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6.09.14 09:00ㅣ최종 업데이트 26.09.14 09:00

천사는 어떻게 우는가

[시로 읽는 오늘] 김근 '천사는 어떻게'

  • 본문듣기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천사는 어떻게
- 김근

천사는 어떻게 우는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우리가 쏟아진 얼굴을
미처 쓸어 담지 못하고 우물만
쭈물만 거려 거리고 있을 때
금간 담벼락에나 우리의 심장이
가까스로 숨어만 들어 들고 숨이
숨이 수숨이 헐떡 헐헐떡 헐떡만
대는 개의 혓바닥에서처럼 토해져
나올 때 뜨거울 때 뜨거워도
마지막 표정은 기억나지 않고
마지막 눈빛이 마지막 발음이
마지막 목소리가 마지막 풍경이
마지막 당신이 발 없는 바람이
무수히 발자국을 찍어 바람의 행방
도무지 알 수 없고 주름도 없이
구름은 마지막 짠 먼지들을 끌어
올리는데 기억은 나지도 전혀 않고
마지막이라고 말할 때 마지막
입술의 녹청이 이마의 서늘함과
눈꺼풀의 떨림이 온전한 얼굴도 없이
헤아릴 수 없는 저녁의 모든 모음들
죄 관절이 꺾이는데 허여 허옇게만
그만 흐너지고 흩어만 지고 모음들
골목의 어느 창문에도 입김조차
불지 못하는데 아직 다 쏟아지지 않은
얼굴 간신히 손으로 가린 채 죽었는지
살았는지 천사는 천사 천사 천천사는
어떻게 우는가 어떻게, 살아, 나나

​출처_시집 <에게서 에게로>, 문학동네, 2024
시인_김근: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뱀 소년의 외출> <구름 극장에서 만나요>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끝을 시작하기> <에게서 에게로>가 있다.

 다 쏟아지지 못한 얼굴로, 천천히 죽어가는 저녁
▲다 쏟아지지 못한 얼굴로, 천천히 죽어가는 저녁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추천글

이 시는 답이 없는 질문으로 시작해 같은 질문으로 끝난다. 천사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분명히 밝혀지지 않고, 삶과 죽음을 나누는 경계는 계속 흐려진다. 더듬거리는 말과 헐떡이는 숨소리를 통해 몸이 천천히 제 모습을 잃고,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절이 꺾이는데", "흐너지고 흩어만" 지는 대목에서 그 무너짐은 정점에 이른다. 몸이 무너지는 일과 말이 무너지는 일은 함께 일어난다. 더듬고 헐떡이는 소리가 곧 슬픔이고, "저녁의 모든 모음들"이 "흐너지"는 장면에서 한 존재가 사라지는 일과 말이 사라지는 일은 하나가 된다. 누가 죽어가고 누가 슬퍼하는지도 뚜렷하지 않다. 천사조차 상대가 정말 울고 있는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알지 못한다. 이 시는 무언가를 잃는 일과 그 슬픔을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안고 있는 문제로 넓혀 놓고, 질문과 신음이 뒤섞인 자리에서 멈춘다. 삶과 죽음은 어떤 설명으로도 정리되지 않으며, 우리는 끊어진 말 너머를 또렷하게 알 수 없고 다만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우은주 시인)
AD

#김근시인#천사는어떻게#에게서에게로#한국작가회의#시분과위원회
댓글1
연재

시로 읽는 오늘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내 인생 단 한권의 책




독자의견1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