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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인뉴스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한 SK하이닉스가 안전이 중요한 반도체 공정의 배관설비 유지보수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가격 중심 입찰' 논란에 휩싸였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팹의 배관설비가 각종 화학물질과 폐액 등을 취급하는 만큼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을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할 경우 안전관리와 유지보수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청주 M15공장의 배관설비 유지보수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입찰에는 SK하이닉스가 정한 기준에 따라 입찰 참여 자격을 부여받은 '1군 협력사'들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직접비 투찰 절감율'을 가장 낮게 제시한 업체가 선정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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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계약기간인 1년 동안 배관설비 유지보수에 투입되는 직접비를 기준으로 얼마나 낮은 가격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년간 100억 원 규모의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할 경우 80%의 가격을 투찰하면 80억 원에 해당 업무를 맡겠다는 의미다.

이번 입찰에서는 70%대 초반의 투찰률을 제시한 A사가 낙찰돼 지난 7월 1일부터 1년간 M15공장의 배관설비 유지보수를 맡고 있다.

형식적인 절차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정해놓은 협력사 선정 기준과 입찰 방식에 따라 진행됐고,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도 최저가에 가까운 가격을 제시해 경쟁하는 방식임을 사전에 알고 참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협력업체들은 A사의 투찰률이 지나치게 낮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통상 80%대 초반에서 70%대 후반 정도에서 낙찰이 이뤄져 왔다"며 "70%대 초반은 실제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자칫 부실 관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반도체 팹의 배관설비는 일반 산업시설의 배관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도체 공장에는 순수한 물 뿐만 아니라 공정에 사용되는 각종 강산·강알칼리 등의 화학물질과 폐액 등이 별도의 배관을 통해 이동한다. 배관에서 누출이나 파손 등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작업자 안전은 물론 생산시설과 주변 환경에도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배관설비 유지보수업체의 선정 과정에서 단순한 가격 경쟁뿐 아니라 관련 분야의 업력과 시공능력, 전문인력 확보, 안전관리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입찰을 둘러싼 논란은 A사의 SK하이닉스 1군 협력사 진입 과정에서도 제기된다. 본보 취재 결과 A사는 삼성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 등의 협력사로 등록된 이력이 있지만, SK하이닉스 1군 협력사로 등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확인됐다.

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의 1군 협력사로 등록되는 것은 업계에서 상당한 진입장벽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년간 SK하이닉스와 일을 하면서 실력을 인정받고 신뢰를 쌓아야 가능하다. 수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도 1군 협력사의 지위를 얻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A사처럼 업계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업체가 단번에 SK하이닉스 1군 협력사로 등록돼 유지보수 업무까지 맡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며 "기존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A사는 업력 약 10년의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은 약 1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기존에 SK하이닉스의 7개 팹 유지관리를 맡아왔던 7개 업체들은 업력이 최소 20년 이상인 업체들로 연매출 1000억 원 이상의 실적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및 첨단산업시설 설비 등 이른바 하이테크 전문기업들이다. 이들 업체가 수년간 SK하이닉스 각 팹의 설비를 장기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점에서 기존 업체들과 신규 업체 사이의 경험과 규모 차이가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SK하이닉스의 협력사 자격 기준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 자격 기준으로 기업신용평가 'B0' 이상(이크레더블·나이스디앤비·한국평가데이터에서 발급된 신용평가보고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A사의 2025년 말 기준 한국평가데이터 신용등급은 'B-'로 확인됐다. 공개된 기준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가 제시한 신용등급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정상적인 협력사 등록 및 입찰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나이스디앤비 평가서에서 BB-를 받았다"며 "평가기준에 벗어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 사고 등 우려에 대해 "이미 업무를 시작했고, 유지보수 능력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격 중심의 협력사 선정 방식에 대해서는 "내부 기준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SK하이닉스의 설명대로라면 이번 협력사 선정 과정은 회사가 정한 내부 기준과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시설의 배관설비 유지보수는 단순한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작업자와 시설의 안전, 나아가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과도 직결되는 업무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역대 최대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협력업체 선정에서도 단순히 얼마나 낮은 가격에 일을 맡길 수 있는지를 넘어 해당 업체가 충분한 인력과 기술력, 안전관리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보다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의 이윤과 원가 절감은 분명 중요한 경영 요소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협력업체의 비용 절감에 앞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과 시민의 안전, 환경 등 사회적 가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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