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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손자와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곳은 아파트 후문 앞 버스 정류장이다. 버스가 올 때까지 우리는 보도블록 사이를 기어가는 개미를 구경하고, 강아지풀을 뽑아 서로의 볼을 간질인다. 어른에게는 잠깐의 기다림이지만 아이에게는 그마저도 작은 것들을 발견하는 놀이 시간이다.

그런 손자 로리의 눈에 어느 날부터 쓰레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버스정류장 의자 뒤에는 음료수 캔과 일회용 용기 안에 먹다 남은 커피, 빨대와 비닐봉지가 놓여 있었다. 틈 사이로 억지로 밀어 넣은 쓰레기도 보였다.

"할머니, 누가 여기에 커피를 마시다가 두고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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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심코 대답했다.

"버스가 갑자기 와서 급하게 타느라 그랬나 보다."

말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버스가 급하게 왔다고 해서 조금 전까지 들고 있던 컵을 놓고 가도 되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떠난 자리에는 빈 용기뿐 아니라 또 다른 사람이 감당해야 할 수고도 남았다.

로리가 유치원 버스를 타고 떠난 뒤 내가 쓰레기를 주워 치운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이면 또 다른 캔과 컵이 놓였다. 치우는 사람은 따로 있고 버리는 사람은 따로 있는 풍경이 되풀이되었다.

며칠 전 로리가 말했다.

"할머니, 우리 플로깅할까? 여름에는 더워서 못 했으니까 안 더운 날 해요."

솔직히 덥다고, 춥다고, 미세먼지가 많다고 미루었던 여러 날이 훌쩍 계절을 넘겼다.

손자와의 약속을 지키러 거리로 나간 날

 버스정류장에서 주워 담은 쓰레기
▲버스정류장에서 주워 담은 쓰레기 ⓒ 신혜솔

로리가 유치원에서 돌아오자마자 20리터 종량제 봉투와 장바구니, 장갑과 집게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오후의 볕은 여전히 따가웠지만 한여름보다는 견딜 만했다.

출발점은 매일 아침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던 그 버스정류장이었다.

"할머니, 쓰레기가 여기에도 있어요. 저기에도 있네."

과자 봉지와 음료수 캔, 플라스틱 뚜껑과 일회용 컵이 풀숲과 나무 밑에 숨어 있었다. 로리는 바람에 굴러가는 비닐을 쫓아가고, 화단 안쪽에 박힌 쓰레기를 꺼내느라 몇 번이고 몸을 숙였다.

"그런데 누가 이런 걸 버리고 가는 걸까?"

아이가 묻는 것은 쓰레기를 버린 사람이 누구냐는 것만은 아닌 듯했다. 아무 데나 버리면 안 되는지 알고 있는 어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묻는 것 같았다.

길을 지나던 한 할머니가 우리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아이고,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데 감사합니다!"

할머니가 몇 번이나 손을 흔들어 주자 로리도 큰 소리로 인사했다.

"네, 안녕히 가세요!"

고맙다는 말에 힘이 났는지 로리의 걸음은 더 씩씩해졌다.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로리가 누군가 버린 쓰레기를 잘 줍는 아이보다, 애초에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그래서 오늘 거리로 나선 것이기도 하다.

어떤 어른을 보여줄 것인가

쓰레기를 줍던 로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러니까 지구가 아프지. 이러니까 물난리가 나지."

얼마 전 뉴스에서 본 네팔의 홍수 장면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길가의 쓰레기와 홍수를 단번에 인과관계로 묶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는 어른들이 걱정하며 던진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를 그냥 흘려듣지 않았다. 도로 위에 나뒹구는 쓰레기와 아픈 지구, 그리고 물에 휩쓸리는 사람들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연결 짓고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기보다 어떤 삶의 태도를 보여줄 것인가를 먼저 돌아보게 되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만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겼던 지난날이 스쳐 지나갔다.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보며 '누군가 치우겠지' 하고 무심히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들.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말뿐인 가르침은 아이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기 어렵다.

집게를 들고 함께 거리로 나서는 일, 살아가는 공간을 직접 돌보고 작은 약속을 행동으로 옮기는 경험이야말로 손주를 곁에서 키우는 진짜 이유일지도 모른다.

물론 거리에 쓰레기통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나 공공시설 관리의 허점도 짚어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쓰레기통의 부재가 버스정류장 의자 뒤를 쓰레기장으로 만들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누린 편리함의 뒤처리를 이름 모를 타인에게 미루는 순간, 쓰레기와 함께 삶의 책임마저 버려진다.

플로깅을 마칠 무렵 20리터 종량제 봉투는 가득 찼다. 로리는 땀에 젖은 얼굴로 집게를 높이 들어 보였다. 다음에 이 길을 다시 걸을 때는 그 봉투가 오늘보다 가벼웠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쓰레기를 잘 줍는 사회보다, 아이들 앞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어른들의 사회가 먼저이기를 바란다.

우리가 길에 두고 가는 것은 빈 컵 하나만이 아니다. 어쩌면 그 곁에 어른의 양심도 한 조각 놓고 가는 것인지 모른다.

#환경#거리#플로깅#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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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육아와 놀이,그리고 삶

사람과 풍경 사이에서 이야기를 찾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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