연시설을 공연장으로 인정하며, 해당 시설에서는 음식이나 주류를 판매할 수 있는 특례를 마련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박 의원은 "현행 제도는 소규모 공연 시설을 사실상 일반음식점 또는 유흥업소라는 이분법 안에서 다루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9월 11일 '소규모 인디 공연장에서 관객의 호응 행위를 보장하고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공연법과 식품위생법 개정안('오방가르드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식품위생법을 개정하여 일반음식점에서의 공연 중 기립, 춤 등의 관객 호응을 허용하는 예외를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은수 의원(충남 아산 을)역시 같은 날 소규모 공연 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공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음악 실연을 주로 하는 시설을 '소규모 음악 공연장'이라는 별도의 유형으로 정의하며, 주류 판매와 춤을 허용하는 관람 형식을 제도화하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세 의원의 법안은 구체적인 방법론에 있어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현행법이 라이브 클럽 등 소규모 공연 시설의 독특한 특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는 궤를 같이한다.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박용진 부위원장은 지난 9월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오방가르드 대표와 담당 변호사를 직접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박 부위원장은 "문화는 빠르게 변했는데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장 영업 정지로 위기에 처한 공연장에 대한 대안 마련도 과제다. 박 부위원장은 법 개정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단속 유예를 비롯한 현실적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뜻 역시 밝혔다.
이에 앞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8월 31일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에 "현행 법을 고치든, 아예 새로운 '공연장'의 개념을 만들든, 하루빨리 답을 찾아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다양성의 산실 '라이브 클럽', 춤출 권리에 대한 기대
문화는 무에서 창출되지 않는다. 라이브 클럽은 자우림과 크라잉넛, 잔나비, 실리카겔, 이승윤 등 수많은 대형 뮤지션이 자라난 토양이다. 또한 새로운 뮤지션들이 끊임없이 음악 팬들을 만나는, 다양성의 보고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오방가르드 사태' 이전에도 라이브 클럽의 역사는 순탄하지 않았다. 1999년 식품위생법 시행령을 통해 일반음식점 내 공연이 허용되기까지는, 대부분의 라이브 클럽 공연이 불법으로 취급되었다.
2019년에는 역시 부산 남구에 있던 일렉트로니카 클럽 '15 피트 언더'가 관객이 춤을 춘다는 이유로 1개월의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고, 2년 후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 2월에는 여러 방역 수칙을 준수했는데도 라이브 클럽 '클럽 에프에프'의 공연이 강제로 중단되는 아픔도 있었다. 당시 담당 구청 관계자의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이 공연장이다.", "일반음식점에서 하는 칠순 잔치 같은 건 코로나19 전에야 그냥 넘어갔던 거지, 코로나19 이후에는 당연히 안 되는 것 아니겠느냐" 등의 발언이 음악 팬들 사이에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2026년. 라이브 클럽이 처한 곤경에 수많은 정치인과 고위 인사들이 앞다퉈 대안을 제시하는, 전에 없던 풍경이 벌어졌다. 오방가르드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수많은 라이브 클럽은 공식적으로 춤을 출 권리를 회복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풀뿌리 대중음악이 흔치 않은 기회,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