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22년 내린 집중호우에 침수된 신갈천 일대
▲2022년 내린 집중호우에 침수된 신갈천 일대 ⓒ 용인시민신문

기후변화로 여름철 재난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폭염과 특정 지역에 짧은 시간 쏟아지는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기존 시설과 대응체계만으로 시민 안전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경기연구원이 8월 발표한 온열질환과 홍수 피해 관련 자료를 보면 용인은 폭염과 집중호우 모두에서 안심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나타났다. 온열질환자는 경기도 대도시 가운데 많은 편이고, 호우·태풍 피해는 2016년부터 2024년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발생했다.

용인특례시도 폭염 취약계층 관리와 침수 우려 지역 점검, 공사장·산사태 위험지역 예찰 등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책이 시설과 인력의 규모를 늘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실제 위험이 큰 시민과 지역을 제대로 찾아내고 있는지는 별도의 점검이 필요하다.

2025년 온열질환자 60명, 1년 새 58% 증가

AD
경기연구원이 질병관리청 통계를 분석한 결과, 경기도 온열질환자는 2023년 683명에서 2024년 767명, 2025년 978명으로 늘었다. 2년 사이 증가율은 43.2%에 달했다. 2026년에도 8월 5일까지 612명이 발생했다.

용인에서는 2023년 21명, 2024년 38명, 2025년 60명, 2026년 8월 5일까지 34명 등 모두 15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조사 기간 용인에서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없었다.

 기흥역 앞에서 '취약계층 얼음생수 나눔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기흥역 앞에서 '취약계층 얼음생수 나눔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 용인시민신문

특히 2025년 환자 수는 전년보다 22명, 57.9% 증가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운 규모다. 단순히 더운 해와 그렇지 않은 해의 차이로만 보기에는 증가 폭이 크다.

용인은 2023~2026년 누계 기준 평택 233명, 파주 216명, 화성 215명, 수원 163명에 이어 도내 5번째로 환자가 많았다. 고양과 성남보다도 많았다.

다만 인구가 110만 명을 넘는 용인의 규모를 고려하면 인구 대비 발생률은 포천·가평·연천 등 도농 지역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위험이 낮다는 뜻은 아니다. 용인은 수지·기흥의 밀집된 도시지역과 처인의 농촌·산업지역이 한 도시에 함께 있는 도농복합 도시다. 도심 열섬과 옥외 근로, 농작업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

경기연구원도 환자 수만으로 위험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환자 수와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 65세 이상 인구, 농업인구, 야외 사업장, 무더위쉼터 접근성 등을 결합한 '폭염 건강취약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인 농촌·산업현장과 도심 취약 가구 위험 달라

전국 온열질환자는 2020년 1079명에서 2025년 4460명으로 5년 사이 4.1배 늘었다. 2026년 발생 환자의 77.8%는 실외에서 나왔다. 실외 작업장이 전체의 25.6%로 가장 많았고, 논밭에서도 13.3%가 발생했다.

고령층은 실내라고 안전하지 않았다. 80세 이상 온열질환자의 18%가 집에서 발생했다. 전체 연령대의 가정 내 발생 비율 7%보다 약 3배 높다. 냉방기기가 없거나 전기요금 부담으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가구는 무더위쉼터 숫자만 늘려서는 보호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용인시는 6월부터 처인·기흥·수지구보건소 방문간호사 20명을 투입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가정 방문과 안부 확인, 예방 수칙 안내를 하고 있다. 폭염 중대경보에 대비해 고위험군 명단을 관리하고 주말과 휴일에도 비상 연락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처인구 집중호우 피해 위험목 제거 현장
▲처인구 집중호우 피해 위험목 제거 현장 ⓒ 용인시민신문

농업 분야에서는 시설채소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응급처치와 온열질환 예방 교육을 했다. 농업재해 상황실을 운영하고 고령 농업인에게 안전 문자를 보내고 있다. 시설원예·축산농가 냉방시설 지원과 농작물·가축재해보험 가입 지원도 추진했다. 용인시 농업인 온열질환 예방 교육

2026년 추가경정예산에는 그늘막·쿨링포그 설치 9850만 원, 노인 맞춤 돌봄 대상자 4000명의 폭염 예방 물품 4800만 원, 20억 원 미만 소규모 공사장 근로자 지원 2990만 원, 이동 노동자 쉼터 지원 900만 원, 농업인 예방 물품 940만 원 등이 반영됐다.

정책 대상은 넓어졌지만, 관리의 실효성을 판단할 정보는 부족하다. 방문간호사 20명이 관리하는 고위험군이 몇 명인지, 무더위쉼터까지 걸어서 접근하기 어려운 시민이 얼마나 되는지, 공사장과 농촌에서 실제 작업시간 조정이 이뤄졌는지 등이 공개돼야 한다.

피해액 적어도 9년 내내 피, '안전' 의미하지 않아

집중호우 위험도 반복되고 있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경기도에서는 2016~2024년 호우와 태풍으로 약 3352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2020년과 2022년 피해가 전체의 81.5%를 차지했다.

용인은 양평·연천·안성·광주·이천처럼 피해액이 특별히 큰 지역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천·여주·양주·고양·평택·안산·김포·수원과 함께 9년 동안 매년 피해가 발생한 9개 시군에 이름을 올렸다.

비교 대상 가운데 용인과 수원, 고양은 '만성 반복형'에 해당했지만, 화성과 성남은 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용인의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배수 불량이나 하천 주변 저지대, 도심 지하공간 등 구조적 위험이 지속되고 있을 가능성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경기 대도시 온열질환자 발생 현황(2023년~2026년 8월 5일 누계)
▲경기 대도시 온열질환자 발생 현황(2023년~2026년 8월 5일 누계) ⓒ 용인시민신문

2022년 수지구 동천동에는 8월 8일부터 15일까지 534㎜의 비가 내렸다. 교량과 산책로가 무너지고 주택 34곳을 포함한 131곳이 침수돼 시 추산 38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동천동 일대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용인시는 이 피해를 계기로 수지구에 상황 관리 전담반을 두고 도로·하천, 도시·주택, 교통시설물, 폐기물 분야별 대응체계를 마련했다. 빗물받이와 배수시설, 침수 우려 도로와 하천 진출입로를 점검하고 물막이판·모래주머니·양수기 등을 확보했다. 대지면적 1500㎡ 이상 건축·개발 현장 69곳도 점검했다.

시 전체적으로는 침수 우려 도로 10곳과 대규모 도로공사장 4곳, 빗물받이 4만 7848곳, 도로사면 116곳을 점검했다. 관리 대상 지하차도 22곳은 호우특보가 내려지면 담당자가 2인 1조로 순찰하도록 했다. 산사태 위험지역 주민 1065명에게는 대피 행동 요령을 안내하고, 등록 야영장 51곳도 예찰 대상에 포함했다.

반지하주택과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에는 침수 감지 알람 장치와 차수판 설치도 지원한다. 대응 범위가 도로와 하천을 넘어 주거 공간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점검한 시설 수보다 '위험에서 빠진 곳' 찾아야

문제는 점검 대상에 들어간 곳이 용인의 위험지역 전체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침수 우려 도로 10곳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22개 지하차도 가운데 자동 진입 차단 시설이 설치된 곳은 몇 곳인지, 차수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반지하주택과 지하 주차장은 얼마나 되는지 공개 정보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경기연구원이 강조한 것도 이 부분이다. 과거 피해액은 이미 발생한 손실의 기록일 뿐 다음 피해가 어디서 발생할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2021년 경기도 호우 피해액은 8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에는 1592억 5000만 원으로 급증했다. 피해가 적었다는 이유가 안전하다는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경기도가 개발한 홍수 위험도 지수는 강우와 침수 깊이뿐 아니라 건축물, 인구, 도로, 농경지, 노후시설, 어린이·고령자, 지하차도, 방재시설과 예산까지 반영한다. 100m 단위로 어느 지역이 왜 위험한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용인에도 이런 분석이 필요하다. 수지·기흥의 도심 저지대와 지하공간, 처인의 하천 주변 농경지와 산지 개발 현장,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지역을 같은 기준으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 개발에 따라 지형과 배수 체계가 달라진 지역은 위험 지도를 수시로 갱신해야 한다.

폭염 대응 역시 무더위쉼터와 그늘막 개수, 예방 물품 지원 건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온열질환 발생 장소와 연령, 직업, 시간대를 분석하고 실제 환자가 반복해서 나오는 지역과 사업장에 인력과 예산을 우선 배치해야 한다.

용인시의 대응 사업은 적지 않다. 그러나 기후 재난에서 중요한 것은 시행한 사업의 수가 아니라 보호하지 못한 시민과 찾아내지 못한 위험지역이 있는지다. 9년 연속 호우 피해와 증가하는 온열질환자는 지금의 대응체계에 빈틈이 없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는 신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시민신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치와 참여시대의 동반자 용인시민신문입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