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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 면접시험 복장 안내'를 공고하며 오는 10월부터 정장 대신 점퍼, 셔츠, 니트, 슬랙스, 청바지, 운동화 등 간편한 옷차림으로 면접에 임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지난 10일,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 면접시험 복장 안내'를 공고하며 오는 10월부터 정장 대신 점퍼, 셔츠, 니트, 슬랙스, 청바지, 운동화 등 간편한 옷차림으로 면접에 임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 인사혁신처

인사혁신처가 국가공무원 면접시험에서 정장 착용을 피하라는 공고를 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10일,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 면접시험 복장 안내'를 공고하며 오는 10월부터 정장 대신 점퍼, 셔츠, 니트, 슬랙스, 청바지, 운동화 등 간편한 옷차림으로 면접에 임할 것을 권고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단순 권고를 넘어선 '금지' 조항이다. 인사혁신처는 넥타이와 정장 구두 착용을 아예 금지하고, 만약 정장 구두를 신고 올 경우 현장에서 덧신을 씌우고 넥타이는 풀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침까지 내놨다. 구두 발자국 소음으로 인한 시험 운영의 지장을 막고, 부자연스럽고 경직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앞서 자율복장 실행한 충남도, 정작 현장에서는 모두 검은 정장 차림

 하지만 지침은 지침일 뿐이었다. 친구의 진술에 따르면 자신이 면접을 본 2022년 당시에도 면접장 대기실은 지원자 100여 명 중 평상복을 입고 온 사람이 본인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할 정도로 까만 정장 물결로 가득했다고 한다. 면접관들에게 혹여나 튀는 지원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지침을 압도한 것이다.
▲하지만 지침은 지침일 뿐이었다. 친구의 진술에 따르면 자신이 면접을 본 2022년 당시에도 면접장 대기실은 지원자 100여 명 중 평상복을 입고 온 사람이 본인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할 정도로 까만 정장 물결로 가득했다고 한다. 면접관들에게 혹여나 튀는 지원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지침을 압도한 것이다. ⓒ 박성우

과연 이 조치가 응시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까. 충남 부여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대학 동기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락을 해봤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왔다. 충청남도는 미리 비슷한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찾아보니 실제로 충청남도는 지자체 공무원 지원자를 대상으로 지난 2021년부터 평상복을 권장하는 자율 복장제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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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침은 지침일 뿐이었다. 친구의 진술에 따르면 자신이 면접을 본 2022년 당시에도 면접장 대기실은 지원자 100여 명 중 평상복을 입고 온 사람이 본인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할 정도로 까만 정장 물결로 가득했다고 한다. 면접관들에게 혹여나 튀는 지원자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지침을 압도한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미래가 걸린 시험에서 괜한 모험을 감수할 수험생은 없다. 공직 사회 특유의 보수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수험생에게는 아무리 지침이 떨어졌다 한들 평상복 차림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공포감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구두에 덧신까지 씌우겠다더니, 정작 모의면접 홍보물에는 넥타이에 구두 차림

 이러한 아이러니를 가장 잘 보여주는 씁쓸한 촌극은 다름 아닌 인사혁신처의 홍보물 그 자체에 있다. 편안한 옷차림을 강조한 공고를 올린 그 당일, 인사혁신처는 모의면접도 진행하는 '2026 공직박람회' 홍보물에서 말끔한 양복과 넥타이 차림의 캐릭터를 내세웠다. 스스로 만든 홍보물에서조차 '공무원다운 단정함=정장'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지 못한 채 엇박자를 내는 셈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가장 잘 보여주는 씁쓸한 촌극은 다름 아닌 인사혁신처의 홍보물 그 자체에 있다. 편안한 옷차림을 강조한 공고를 올린 그 당일, 인사혁신처는 모의면접도 진행하는 '2026 공직박람회' 홍보물에서 말끔한 양복과 넥타이 차림의 캐릭터를 내세웠다. 스스로 만든 홍보물에서조차 '공무원다운 단정함=정장'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지 못한 채 엇박자를 내는 셈이다. ⓒ 인사혁신처

인사혁신처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눈치 보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일 터다. 구두에 덧신을 씌우겠다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조항까지 덧붙인 것을 보면, 기필코 수험생들의 정장을 벗기겠다는 묘한 집념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현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벌써부터 공무원 관련 커뮤니티에는 '공무원 면접용 프리패스 핏' 같은 새로운 정답 찾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단정하지만 너무 차려입지 않은, 편안해 보이지만 결코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그 미묘한 적정선을 찾기 위해 수험생들은 정장 한 벌을 고를 때보다 더 외형에 신경을 쓸 것이라는 우려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가장 잘 보여주는 씁쓸한 촌극은 다름 아닌 인사혁신처의 홍보물 그 자체에 있다. 편안한 옷차림을 강조한 공고를 올린 그 당일, 인사혁신처는 모의면접도 진행하는 '2026 공직박람회' 홍보물에서 말끔한 양복과 넥타이 차림의 캐릭터를 내세웠다. 스스로 만든 홍보물에서조차 '공무원다운 단정함=정장'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지 못한 채 엇박자를 내는 셈이다.

청년 공무원 의견 궁금... 그들의 어려움은 옷차림에 있지 않아

진짜 문제는 눈에 보이는 외형이 아니다. 공직 사회를 병들게 하는 핵심은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조직 문화, 상명하복의 경직성 그리고 효율성보다 의전을 중시하는 구시대적 관행이다. 면접장에서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는다고 해서, 입직 후 경험하게 될 의사결정 구조가 하루아침에 수평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공단 2024년도 연령별 퇴직자 추이에 따르면 21~30세 공무원 퇴직자는 2015년 2441명에서 2024년 5105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청년 공무원들이 그토록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직장을 미련 없이 박차고 나가는 이유는 면접 때문이 아니다. 악성 민원인에 대한 보호막 없는 현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꽉 막힌 보고 체계, 일한 만큼 보상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처우 안에서 개인이 부속품처럼 소모되고 있다는 짙은 무력감 때문이다.

과연 인사혁신처가 이번 복장 지침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2030 실무 직원들의 의견을 얼마나 수렴했는지 묻고 싶다. 윗선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편한 옷을 좋아하니 이렇게 하면 혁신적으로 보이겠지'라며 내린 전형적인 탁상 행정의 결과물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보여주기식 껍데기 혁신, 본질을 비껴간 퍼포먼스에 고개를 끄덕일 청년은 이제 없다.

옷차림의 자유라는 피상적인 변화를 논하기 전에, 진짜 공직 사회가 벗어던져야 할 무거운 짐이 무엇인지부터 치열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인사혁신처#공직사회#정장금지#공무원면접복장#공무원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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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성우 (ahtclsth) 내방

나름대로 읽고 나름대로 씁니다. 음성노동인권센터에서 일합니다. 후원계좌 : 농협 351-0802-5012-33(음성노동인권센터) 제보 문의는 ahtclst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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