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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 자료사진.
▲교실 자료사진. ⓒ 연합=OGQ

나는 올해로 17년째 강원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5학년 담임을 맡고 있고, 집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각각 일 년씩 육아휴직을 내기도 했다. 전업 주부가 되어 육아를 도맡는 일은 출근만큼이나 고되었다. 그래서 최근에 논란이 된 이른바 '3시 하교제'를 바라보는 마음이 단순하지 않다.

맞벌이 가정이 겪는 돌봄 공백을 생각하면 학교가 아이들을 더 오래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나 또한 부모님께서 멀리 울산에 계시고, 장인 장모님께서도 일을 하셔서 부부 두 사람이 주 양육자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보다 1학년 때 더 빨리 집에 오는 것을 알기에 과감히 육아휴직을 결정하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저학년의 정규수업시간을 늘리는 방식의 3시 하교제에는 반대한다. 교사로서 아이들의 하루를 오랫동안 지켜보아 왔다. 돌봄의 필요와 정규 수업시간 확대는 반드시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학교에 오래 있는 것과 오래 수업하는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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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40분 간 자리에 앉아 수업에 참여하기, 준비물 챙기기, 친구와 순서를 지키며 활동하기, 급식 먹고 잔반 정리를 한 뒤 휴지 버리기, 화장실 제때 다녀오기, 갈등 발생 후 감정 추스르기. 저학년에게는 학교에서 지내는 모든 시간이 배움이다.

17년 동안 학교에 있어 보니, 오전의 아이와 오후의 아이가 다르다는 것을 안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그렇다. 오전에는 선생님 설명을 귀 쫑긋 세우고 듣던 아이도, 점심밥 먹고 나면 자세가 흐트러진다. 몸을 움직이고 싶어 하고 집중력이 낮아진다. 성실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발달 단계 특성이다.

돌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규 수업시간을 늘린다는 것은 아이들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다. 수업시간을 두 시간 늘린다고 교육 효과가 두 배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집중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추가 수업은 교육의 밀도를 떨어뜨린다. 과연 아이들에게 오후 3시까지 필요한 것이 정말 수업일까.

나는 이미 늦게 하교하는 학교에서 근무한다

 소득은 줄었지만, 오롯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휴직 기간. 부모가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사회가 우선이지 않을까.
▲소득은 줄었지만, 오롯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휴직 기간. 부모가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사회가 우선이지 않을까. ⓒ 이준수

내가 근무하는 곳은 강원의 농어촌유학학교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정규수업이 끝났다고 바로 집에 가지 않는다. 오후 4시 20분에 출발하는 스쿨버스를 탈 때까지 방과후 프로그램이 매일 운영된다. 학원이나 강원외국어교육원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는 경우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기본 방침은 전원 방과후 프로그램 참여다. 말하자면 우리 학교는 이미 상당 부분 늦게 하교하는 학교다.

방과후 프로그램의 상당수는 학생, 학부모의 선호를 반영하여 선정한다. 축구(서로 다른 요일 두 번), 미술, 피아노, 원어민 영어, 랜드서핑, 공예, 배드민턴, 골프 등으로 꽤 알차다. 나는 아이들이 학교에 오후 늦게까지 머무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근무하는 농어촌 같은 곳에서는 학교가 방과후 시간까지 아이들을 맡아주면 교육적으로 도움이 된다. 학교가 위치한 동네에는 학원이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시골 학교에서 유학 프로그램의 운영해 보니 더욱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학교에 오래 머무는 것과 정규수업을 오래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정규수업이 끝난 뒤 우리 반 아이들은 화가에게 수채화를 배우고, 선수 출신 선생님에게 축구 슈팅을 지도받는다. 오전에 하던 국영수를 더 이어가는 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이 차이를 무시한 채 '학교에 길게 머물면 되니 정규 수업을 늘리자'라고 접근하면 돌봄과 교육의 목적을 혼동하게 된다.

교사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짚어야 할 부분도 있다. 학교는 제한된 공간과 인력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우리 학교만 해도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할 교실이 넉넉치 않다. 도서관과 과학실, 동아리실 같은 특별실을 총 동원해도 부족하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시간씩 '토탈 공예' 방과후 수업을 5학년, 6학년 교실에서 진행한다. 나도 5학년 담임이라 해당된다.

나는 토탈 공예가 있는 월요일이면 약간 바쁘다. 수업 전 교실을 어느 정도 말끔하게 치워야 하고, 끝나면 또 정돈이 필요하다. 나는 교실 이외에 다른 곳에 갈 곳이 없기에(우리 학교는 연구실이나 교사 휴게실이 따로 없다) 같이 교실에 남아 학생 관리와 활동 보조를 한다. 그 시간은 원래 담임이 수업 준비를 하고, 상담 내용을 기록하며 학급 업무를 보는 시간이다. 겨우 방과후 수업 한 시간조차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저학년의 정규 수업시간을 대폭 확대한다면 어떻게 될까.

교사의 업무는 아이들 앞에서 수업하는 시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후에는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한다. 수행평가 자료를 살피고, 공람된 문서를 확인하고, 생활지도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다. 수시로 학부모 상담을 하고, 회의도 참석하고, 담당 행정 업무를 처리한다. 수업 이외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미 늘봄이 있는데 왜 정규수업인가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여 완성한 '토탈공예' 방과후 작품. 좋은 돌봄 교육 프로그램은 학부모와 학생 만족도가 높다.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여 완성한 '토탈공예' 방과후 작품. 좋은 돌봄 교육 프로그램은 학부모와 학생 만족도가 높다. ⓒ 이준수

저학년 3시 하교제 논의를 보며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은 '그럼 늘봄은?'이다. 우리는 이미 방과후 프로그램과 더불어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늘봄은 정규수업을 연장하지 않고도 아이에게 안전한 공간과 교육,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도입한 지 오 년도 안 지났다. 그럼 현재 늘봄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는 게 순서이지 않을까. 현재 늘봄이 왜 돌봄 공백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하는지 먼저 평가하고 공간과 인력, 프로그램의 질을 보완하는 일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두 초등학생을 키우는 부모다. 돌봄 공백을 해결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의 시간이 비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수업으로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가정에는 돌봄을 제공하고, 학교에는 이를 운영할 사람과 공간을 주며, 부모에게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를 허용해야 한다.

1학년 아이를 6교시까지 붙잡고 있는 사회보다 아이의 하루를 함께 책임지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3시 하교제를 둘러싼 논쟁이 결국 그 질문까지 나아갔으면 좋겠다. 아이가 발달 단계에 맞게 쉬고, 배우며, 돌봄 받을 수 있는 하루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3시하교제#늘봄학교#초등교육#돌봄공백#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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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미래의창 2024), (선생님의 보글보글, 산지니 2021) 을 썼습니다. 글쓰기와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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