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채용 과정에서 자격기준을 낮추라는 '부당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 충남문화관광재단 누리집
충남도가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채용과 관련해 '자격기준 변경'을 밀어붙이고 있다. 재단 내부에서는 충남도가 일방통행식으로 대표이사 자격기준 완화를 추진해 부실 검증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반면 충남도는 자격기준 완화가 아닌 증빙 서류 기준 개정일 뿐이라며 당연직 이사 등을 통해 자격기준 변경을 강행하고 있다.
시작된 채용 절차 돌연 중단... 단계별 '자격 변경' 논란
논란의 발단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남도가 7월 1일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 도의회 몫 추천 의뢰 여부에 관한 공문을 시행함에 따라, 재단은 제8대 대표이사 임용을 위한 정상적인 채용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채용 절차가 시작된 지 열흘 남짓 만인 같은 달 14일, 충남도 담당 부서에서 기존 '학력 및 경력 기준의 동시 충족' 조항을 '둘 중 하나만 충족(택일)'하는 방식으로 바꾸자고 요구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결국 같은 달 21일 예정됐던 이사회마저 돌연 취소됐다. 재단 노조는 "대표이사 채용 절차가 이미 시작된 후 소집된 이사회까지 취소하며 자격 기준 변경을 요구한 것은 재단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특정 인사를 임명하기 위한 '맞춤 규정 개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박수현 충남지사가 과거 국회의원 시절 "낙하산 인사 근절이 공공기관 개혁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던 발언과 대비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까지 이어졌다.
반발이 거세지자 박수현 지사는 이날 노조에 보낸 서한문을 통해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지시한 것이 아닌 우수 인력 채용으로 문호를 넓히기 위한 임용요건 개선 조치였고, 이후에는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사회 일정이 다시 정해지며 상황은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였다.
기존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
'경력증명서' 등 대체 신설 추진
하지만 같은 달 31일 열린 재단 이사회에서 당연직 이사인 충남도 부지사(이사장)와 담당 과장의 주도로 당초 안건이었던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안'을 보류했다. 이후 '대표이사 자격조건 변경안'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안을 밀어붙였다. 이어 이사장과 담당 과장은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제출을 다른 서류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연이어 제시하며 자격조건 변경 요구를 구체화했다.
즉, 대표이사 자격 조건 중 '관련 분야 임원 5년 이상 근무 경력자'의 증빙 서류 기준을 기존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제출에서 경력증명서나 법인 등기사항증명서 등 발행기관 및 관련 단체가 확인한 증빙 서류로 대체할 수 있도록 조항을 신설하는 형태다.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 비상임 임원 출신 등에게도 공모 자격을 주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충남도 관계자는 "비상임 임원의 경우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발급이 어려워 서류 미제출로 인한 불합리한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경력증명서 등 대체 증빙을 인정하는 행정 절차일 뿐 자격 기준 자체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서울·경기 등 7개 타 광역 지자체 및 도내 타 공공기관도 이미 도입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단 안팎에서는 대체서류 인정이 단순한 서류 추가 차원을 넘어선 심각한 본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준을 바꾸는 것 자체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대체서류를 인정하려면 그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세밀한 검토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개인사업자 등을 포함해 경력증명서 발급 주체를 어디까지 공인할 것인지, 어디까지를 문화예술·관광 분야의 전문경력으로 인정할 것인지 정리가 미흡한 상태다. 실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경우 '예술인'의 자격을 직접 규정하기 어려워 '예술활동증명'이라는 엄격한 검증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게다가 비상근 경력까지 대표이사 자격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빠져 있다.
결국 대체서류를 무분별하게 인정할 경우 대표이사 자격 인정 범위가 무제한으로 넓어져 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에게 자격이 부여되는 결과를 초래, 자격기준 자체가 유명무실해진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공문 안 보낸 충남도, '도 실무자 요구'에서 '이사 발의'로 말바꾸기
재단 측이 변경 근거를 공식 공문으로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충남도의 공문은 오지 않은 상태다. 재단 측은 이사장 면담 요청과 성명서 등을 통해 "개정하되 충분히 논의 후 다음 대표이사 채용 때부터 적용하자"는 절충안까지 전달했지만 이에 대한 도의 의견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당초 '도지사의 지시에 따른 인재 등용 목적의 자격기준 검토 및 확대'라는 명분으로 추진되던 안건이, 공식 공문 전달 없이 '이사들의 요구에 따른 자격기준 세부사항 보완'이라는 표면적 명분으로 포장되어 '이사 발의' 형식으로 이사회에 상정된 상태다. 요구를 한 이사 중에는 당연직 이사인 이사장(행정부지사)과 충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이 포함되어 있다.
재단 노조 측은 충남도의 '우수 인력 채용을 위한 문호 개방'이라는 주장에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최근 모 지역 문화재단에서 충남과 동일한 지원 자격 조건으로 진행한 대표이사 채용에 20명이 몰린 사례를 들며 '기준이 높아 지원자가 없다'는 도의 명분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충남도 관련 부서 관계자들이 오는 9일 이사회를 앞두고 재단 이사들을 개별 접촉해 '대표이사 자격조건 변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는 지적 관련, 충남도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이사들에게 연락한 것은 단순 설명 및 행정 업무 지원 차원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9일 이사회에서 '자격기준 변경안' 표결 예정
충남도지사는 물론 관련 부서 공무원까지 나서 자격조건 변경안을 밀어붙이자 재단 내부는 직원 간 불안감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재단이 해산될 수 있다', '경영평가 결과가 나빠져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며 불안해하고 있다"며 "이게 도지사께서 약속한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른 추진이냐"고 반문했다.
현재 총 9명(감사 2명 별도, 의결권 없음)의 이사로 구성된 재단 이사회는 오는 9일 '대표이사 자격기준 변경안'과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안'을 동시에 다룰 예정이다.
충남도 측은 "이사회에서 부결되면 기존 규정대로 진행하고, 가결되면 개정된 기준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단 노조 및 직원들은 "충남도가 경기 도중 명분 없는 기준 변경을 강행하는 것 자체가 행정적 정당성이 없으며, 이 과정에서 불거진 직간접적 압박은 구성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라라며 "원칙을 지키려는 직원들이 고통받는 조직에서 정상적인 문화예술 정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충남도가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충남도민과 지역 문화예술계로 돌아갈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변경안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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