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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10.28 건대항쟁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제2차신청] 기자회견을 하는 참가자들
▲기자회견[10.28 건대항쟁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제2차신청] 기자회견을 하는 참가자들 ⓒ 10·28건대항쟁계승사업회 제공

"몸은 오늘을 살아가지만, 어떤 순간 마음은 다시 1986년 그날로 돌아갑니다."

세상이 쉼 없이 흘러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는 동안, 그날의 시월에 갇힌 이들이 다시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앞에 섰다. 1986년 10월 28일, 건국대학교 캠퍼스를 뒤덮었던 '황소 30작전'의 폭압적인 진압 속에서 스무 살 청춘을 빼앗겼던 이들이다.

7일 오전, '10·28건대항쟁계승사업회'와 피해 동문들이 제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화위)를 찾았다. 지난 4월 1차 신청(371명)에 이은 2차 진실규명 신청서 접수다. 이날 건국대, 한신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당시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 및 일반동문 250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오는 10월 28일까지 총 1285명의 신청을 완료할 예정이다. 단일 사건으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구속자(1288명)를 낳았던 그 비극의 참상이, 40주년을 맞아 온전한 '국가폭력 진상규명'이라는 거대한 파도로 다시 밀려들기 시작했다.

1528명 연행, 1288명 구속… '좌경용공' 낙인 뒤에 가려진 국가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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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10월 28일, 건국대학교는 거대한 감옥이자 전쟁터였다. 전국 26개 대학에서 모인 2000여 명의 대학생들은 '전국 반외세 반독재 애국 학생 투쟁 연합(애학투련)' 결성식을 열고 자주와 민주주의를 외쳤다. 그러나 전두환 군사정권은 이들을 대화의 상대로 보지 않았다. 정권은 이들을 철저한 '좌경 세력'으로 낙인찍고,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해 대학을 전면 봉쇄하는 이른바 '황소 30작전'을 감행했다.

나흘간 이어진 무차별적인 폭력 진압 속에서 1528명이 연행되었고, 그중 1288명이 구속되는 전무후무한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정권과 언론은 이들을 일방적으로 폭력 시위대로 매도하며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다.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려 캠퍼스에 모였다가 영문도 모른 채 닷새 가까운 점거 농성과 무자비한 폭력 그리고 가혹 수사의 수렁으로 내몰렸다.

고용규 발언하는 고용규 10·28건대항쟁계승사업회 상임공동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고용규발언하는 고용규 10·28건대항쟁계승사업회 상임공동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 10·28건대항쟁계승사업회 제공

이날 기자회견의 첫 마이크를 잡은 고용규 10·28건대항쟁계승사업회 상임공동대표는 스스로를 40년 전의 스무 살 청년으로 되돌리며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4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시간은 달력처럼 흘러가지 않습니다. 몸은 오늘을 살아가지만, 문득 설명할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 분노가 삶의 한복판으로 불쑥 찾아옵니다. 그날의 고문은 며칠의 일이었지만, 그 후유증은 제 삶을 40년 동안 따라다녔습니다."

고 대표는 소설가 이경아의 연작소설 <당신의 시월> 한 구절을 인용했다. "잊었다고 믿었던 시간은 정말 지나간 것인가. 삶이란 다시 돌아보는 게 아니라 다시 사는 것." 그의 고백은 단순히 개인의 회한을 넘어, 국가가 방치해 온 수백 명 피해자들의 공통된 절규였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과거는 결코 지나가지 않으며, 국가가 인정하지 않은 상처는 몸과 마음에 생채기로 남는다는 평범한 진실을 그들은 40년 만에 다시 외치고 있는 것이다.

"구속자만의 사건이 아니다"… 연행·훈방·사찰·트라우마까지 넓혀야 할 진실

이번 제3기 진화위 2차 신청이 가지는 가장 큰 의의는 피해의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는 점에 있다. 지난해 5월 제2기 진화위가 이 사건을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80명에 대한 불법 구금을 인정한 것은 유의미한 첫걸음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2차신청 ‘국가폭력조작사건 10.28 건대항쟁’진실규명 2차신청서를 진화위에 전달하는 박상희 건국대총동문회장(가운데)과 관계자들
▲2차신청‘국가폭력조작사건 10.28 건대항쟁’진실규명 2차신청서를 진화위에 전달하는 박상희 건국대총동문회장(가운데)과 관계자들 ⓒ 10.28 건대항쟁기념사업회 제공

당시 피해는 차가운 감옥 철창에 갇힌 구속자들만의 몫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연행되었다가 간신히 훈방된 학생들, 끝없는 불심검문과 수배령에 숨죽여야 했던 청년들, 국가안전기획부와 경찰의 사찰·감시 속에서 일상을 파괴당한 이들, 그리고 사건 이후 취업 제한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 신음했던 수많은 가족들이 존재했다. 당시 연세대 학생으로 현장에 있었다가 이번에 신청에 참여한 조장래씨는 수사 과정의 참혹함을 증언했다.

"폭행과 가혹행위, 강압적인 조사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난무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날의 공포가 우울과 불안,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되어 수십 년의 삶을 옭아맸습니다. 국가가 그 고통에 대해 답해야 합니다."

참가자들은 진화위가 개별 피해자의 진술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진압 작전을 기획한 최고 지휘체계가 누구였는지, 관계 국가기관이 어떤 불법적 공작으로 사건을 왜곡했는지, 그 구조적 실체를 파헤치는 '직권조사'에 즉각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건국대학교 24억 물적 피해와 훼손된 '공동체의 명예'를 바로 세워라

이번 2차 신청의 또 하나의 거대한 축은 대학 공동체가 입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건국대학교 총동문회와 한신대학교 총동문회도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박상희 건국대 총동문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40년 동안 건국대학교의 이름 앞에는 늘 무거운 '건대사태'라는 낙인이 따라다녔습니다. 당시 대규모 경찰력이 난입해 캠퍼스를 유린하는 과정에서 24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물적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픈 것은 대학공동체 전체가 감내해야 했던 사회적 명예 훼손이었습니다."

국가권력과 당시 언론이 10·28 사건을 일방적으로 '폭력적인 좌경용공 난동'으로 포장하는 동안, 건국대의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와 교직원, 그리고 학부모들은 사회적 부정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다. 한신대 이상진 총동문회장 역시 "10·28은 건국대만의 사건이 아니라 권위주의 시대를 관통한 우리 모두의 민주주의 역사"라며 "개인의 피해를 넘어 대학 공동체가 입은 상처와 명예를 온전히 회복하는 것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살고 싶습니다"… 40주년을 맞아 역사의 정의를 세울 시간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가해자들은 침묵했고, 국가는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짓밟힌 자들이 스스로 역사의 기록관이 되어 거리로 나왔다. 스무 살의 청년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과거나 감정에 치우친 보복이 아니다. 명백한 사실에 근거해 국가가 저지른 과오를 인정하고, 잃어버린 명예와 권리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지극히 상식적인 정의의 회복이다.이날 현장에 모인 동문들은 국회와 정부를 향해 다음과 같은 5대 요구 사항을 강력히 전달했다.

- 하나. 제3기 진화위는 10·28건대항쟁에 대한 전면적인 직권조사를 즉각 실시할 것.
- 하나. 구속자를 넘어 연행·훈방자, 불심검문 피해자, 수배자, 사찰 피해자, 가족 피해 및 국가폭력 트라우마 피해자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것.
- 하나. 경찰 진압 작전의 지휘체계와 국가폭력의 구조적 실체를 낱낱이 규명할 것.
- 하나. 대규모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건국대의 물적 피해와 사회적 명예 실추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질 것.
- 하나. 정부는 진실규명 결과에 따라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10·28건대항쟁 특별법」을 즉각 제정할 것.

"삶이란 다시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이제 다시 살고 싶습니다."

고용규 대표의 절박한 호소처럼, 이제 대한민국이 응답할 차례다. 진실화해위원회와 국가 공동체는 더 이상 침묵으로 이들의 40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40주년을 맞아, 1986년 10월의 그 뜨거웠던 시월을 국가폭력의 어두운 그늘이 아니라 당당한 민주주의의 진실로 기록해야 할 때다. 10·28건대항쟁의 완전한 진실을 향한 진짜 싸움은, 바로 오늘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1028건대항쟁#진실규명#2차신청서#기자회견#진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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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창남 (kcn0822) 내방

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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