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오는 10월 2일부터 시행된다. 언론에서는 이번 개정을 두고 '검찰개혁'의 효과와 전망보다는 '경찰 수사권 독점', '공룡 경찰' 운운하며 경찰 권력 비대화를 더 우려한다.
그러나 정작 경찰 수사관들의 분위기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수사 업무가 얼마나 늘어날지, 새로 만들어지는 절차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으며, 수사를 그만하고 싶다는 말도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이는 어쩌면 당연하다. 큰 틀로 정해진 법률 규정이 실제 수사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아직 충분히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찰청은 후속 조치 TF를 운영하고 있고, 중대범죄수사청 시행령도 마련됐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이제 형소법 시행까지 약 한 달 정도 남았는데, 그동안 대통령령 등을 통해 구체적 후속 조치를 빨리 마련해야 한다. 아래는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후속 조치들이다.
보완수사요구 범위와 방법 명확히 규정
범위: 앞으로 검사는 보완수사를 못하므로 지금보다 훨씬 많은 보완수사요구를 하리라고 예상된다. 그것도 1개월 이내에 해야 하기에, 경찰 수사관들은 접수된 사건 수사하랴, 보완수사요구 사항을 처리하다 보면, 엄청나게 업무가 폭증할 것을 염려한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업무 폭증을 예방하기 위하여 검사의 보완수사요구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범죄사실 및 기록목록 수정이나 범죄일람표 작성, 적용법조 변경 등은 기소 준비 중에 수사기록을 검토하며 검사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건 수사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보완수사요구 범위를 피의자나 참고인 등 진술 청취, 추가 증거 확보와 같은 '수사' 활동으로 제한하여 규정하고, 이에 맞지 않는 보완수사요구에 대해서는 경찰이 이의제기나 불응할 수 있는 절차도 만들어야 한다.
방법: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지금까지 서면이나 KICS 전자기록으로 작성해서 보내왔다. 그러다 보니 검사가 무엇을, 왜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의사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그 결과 시일도 오래 걸리고, 보완수사 결과에 대한 검사의 만족도도 낮아 불필요한 보완수사 반복의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보완수사 요구를 할 때에는 보완수사가 필요한 법률적·사실적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게 하고, 경찰이 요구하면 경찰 수사기관에 직접 방문하여 수사관과 대면한 상태에서 보완수사 요구 사유와 필요성,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논의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수사 의견 제공 방식을 '서류'가 아닌 '대화'로 변경
개정 형소법 제195조 3항은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법률적 판단이나 증거 수집의 적절성 등에 관하여 의견을 요청할 수 있으며, 검사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이 제도가 형식적 문서 교환에 그쳐서는 안 된다. 중요하고 복잡한 사건은 경찰 수사관과 검사가 직접 만나거나 화상회의를 통해 쟁점과 필요한 증거, 수사방향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송치 이후 보완수사를 반복하기보다 수사 초기부터 법률적 쟁점을 협의할 수 있게 영국처럼 경찰관서에 검사 1명씩 상주하게 하면 경찰 수사 역량에 대한 우려도 해결되고, 경찰과 검사 간 실질적 협력도 가능해진다. 경찰로서는 이를 통해 보완수사 요구 필요성을 미리 감소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검사는 송치 전부터 사건 수사에 대해 조언하게 되니 송치 후 기소 과정에 다시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권한은 분리하되 전문성은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의자 진술 녹음 제도 준비
개정 형소법 제244조의6 2항은 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요청하면 피의자의 진술을 녹음하도록 하고 있어 녹음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2027년 8월부터 시행). 경찰은 이미 진술녹화실도 있고, 녹음 장비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인력이다. 현행법상 피의자신문에는 사법경찰관리가 참여해야 하므로 녹음 요청이 일반화되면 참여 인력 부족으로 수사관들의 업무 부담이 많이 증가할 수 있다. 내가 맡지 않은 사건의 신문 과정에도 참여하다 보면 가뜩이나 많은 본인의 사건을 수사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렇다고 하여 참여인 없이 신문하면 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고, 심지어는 허위 공문서 작성죄로 피소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피의자를 신문할 때 녹음이나 녹화를 하면 예외적으로 참여자가 없어도 된다는 법 규정이 필요하다.
또 녹음이나 녹화하는 경우 조서 작성 방식도 함께 개선할 필요가 있다. 녹음·녹화물 원본을 기록에 첨부하면서 조서에는 핵심적인 진술과 쟁점을 압축하여 취지만 작성하게 하면 조사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만일 전체 녹취록이 필요하다면 이를 필요로 하는 기관(예: 공소청, 법원 등)이 비용을 부담해 전문적으로 작성하게 한다. 이걸 또 경찰에 요구하는 것 역시 보완수사 요구에 포함하면 안 된다.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 간 사건 관할 명시
경찰과 중수청 사이에 동일하거나 관련된 사건을 두고 서로 수사하려 하거나 반대로 서로 상대 기관 사건이라고 떠넘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형소법 제197조의4 수사의 경합 관련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 설치와 별도로 중수청과 경찰 간 사건 관할을 법령에 규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검찰은 검찰에 접수된 사건 거의 모두를 경찰에 보내 수사하게 했다. 중수청도 혹시 자신들에게 접수된 사건을 무조건 경찰에 이첩하여 수사하게 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따라서 사건 수사 관할을 명확히 규정하여 함부로 사건을 다른 기관에 보내거나, 또는 자신들이 수사해야 할 사건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현상은 방지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사건 만을 골라서 선택적으로 하려 할 것이다.
고소·
고발 사건 수사 기간 3개월의 현실적인 예외 필요
개정 형소법 제238조에는 '고소·고발 수리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여 송치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사건이 피해자 1명, 피의자 1명, 범죄사실 1개로 되어 있지는 않다. 피해자와 피의자가 다수이거나, 범죄사실이 다수이면서 방대한 디지털 자료나 회계자료, 또는 수십일 치 CCTV 영상을 확인해야 하는 사건이 많다.
3개월 이내 수사를 지나치게 강제하면 수사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송치한 후 또 보완수사요구를 받게 되므로 오히려 사건 처리가 늦어진다. 3개월이라는 원칙은 유지하되, 다수 피해자·피의자, 다수 범죄사실, 국제공조, 전문감정 등 객관적 조건이 있으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형소법 시행일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런데 중수청 근무 신청자 수가 얼마라느니 하는 것 외에 들려오는 뉴스가 별로 없다. 2020년에는 시행까지 1년 동안 준비했지만 그래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번에 검찰은 둘로 갈라지고, 경찰은 할 일이 많아졌다. 수사에서 기소로 이어지는 흐름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하게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
제도의 성패는 법률을 만든 사람의 의도보다 현장에서 집행하는 수사관이 얼마나 명확한 기준과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형사사법체계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글쓴이 이윤 인권연대 칼럼니스트는 현재 경찰관으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