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를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이라 정의한다. 이런 '산업재해' 중 사망 등 재해 정도가 심하거나 다수의 재해자가 발생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재해를 '중대재해'로 분류한다. 이에 따르면 배달 라이더의 업무 중 발생한 사망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이자 중대재해에 해당한다. 배달 라이더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1)
정부의 중대재해 원인조사 대상에서 자의적 배제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배달 라이더의 사망사고에 대해 현행법에 따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고용노동부장관이 그 원인 규명 또는 산업재해 예방 대책 수립을 위하여 재해의 원인을 조사하는 재해조사가 제도화되어 있지만(제56조), 배달 라이더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그 적용이 배제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통계청의 승인을 받아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및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를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통계로 집계·공표하고 있고, 재해 원인이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경영책임자 등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기인하지 아니한 것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 통계에 포함하고 있다는 태도다.2) 배달 라이더 사망사고가 재해조사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될 이유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배달 라이더의 산업재해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그 원인을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미 법으로 제도화된 재해조사와 통계의 범위에서 이를 임의로 빠뜨려 원인 분석과 제도적 검토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최근 재해조사보고서 공개의 법적 근거가 명시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면서 재해조사보고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태도3)와도 일견 모순된다.
이처럼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원인 조사, 즉 재해조사 대상에서 배달 라이더 사망사고를 자의적으로 제외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도 아니고,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다른 유형의 사망사고와 차별 없이 현행법을 적용하면 될 일이다. 원인 조사를 해야 재해 원인 규명 또는 예방 대책 수립을 할 수 있고 나아가 법 위반 등에 대한 판단도 가능하지만 애초에 법·제도의 문턱에서부터 배제되고 있다.
실제 언론 보도4), 연구5)등에서 언급된 사례를 보더라도 악천후 상황에서 배달 라이더에게 기상할증이나 프로모션을 부과하거나 무리한 리워드·등급제를 통한 경쟁구조 하에서 과로 운행을 조장하는 경우들이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고용노동부는 플랫폼 사업자의 낮은 기본 배달료와 지나치게 불안정한 배차 알고리즘, 라이더의 안전과 도로 위 안전을 도외시한 위험한 보상 구조 등에 대한 사례 취합 및 분석 등을 통해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건강의 보호·증진", "산업재해에 관한 조사 및 통계의 유지·관리" 등을 "성실히 이행할 책무"를 진다는 사실(제4조)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2025.11.21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본부는 라이더유니온지부 대전지회와 함께 2025년 11월 8일 대전 도룡동에서 발생한 10 중 추돌사고로 숨진 배달라이더를 추모했다. ⓒ 공공운수노조
잊힌 중대재해처벌법
- 법상 보호 대상은 확대되었지만 작동하지 않는 의무
산업안전보건법은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보호 대상으로 하면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일부에게, 일부 법 적용을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달리 중대재해처벌법은 '종사자'로 보호 대상을 전면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산업안전보건법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시행령에서 정하는 14개의 직종에 해당하면서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각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법적 보호 대상으로 보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직종과 무관하게, 다수의 사업에 노무를 제공하거나 타인을 사용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와 상관없이,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이기만 하면 보호 대상이 된다.
실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종사자(제2조 제7호 나목, 다목)가 사망한 때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어 기소·판결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이 경우에도 해당 종사자에 대한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한 판단례가 있다.6) 즉 배달 라이더의 경우 플랫폼 사업자와 직접 위탁계약을 체결하는지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계약하는지와 무관하게,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7호 나목 또는 다목에 해당하는 종사자로서 이 법의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자에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안전·보건조치 의무(제77조)를, '전기통신사업법' 제2조 제20호에 따른 이동통신단말장치로 물건의 수거·배달 등을 중개하는 자에게 그 중개를 통하여 '자동차관리법' 제3조 제1항 제5호에 따른 이륜자동차로 물건을 수거·배달 등을 하는 사람(배달종사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안전·보건조치 의무(제78조)를 각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의무는 전체 안전·보건조치 의무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 그 내용도 교육, 보호구 보유 여부 확인 등과 같이 매우 제한적이고 소극적이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망사고 등 재해를 예방하기에 적절한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부담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의무에 한정되지 않는다. 최근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구체적 안전보건 조치 의무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는 상호 독자적으로 평가될 수 있음을 전제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행 의무가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개별 조치 의무의 단순 합산이 아니라 구조적 차원의 의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확인하였다.7)
가령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배달 라이더의 업무 수행 중 유해·위험 요인에 관한 확인·개선 등 조치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의무로서 필요한 조치가 될 수 있다.
결국 플랫폼 사업자는 배달 라이더에게 배달 업무를 위탁하고 그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사업주로서, 배달 라이더의 안전·보건상 유해·위험을 방지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조치할 의무를 부담한다(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5조). 플랫폼 산업에서 알고리즘 기반 통제는 기업의 실질적 지휘·명령을 전자적인 방식으로 대체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마치 법률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도구로 기능하는 듯하다. 전통적인 사용자의 지휘·명령 방식과 다르지만, 노동자에게 충분히 강력한 통제로 기능한다는 현실이 간과되고 있다.
배달 라이더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령의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산업재해의 상시 위험 속에서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생계를 영위하는 노동자다. 알고리즘 통제의 효과는 근로종속관계 못지않게 크다는 점8)을 고려한 의무 부과 및 적용이 필요한 이유다. 플랫폼 사업자를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로 인식하고 알고리즘을 통한 각종 통제가 어떤 유해·위험을 유발하는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플랫폼 사업자가 어떤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등 종사자 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1)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근로기준법 주해 Ⅲ, 제2판 수정증보판, 박영사, 2025, 502쪽.
2)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알림e(https://labor.moel.go.kr/sasttc/sasttc/sasttc_description.do)
3)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중대재해 원인 조사 결과 「재해조사보고서」 대국민 공개, 2026. 5. 27.
4) 닷새 만에 또 배달 노동자 사망…'산재 1위'에도 근로감독 사각지대 "과로 강제하는 구조로 죽음 내몰려", 경향신문, 2025. 8. 8.
5) 플랫폼 배달 라이더의 위험성평가 체계 개발 연구,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재)일환경건강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24.
6) 대표적으로 제주지방법원 2023. 10. 18. 선고 2023고단146 판결에서 피해자는 해체 공사를 하도급받은 수급업체의 실질 운영자, 즉 수급인으로서 노무를 제공하는 종사자(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7호 나목)인 경우다.
7) 수원고등법원 2026. 4. 22. 선고 2025노1502 판결.
8) 김태규, 배달 플랫폼 종사자의 중대산업재해 보호 공백에 대한 일고 - 중대재해처벌법 제3조·제5조의 한계와 개선 방향 -, 법제논단, 법제처, 2026. 6., 15쪽.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9월호에도 실립니다. 이 글을 쓴 박다혜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운영위원, 법률사무소 고른 변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