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항 신선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항만 관련 자료사진. ⓒ 연합뉴스
부산과 울산, 인천, 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 지역이 정부의 통합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항만별 기능과 배후산업이 서로 다른 만큼 자율성을 지금처럼 유지해야 한단 비판인데, 발전사 등의 통합을 둘러싼 호응과는 딴판인 상황이다.
정부 "항만공사 하나로"에 반대 여론, 왜 나오나
7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을 찾은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등은 지난 3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 개편 방안' 가운데 항만공사 통합엔 결코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 성명에 이어 이번엔 기자회견까지 연 이들 단체는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한다면 조직 비대화와 의사결정 지연, 항만별 투자 우선순위 충돌, 지역 특화전략 약화 등으로 오히려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공공기관 조직개편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날 제기된 통합의 대표적 문제점은 분권, 자율성 훼손이다. 일반적으로 부산항은 컨테이너·환적 항만, 인천항은 수도권 국제물류 관문 항만, 울산항은 에너지산업을 뒷받침하는 항만,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 등 기간산업 지원 항만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번 조처로 논란을 야기할 거라는 게 이들의 반응이다. 한마디로 '항만공사 통합은 획일화'라는 것.
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 중국 상하이 등의 국제적 항만이 각각 공공 성격으로 독립적 운영되는 점도 상기했다. 추세가 지역 항만 특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데도, 우리는 되레 역행하고 있단 비판을 담았다. 참석자들은 "무조건 효율화라는 단순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철회를 압박했다.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등이 7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항만공사 통합에 반대하는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부산시의회 제공
이번 기자회견은 부산을 비롯해 울산, 여수광양, 인천 등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모두 항만공사 통합이라는 비슷한 처지에 놓여 지역이다. 참여 명단에는 울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울산항발전협의회, 지방분권전남연대, 여수광양발전협의회, 인천항발전협의회, 인천평화복지연대 등의 여러 연대체가 이름을 올렸다. 개별 단체로 보면 약 300곳이 같이 대응했다.
"경쟁력 차원 과감히 개혁"- "태생부터 지역분권, 합치면 안 돼"
앞서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행정·공공기관 이전, 기능개혁 추진방안' 공개에서 "지방주도성장과 국토대전환 정책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직접 발표에 나선 한성숙 국무총리는 공공기관 개편의 중요성도 설명했다. 그는 "급변하는 정책 환경에 대응하는 과감한 개혁"을 강조했다.
유사·중복 기능을 합쳐 이른바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건데, 문제는 반응이 엇갈렸단 점이다. 5개로 나뉜 발전사를 (가칭)한국발전으로. 한국석유공사나 가스공사 등을 합치는 방안에선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과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은 발전사 한 지붕 복귀를 크게 반겼다.
반면 항만공사 통합 부분에선 극명하게 의견이 나뉘었다. 정부는 같은 기능이 지역별로 산재해 있어 이를 묶어 항만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이유를 말했지만, 각 지역 시민단체와 의회 등은 단호한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결국 이들 단체가 연달아 성명에 합류했고, 부산시의회 등 일부 의회는 상임위에서 '강제 통합 철회 촉구' 결의안까지 처리했다.
이를 두고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대표는 항만공사가 애초 지방분권을 염두에 두고 설립돼 원래 하나였던 발전사와는 다른 사례라고 말했다. 지난 참여정부 시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항만공사를 설치할 때 균형발전을 고려했단 점을 짚은 그는 "분권을 강화하고 부산시 등 지자체에 더 권한을 줘야지 거꾸로 가선 안 된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