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등 시도 교육감들이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발표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등 시도 교육감들이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발표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교실이 조용해지고 있다. 유례없는 저출생의 여파로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학생 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학교가 생겨나고,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지역도 늘고 있다.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교실이 하나둘 비어가는 풍경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인구절벽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우리는 뼈아픈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학생 수가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투자까지 기계적으로 삭감해야 하는가?

정부는 지난 8월 21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그동안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분해 온 현행 방식을 바꾸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 등을 반영하는 새로운 산정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안은 전년도 교부금을 기준으로 최근 3개년 평균 경상성장률을 반영하고, 학령인구 변화율은 35%만 반영하는 방식이다.

AD
정부는 학령인구와 경제 여건의 변화를 반영하고, 세수에 따라 교부금이 크게 변동하는 문제를 완화하는 한편 교육재정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한다.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 자체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교육재정 역시 낭비를 줄이고 필요한 곳에 더 효과적으로 쓰여야 한다. 그러나 교육재정의 효율화와 교육재정의 축소는 결코 같은 말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 수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교육에 필요한 재정 규모까지 같은 비율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학생 수가 감소하는 것과 한 아이의 교육적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구절벽 시대, 한 아이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진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 피켓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에서 국회 앞에서 농성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 피켓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에서 국회 앞에서 농성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

과거의 교실은 한정된 자원으로 많은 학생을 효율적으로 가르치는 데 익숙했다. 수십 명의 학생이 같은 교과서를 펴고, 같은 설명을 듣고, 같은 문제의 정답을 찾았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AI와 디지털 전환이 일상화된 시대에는 단순한 지식 전달과 암기만으로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다. 학생 개개인의 창의성, 문제해결력, 협업 능력, 디지털 역량과 인성을 키우는 교육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학생 수 감소는 교육투자를 줄여야 할 이유가 아니라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더 세밀하게 살피고, 학습이 느린 학생에게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며, 재능과 적성을 가진 학생에게는 더 깊이 있는 탐구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저출생 시대에는 아이 한 명의 가치가 과거와 비할 수 없이 무겁다. 한 아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단순히 학생 한 명을 잃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가능성 하나를 잃는 일이다. 학생이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병력이 줄어든다고 국방의 중요성 줄어들지 않아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교육재정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를 생각할 때 국방의 사례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역시 병역자원의 감소라는 뼈아픈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고 입대하는 청년이 줄어드니 국방비도 그만큼 줄여야 한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병력이 감소할수록 한 명의 장병이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고, 첨단 무기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며, 국방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고도화해야 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병력 감소가 국방력 강화의 새로운 과제를 던지듯, 학령인구 감소는 교육의 질적 전환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병력이 줄어든 시대에는 더 정예화된 군대가 필요하다. 학생이 줄어드는 시대에는 더 깊고 촘촘한 교육이 필요하다. 머릿수가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국방의 중요성이 가벼워지지 않듯, 학생 수가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의 국가적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학생 1인당 교육비 증가'라는 숫자가 놓치는 것

교육재정 축소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논리가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교육재정 배분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늘었다는 숫자만으로 교육재정의 효율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교육비는 학생 수뿐 아니라 학급과 학교, 교직원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학교 건물의 유지·보수, 안전관리, 냉난방, 교육행정 등 상당수 비용은 학생 수가 20명에서 10명으로 줄었다고 해서 절반으로 감소하지 않는다. 특히 학생 수가 적은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일수록 학생 1인당 부담되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증가했다는 수치만으로 교육재정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교육재정의 효율성은 '한 학생에게 얼마를 썼는가'만으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그 비용으로 얼마나 안전한 학교를 만들었는지, 얼마나 공정한 교육기회를 보장했는지, 얼마나 많은 아이의 가능성을 발굴했는지까지 입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숫자는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의 가치를 경제적 숫자 하나로 환산할 수는 없다.

학생이 줄어도 교육의 수요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학생 수가 감소했다고 해서 학교가 감당해야 할 일이 모두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교육의 내용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노후 학교시설을 개선하여 학생 안전을 확보해야 하고, AI와 디지털 대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 교육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학습 결손과 기초학력 격차를 해소하고,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에도 세밀히 살펴야 한다. 특수교육과 다문화 교육 등 개별 학생의 특성과 필요에 따른 맞춤형 지원은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 학생 수는 감소하는 반면 학생 한 명에게 필요한 교육적 지원의 깊이와 범위는 오히려 더 깊고 넓어지고 있다.

교육은 단순히 학생을 교실에 앉혀놓고 지식을 주입하는 일이 아니다. 한 아이가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며,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숭고한 과정이다. 따라서 학생 수가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에 필요한 모든 비용도 기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일이다.

학생 수만 따라가면 지방 학교부터 무너진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 1인시위 피켓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그리고 미래를 포기하는 국가는 결국 현재마저 잃게 됩니다. 우리는 국회가 행정부의 산식을 그대로 승인하는 국회가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놓고 치열하게 검증하고 토론하는 국회가 되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 1인시위 피켓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그리고 미래를 포기하는 국가는 결국 현재마저 잃게 됩니다. 우리는 국회가 행정부의 산식을 그대로 승인하는 국회가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놓고 치열하게 검증하고 토론하는 국회가 되어 줄 것을 촉구합니다. ⓒ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

교육재정 개편에서 특히 신중해야 할 부분은 지역 간 교육격차와 지방소멸의 가속화다. 학생 수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 수만을 잣대로 재정 배분을 기계적으로 조정한다면, 이미 인구 유출로 신음하고 있는 농산어촌과 지방 중소도시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지역에서 학교 하나가 문을 닫는 것은 단순히 교육기관 하나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가 사라지면 학부모들은 교육을 위해 지역을 떠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는 청년 세대의 유입과 마을 공동체 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역의 생활 기반이 연쇄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는 교육기관인 동시에 지역을 지탱하는 중요한 공공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학교를 지키는 일이 곧 지역을 살리는 일이다.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이 차별받고,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불평등한 사회를 우리가 방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방교육재정은 단순한 예산 배분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일정 수준 이상의 공교육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엄중한 책무다.

교육재정 핵심은 '얼마'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인가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논쟁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또 하나의 가치가 바로 재정의 '안정성'이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일정한 세목을 제외한 내국세 총액의 20.79%를 교부금 재원으로 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지방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국가가 지방교육에 재정적 책임을 지는 장치로 기능해 왔다.

물론 현행 제도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학령인구와 교육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제도를 합리적으로 보완할 필요는 있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중복사업을 정비하는 일은 마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 개편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재정 기반이 약화되거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1년 단위로 실적을 내는 기업의 비즈니스가 아니다. 교원 양성, 교육과정 개편, 미래교육 인프라 구축에는 장기적인 계획과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필요하다. 새로운 산정 방식에서도 교육 현장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재정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즉, 교육재정의 개혁은 '얼마를 깎아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가치 있게 투자할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삭감의 논리'가 아니라 '투자의 기준'이다

정부가 교육교부금 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여건의 변화다. 정부는 새로운 산정 방식을 적용하더라도 교육교부금 총액이 전년보다 줄어들지 않도록 하고, 개편에 따른 재원 차액은 교육·인재 분야 등에 활용하겠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지금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재정 규모의 조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교육재정을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공론화다.

학생 수 감소를 반영하되 위기에 처한 지역의 특수성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학교에 어떤 공적 역할을 부여할 것인가. AI 미래교육과 기초학력, 특수교육 등 질적 수요를 예산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할 재정의 안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룬 뒤에 제도를 손봐도 결코 늦지 않다. 오직 경제 논리로 섣불리 펜대를 굴릴 것이 아니라 국회가 중심이 되어 학부모, 교원, 교육청, 지역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목소리를 폭넓게 듣고 숙의의 장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학생이 줄어드는 시대, 교육의 책임은 오히려 커져야 한다

초저출생은 대한민국이 존망을 걸고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아이들이 줄어드는 현실을 교육재정 축소의 근거로만 삼아서는 안 된다. 이는 국가의 위기에 대응하는 교육의 역할을 지나치게 좁게 보는 일이다.

아이들이 적어질수록 한 아이의 미래가 갖는 사회적 가치와 국가적 의미는 더욱 커진다. 많은 아이를 평균적으로 훑고 지나가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단 한 아이의 잠재력도 끝까지 발굴해 내는 맞춤형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생 수'라는 경제적 잣대로 비용을 통제하려 할 것이 아니라, '학생 한 명의 미래'를 기준으로 국가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를 준엄하게 물어야 할 때다.

학생 수 감소는 분명 교육계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그 변화의 방향은 단언컨대 '덜 쓰는 교육'이 될 수 없다. '더 가치 있게 쓰는 교육', '더 깊이 있게 투자하는 교육',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어야 한다.

교육은 넉넉할 때 남는 돈으로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한 아이의 오늘을 지키고, 그 아이가 살아갈 내일을 준비하는 국가의 가장 본질적인 의무다. 아이의 수가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결코 작아질 수 없다. 오히려 더 무겁고 굳건해져야 한다. 우리가 오늘 교육에 다짐하고 투자하는 만큼, 대한민국의 내일도 달라질 것이다.

학생 수가 줄었다고 교육마저 줄이는 나라가 아니라, 아이 한 명이 귀해진 만큼 교육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드는 나라. 그것이 인구절벽 시대에 대한민국이 선택해야 할 유일한 교육의 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영등포시대 등에도 실립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
김형태 (riul) 내방

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독자의견1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