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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1일,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징역 27년 3개월을 선고했다. 2022년 대선 패배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혐의였다.

그리고 대선을 약 1개월 앞둔 현재, 브라질의 대권 후보에는 다시 '보우소나루'라는 이름이 올라 있다. 그 주인공은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장남이자 정치적 후계자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다.

지난 8일 공개된 여론조사 기관 넥서스(Nexus)의 조사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플라비우는 35%의 지지율을 기록해 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39%)를 턱끝까지 추격했다. 특히 결선투표 가상 대결에서는 플라비우가 46%, 룰라가 45%로 나타나 오차범위 안에서 처음으로 룰라를 앞섰다.

어떻게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정치적 후계자가 다시 유력한 대권 후보에 오를 수 있었을까.

'브라질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왼쪽부터 브라질 복음주의 실세 말라파이아 목사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왼쪽부터 브라질 복음주의 실세 말라파이아 목사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 넷플릭스

육군 장교 출신인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약 30년간 하원의원을 지낸 뒤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과 강경한 노선을 앞세워 2018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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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는 노동자당(PT)을 비롯한 좌파 세력을 강하게 공격하는 한편, 범죄에 대한 강경 대응과 총기 규제 완화 등을 주장하며 보수층을 결집했다. 성소수자 권리와 낙태 등에 대해서도 강경한 사회보수주의적 입장을 내세우며 복음주의 세력의 지지를 끌어모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닮은 정치 스타일 때문에 '브라질의 트럼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이러한 정치 스타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방역 정책과 백신의 효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제기했고, 브라질의 전자투표 제도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제도의 신뢰성을 공격하면서, 패배할 경우 선거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이러한 행보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지만, 그가 브라질 사회에 미친 파급력은 상당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브라질의 간판스타 네이마르가 공개적으로 보우소나루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카타르 월드컵이 잇따라 열리면서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노란색 유니폼이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정치적 상징으로까지 사용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극우 대통령' 지지한 네이마르, 축구로 갈라진 브라질 https://omn.kr/21wwi

결국 2022년 대선 결선투표 끝에 룰라에게 패한 보우소나루는 전자투표 시스템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강성 지지자들은 군부대 앞에 결집해 군의 개입을 요구했고, 룰라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이 지난 2023년 1월에는 수도 브라질리아의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 등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룰라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고위 인사들을 겨냥한 암살 계획, 군부를 동원한 쿠데타 구상이 논의된 사실도 드러났다. 보우소나루는 약 3년의 재판 끝에 대선 패배 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쿠데타 시도와 민주적 헌정질서 무력화 등을 포함해 모두 5개 혐의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보우소나루는 패배했지만

보우소나루는 이미 2023년 선거법 위반으로 2030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였다. 여기에 쿠데타 시도 등으로 징역 27년 3개월을 선고받았고, 현재는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가택연금 상태에서 형을 복역하고 있다. 그의 대통령직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보우소나루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그가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보우소나루 개인은 정치적으로 패배했지만, 그가 적극적으로 공략했던 치안 문제와 기성 정치권의 부패에 대한 불신은 실제 브라질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문제였기 때문이다.

특히 룰라 집권 이후에도 경제 상황과 치안, 부패 문제 등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면서 노동자당 정권에 대한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6월 여론조사기관 퀘스트(Quaest)의 조사에서는 룰라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여겨졌던 16~34세가 유일하게 룰라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은 연령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에는 이념적 보수화뿐 아니라 장기간 집권한 좌파 세력을 '기성 정치'로 인식하는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 우익 대선 후보 헤낭 산투스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유권자들을 두고 "그들은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반좌파"라며 "좌파는 기득권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Quaest의 대표인 펠리피 누네스 역시 이러한 현상이 반드시 청년층의 보수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누네스는 브라질 청년들이 고등교육 접근 확대를 비롯한 공공서비스 확대에 여전히 대체로 우호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좌파 정부와 관련된 경제적 정체에 대한 불만이 커졌고, 대학 교육을 받은 뒤에도 기대했던 만큼의 경제적 성과를 체감하지 못한 젊은 유권자들이 우파와 중도 후보들의 시장친화적인 정책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법적 단죄 끝에 남는 것들

 6월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마련된 잠실개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4일째 ‘재선거’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핸드볼 경기장 앞에서 ‘윤어게인’ 티셔츠를 입은 한 시민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6월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마련된 잠실개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4일째 ‘재선거’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핸드볼 경기장 앞에서 ‘윤어게인’ 티셔츠를 입은 한 시민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 권우성

브라질의 이러한 풍경은 한국 사회에도 완전히 낯선 것은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아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체포 방해 등의 혐의로 선고된 징역 7년 형도 올해 7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윤석열이 정치적으로 몰락한 이후에도 이른바 '윤어게인' 지지층은 사라지지 않았다. 전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이들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상당한 내홍을 겪었다. 지난 2월 윤석열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가 나온 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자, 당내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을 요구하는 이른바 '절윤'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브라질과 한국의 정치적 상황은 다르고, 보우소나루와 윤석열에게 적용된 혐의 역시 동일하지 않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도 없다. 다만 전직 대통령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된 뒤에도 그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적 지지와 불신의 구조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닮은 모습을 보인다.

보우소나루와 윤석열 같은 정치인을 단순히 '문제의 원인'으로만 바라본다면, 그들이 정치 무대에서 사라진 뒤에도 비슷한 정치가 반복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러한 정치인들은 기존의 분노와 불신을 이용해 양극화를 더욱 증폭시킨 행위자인 동시에, 이미 존재하던 사회적 갈등과 불만이라는 토양이 만들어낸 하나의 '현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쿠데타나 내란을 시도한 정치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정치인을 탄생시킨 분노와 불신까지 법정에서 없앨 수는 없다. 결국 남겨진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다시 정치의 몫이다.

1년 전 쿠데타 시도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보우소나루의 이름은 이제 그의 아들을 통해 다시 브라질 대선 한복판에 등장했다. 법적 단죄만으로 정치적 토양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 대선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브라질#보우소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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