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라는 제목이 떠오르는 계절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길을 걷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건물 사이를 오가면서도 머리 위의 하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하늘에는 매일 수많은 생명이 오간다. 계절이 바뀌면 찾아오는 철새가 있고, 우리 주변에서 일 년 내내 살아가는 텃새가 있다. 어떤 새는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고, 어떤 새는 잠시 쉬어갈 습지를 찾아 우리나라에 들른다.

▲강의중인 박종길 처장 ⓒ 이경호
지난 9일 오전 열린 청년생태해설가 양성교육(대전환경운동연합과 청년모아가 대전시와 중구청의 후원으로 진행) 여섯 번째 강의는 바로 그 새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연보전처장 박종길(이하 박 처장)이 강사로 나서 '새들은 오늘도 우리 곁을 지나간다'는 주제로 강연했다.
박 처장은 자신과 새와의 첫 만남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학연합야생조류연구회 활동을 하며 새를 관찰했던 경험을 소개하고, 대표적인 탐조지 가운데 하나인 유부도 이야기를 꺼냈다. 유부도는 수많은 철새가 찾아오는 중요한 공간이다.
박 처장은 유부도 외에 다양한 탐조지를 소개하면서 대전이 새를 관찰하기에 매우 좋은 도시라고 강조했다. "한밭수목원과 장남평야, 갑천과 탑립돌보 등 가까운 거리 안에 서로 다른 서식처가 존재하고, 숲과 하천, 습지와 농경지, 평야가 가까이 연결되어 있어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풀밭종다리는 갑천 불무교 아래서 국내에서는 네 번째로 기록되었고, 소수가 무리만 확인되던 흰목물떼새가 54개체가 집단을 월동한 특별 한 곳도 갑천이라고 소개 했다. 새들이 특별히 먼 곳에만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새 가운데 상당수는 철새라고 한다. 한반도에는 약 600종 이상의 조류가 기록되어 있으며, 60여 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철새들이다. 한반도는 동아시아와 대양주를 잇는 철새들의 이동 경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습지와 갯벌은 철새들에게 중요한 중간기착지이자 번식지, 월동지가 된다. 문제는 새들이 이동하는 동안 이용하는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처장은 "갯벌에 밀물이 들어오면 새들은 물에 잠기지 않는 배후습지나 주변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먹이를 찾고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개발로 배후습지가 사라지면 새들에게 남는 공간은 그만큼 줄어든다"라고 설명하면서 탄식을 뱉어 냈다. 이어 사람의 간섭으로 위험해 처한 새들을 소개했다.
하천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천을 직선으로 만들고 물길을 단순화하면서 모래와 자갈이 쌓이고 버드나무류가 자라는 자연스러운 공간이 사라지면 그곳을 이용하던 새들도 함께 사라진다. 박 처장은 과거 넓은 강변의 모래와 자갈밭, 섬버들과 갯버들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번식하던 휘파람새와 같은 새들의 서식처가 사라지는 과정을 설명했다. "새가 사라진 것이 먼저가 아니라 새가 살아갈 공간이 먼저 변했다"는 것이다.
텃새는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의 환경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철새는 상황이 훨씬 복잡했다. 번식지에서 새끼를 키우고, 이동 과정에서 중간기착지에 내려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한 뒤, 월동지에서 겨울을 보내야 한다. 이 가운데 어느 한 곳이라도 크게 훼손되면 전체 이동 과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철새에게 국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철새를 보호하려면 우리나라의 습지만 지키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철새가 이동하는 다른 국가의 번식지와 월동지, 중간기착지도 함께 보전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철새 보전에는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

▲강의가 진행되는 모습 ⓒ 이경호
박 처장은 "동아시아와 대양주를 오가는 철새들의 이동을 설명하면서, 새들에게 이동은 여행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새가 한 곳에 새가 많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새가 늘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감소하는 것에 대해 인식은 매우 부족한 상태인데 오히려 증가에 대한 민감성은 오히려 더 높다.
박처장은 가마우지의 개체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사람과의 갈등이 커지고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사례도 소개됐다. 이처럼 "특정 종의 개체 수 변화 역시 기후와 먹이, 번식환경 등 생태계 전체의 변화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 처장은 "서로 다른 두 생태계가 만나는 곳, 즉 숲의 가장자리나 하천과 저수지, 평야가 만나는 공간에 새가 많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서로 다른 환경이 만나는 곳에는 먹이와 은신처, 번식공간 등 다양한 조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탐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세히 보는 것이 필요하다.
새의 크기와 색깔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부리와 날개, 꼬리의 형태를 살펴보고 행동과 울음소리를 듣고, 어떤 서식처에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왜 이 새가 지금 이곳에 있는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그리고 이 공간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되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강의는 참가자들에게 하늘을 다시 바라보게 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새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도시의 풍경도 달라진다. 한밭수목원과 갑천, 장남평야와 탑립돌보가 단순한 공원이나 하천, 들판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이동하고 쉬고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사실도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새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서식처의 문제와 직면한다. 나도 그랬다. 새를 지키는 일은 새 한 종을 보호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새가 살아가는 숲과 하천, 갯벌과 평야를 지켜야 하고, 철새가 이동하는 다른 나라의 서식처까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
새들의 여행을 지키는 일은 결국 새가 머무는 모든 장소를 지키는 일이다. 청년생태해설가 양성교육 참가자들은 이날 새의 이름을 배우는 것을 넘어, 새가 살아가는 공간과 그 공간을 둘러싼 생태계의 연결을 배웠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조금 다르게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 곁을 지나간 새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그 긴 여행에서 잠시 쉬어갈 공간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지를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