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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09 16:56ㅣ최종 업데이트 26.09.09 16:56

지방소멸 꼭 막아야 할까? '현명한 축소'도 있다

일본 미사키초에서 찾은 해법

2020년, 대한민국의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수도권 인구 비중은 역사상 최초로 50%를 돌파했습니다.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로 떨어졌고, 생산연령인구는 2016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죠. 2025년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줄어드는 인구마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니, "그렇다면 지방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소멸은 산업화와 함께 시작된 오랜 숙제였습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공단이 농촌의 청장년을 흡수하며 지방 도시를 키웠지만,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자본과 기업은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쏠렸습니다. 수도권이 모든 것을 흡수하는 동안 대부분의 지방은 지속적인 인구 유출과 쇠퇴를 경험했죠.

일본의 지방소멸 , '마스다 보고서'와 '지방창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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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거대한 사회적 재난 앞에 선 일본 사회에는 "우리는 지금 모습대로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위기감이 번졌습니다. 그리고 2014년, 이러한 불안에 결정적인 쐐기를 박는 충격적인 결과가 발표됩니다. 바로 전 총무대신 마스다 히로야가 이끄는 일본창성회의가 내놓은 '마스다 보고서'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산업화한 일본도 같은 문제를 겪었습니다. 2014년 일본창성회가 내놓은 '마스다 보고서'는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을 반영해 일본 지자체 896곳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충격을 받은 일본 정부는 '지방창생'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지방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인프라를 확충했으며, 기업과 주민의 지방 이전을 지원하고 특산물과 축제, 관광 상품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지방의 인구 구조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역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건설된 사회 인프라는 유지·보수 비용이라는 부담을 남겼습니다.

몇 년의 경험을 거친 일본은 2020년부터 '지방창생 2.0'을 추진합니다. 무리한 투자 대신 '정주인구'보다 '관계인구'에 주목하고, 원격근무와 결합한 이중거주, 고향사랑기부제 등을 장려했습니다. 단순한 금전 지원과 인프라 구축만으로 수도권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주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입니다.

정책의 목표도 인구 반등에서 급격한 지방소멸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는 '연착륙'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일부 지역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성장의 한계를 인정하고 마을을 스스로 줄여가는 '현명한 축소(Smart Shrinkage)'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이 목표에서 조금 더 앞으로 간 지역들이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자신들의 고향이 머지않아 더 축소되고 어쩌면 결국은 소멸할 것이라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처치 곤란한 거대한 잔해를 남기기보다 스스로 마을을 줄여가며 가볍게 사라질 방법을 설계합니다. 현명한 축소(Smart Shrinkage)를 선택한 것이죠.

축소와 소멸을 피할 수 없을 때

''현명한 축소'는 행정과 인프라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대신 꼭 필요한 곳에 자원을 집중하고,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남아 있는 주민의 삶의 질과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 과정을 잘 보여주는 곳이 일본 오카야마현 미사키초입니다. 인구 1만2천 명의 미사키초는 '타마고카케고한', 즉 간장계란밥으로 유명합니다. 지역의 대표 음식으로 스토리텔링과 이벤트, 특산물 브랜드화, 직영 식당 등을 추진해 매년 10만 명이 찾는 명소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관광 성공이 인구 감소를 멈추지는 못했습니다. 간장계란밥을 먹기 위해 이곳에 정착할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이죠.

미사키초가 주목받는 것은 그다음의 선택입니다.

첫 번째 원칙은 주민의 동의를 얻고 함께하는 것입니다. 하마다 전 초장은 '재정위기 극복과 행정 개혁'을 공약으로 당선된 뒤 2년 동안 주민 설명회와 대화회를 이어갔습니다. 거의 매일 주민을 만나 '현명한 축소'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토론했습니다. 이후 미사키초는 공공시설의 이용 현황과 비용을 데이터화해 주민에게 공개하고, 어떤 시설을 어떻게 정리할지 주민과 함께 결정했습니다.

두 번째 원칙은 인프라를 줄이되 서비스의 질은 높이는 것입니다. 미사키초는 5개 초등학교와 3개 중학교를 2개의 9년제 의무교육학교로 통합했습니다. 학교 수를 줄여 관리·유지 비용을 절감하고, 그 예산을 원어민 교사와 특수교육 지원 등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재투자했습니다. 늘어난 통학거리는 스쿨버스와 마을버스, 수요응답형버스로 보완했습니다.

세 번째 원칙은 주민이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폐교 부지 등에 행정·의료·돌봄·교육·문화 기능을 모아 생활거점으로 만들고 주민들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겹치도록 했습니다. 인구가 줄수록 남은 사람들이 더 자주 만나야 공동체가 유지된다는 생각입니다. 미사키초는 이를 '시끌벅적한 과소'라고 표현합니다.

네 번째 원칙은 주민이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주민참여형 거버넌스 기구인 '미사키 미래 회의'를 만들어 마을의 미래와 축소의 방향을 주민 스스로 논의했습니다. 81개였던 자치 조직도 31개로 재편해 행정으로부터 권한과 예산을 위임받고, 교통·안전·환경·돌봄 등 행정의 빈틈을 주민들이 채워가고 있습니다.

[사진 1] 아사히 지역 다세대 교류거점 ‘아사히나타’ 폐교를 활용해 행정·의료·돌봄·교육·문화 기능을 한곳에 모으고, 주민의 일상과 지역공동체를 연결하도록 조성한 생활거점 공간
▲[사진 1] 아사히 지역 다세대 교류거점 ‘아사히나타’폐교를 활용해 행정·의료·돌봄·교육·문화 기능을 한곳에 모으고, 주민의 일상과 지역공동체를 연결하도록 조성한 생활거점 공간 ⓒ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이들은 사소하게는 주변의 풀을 제거하고 마을의 환경을 정비하고 부족한 대중교통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차량을 나눕니다. 노인의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스스로 안부를 확인해 주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문 앞에 노란 깃발을 내걸어 행정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조금 떨어진 학교로 등하교를 반복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등하굣길의 안전을 책임지기도 했죠.

조금 더 크게는 물산센터를 운영하며 농촌 마을 지역에 발생하기 쉬운 식품 사막을 해결하는 역할도 함께 합니다. 편의점도 마트도 드문 지역에서 소규모 고령 자영농이 재배한 텃밭 채소나 어르신의 수제 가공품을 판매하며 주민의 쇼핑 문제와 함께 소소하게 주민의 소득까지 챙겨 주고 있죠.

행정도 솔선수범했습니다. 미사키초는 노후 청사를 유지·보수하는 대신 낮은 비용의 신청사를 건설했고, 공무원 사무공간을 약 30%, 초장 사무공간을 50% 줄였습니다. 축소의 부담을 주민에게만 떠넘기지 않은 것입니다.

[사진 2] 오카야마현 미사키초 신청사 2021년 문을 연 미사키초 신청사는 행정·복지·교육·교류 기능을 한곳에 모은 다세대 교류거점 '미사키라리'의 중심 시설
▲[사진 2] 오카야마현 미사키초 신청사2021년 문을 연 미사키초 신청사는 행정·복지·교육·교류 기능을 한곳에 모은 다세대 교류거점 '미사키라리'의 중심 시설 ⓒ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대한민국에서 바라보는 지방소멸

우리나라의 지방소멸 정책도 일본과 닮아 있습니다. 인프라 확충과 축제, 귀농·귀촌 지원에서 관계인구와 생활인구, 고향사랑기부제로 정책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지만 지방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인구가 급감하는 곳에서는 수백억 원을 들여 지은 문화체육센터나 박물관 등이 유지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구를 늘리는 데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현명한 축소'는 무턱대고 무엇인가를 줄이는 일이 아닙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을 멈추고, 작더라도 꼭 필요한 곳에 있는 알찬 물통에 물을 채우는 일입니다.

지방소멸과 같은 크고 복잡한 문제를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현명한 축소 역시 모든 마을에서 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어떤 곳에서는 주민의 삶과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하나의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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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프로젝트커넥트.C 이사입니다. 이 기사는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지방소멸#미사키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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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 (ggmaeulnews)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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