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송상호 충북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기고글입니다.

▲글 : 송상호 충북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충북인뉴스
봄밤 남쪽 하늘을 바라보면 길게 누운 거대한 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머리는 게자리 부근에서 시작해 길고 구불구불한 몸통을 지나 천칭자리 부근까지 이어진다. 하늘에서 가장 긴 별자리로, 봄철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아 보는 이에게 압도적인 중압감을 준다. 이 별자리의 신화적 모태는 레르네 늪지대에 살던 전설의 괴수 '히드라'다.
신화 속 히드라는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거대한 뱀이었다. 머리 하나를 잘라내면 그 자리에서 두 개의 머리가 다시 자라났다. 헤라클레스가 히드라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잘라낸 목을 불로 지져 다시 머리가 자라나는 것을 막아야 했다.
최근 용혜인 의원의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둘러싸고 '특혜'와 '욕심'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례대표로 두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데 이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것도 특혜인데, 장관이 되더라도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히면서다. 연대라는 명분 뒤에서 '이재명과 함께, 민생개혁의 쇄빙선'을 외치는 노골적인 충성 맹세와 권력 지분 챙기기는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용혜인 개인과 소수정당에 대한 비난만 집중되는 현상은, 자라나는 히드라의 머리 하나만 보고 분노하는 꼴이다.
원죄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민주주의적 취지를 무력화하고, 자기 정당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직접 설계한건 거대 양당이다. 기괴한 정치제도를 만든 자신들은 그대로 두고, 위성정당에 편승해 과실을 챙긴 기본소득당·진보당·사회민주당을 향해서만 '기생정당'이라 비판하는 것은 적반하장일 수 밖에 없다.
'용혜인 방지법'이라고?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른바 '용혜인 방지법'을 입법화 하겠다고 크게 소리친다. 민주당 역시 장관 지명철회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위성정당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애써 잊고 있다. 위성정당에 참여한 소수정당만 비난 한다고 히드라의 몸통인 거대양당의 원죄가 사라지지 않는다.
정치적 책임은 위성정당을 만든 거대양당과 그 시스템에 물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용혜인 방지법'이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는 '위성정당 방지법'이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와 거대 양당의 기득권 독점은 한계에 다다랐다.
꼼수와 편법이 판치는 정치판에서는 국민에게 어떠한 희망도 줄 수 없다. 이제는 정치개혁을 통해 다당제의 토대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위성정당을 봉쇄하는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과 함께, 비례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정상화, 결선투표제 도입, 그리고 소수 세력이 꼼수 없이 정당하게 정책으로 연대할 수 있는 연합정당제와 지역정당제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특정 정치인의 탐욕을 비판하는 것으로 정치 개혁의 소임을 다했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히드라 머리가 자라나는 거대 양당이 있는한, 그들은 스스로 키워온 정치 불신이라는 괴물에 의해 자멸의 역사를 쓰게 될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